브라질 연방정부가 장기간 빚을 갚지 못한 서민과 영세사업자들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채무조정 정책을 추진한다.
브라질 재무부(Ministério da Fazenda)는 지난 22일(목) 연방관보(Diário Oficial da União·DOU) 특별판을 통해 재무부 시행령 제3,127호(Portaria MF nº 3.127)를 발표하고, 정부가 금융기관 등의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하는 ‘데젠롤라 브라질 3.0(Desenrola Brasil 3.0)’의 운영 기준을 공개했다.
이번 정책은 개인과 영세 개인사업자(MEI)가 장기간 상환하지 못한 채무를 정부가 일정 조건에 따라 매입하는 방식으로, 채권 매입 과정에서 최소 90%의 할인 조건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고금리와 생활비 부담,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온 서민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채무조정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데젠롤라 브라질’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데젠롤라 브라질(Desenrola Brasil)’은 브라질 연방정부가 국민들의 연체 채무를 줄이고 금융거래 정상화를 돕기 위해 추진해 온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포르투갈어 ‘Desenrola’는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거나 해결한다는 의미로, 프로그램 명칭에는 빚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채무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돕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 프로그램은 룰라 정부가 2023년 처음 도입한 것으로, 은행과 금융기관, 통신회사, 유통업체 등 다양한 채권자가 보유한 연체 채무를 대상으로 할인 협상과 분할 상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당시 프로그램은 저소득층과 소액 연체 채무자를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았으며, 채권자와 채무자가 협상을 통해 기존 채무를 할인하거나 새로운 상환 조건을 마련하도록 지원했다.
특히 신용정보기관에 연체자로 등록된 국민들이 채무를 정리하고 다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일부 채무는 높은 할인율로 재협상이 이뤄졌으며, 정부는 채무조정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고 일정 조건의 재융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에 발표된 ‘데젠롤라 브라질 3.0’은 이러한 기존 채무조정 정책의 연장선에서, 정부가 장기 연체 채권 자체를 매입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프로그램이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협상 및 상환 조건 조정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정책은 정부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한 구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 통해 약 1,500만 명 채무 문제 해결
데젠롤라 브라질은 2023년 7월 처음 시행된 이후 브라질의 대표적인 서민 채무조정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됐다.
‘Faixa 1’은 월 소득이 최저임금 2배 이하이거나 연방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등록제도(CadÚnico)에 가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은행 대출뿐 아니라 소매업체, 통신회사 등에서 발생한 연체 채무도 일정 조건에 따라 협상할 수 있었다.
‘Faixa 2’는 월 소득 2만 헤알 이하인 개인의 은행 채무를 대상으로, 금융기관과 직접 상환 조건을 재협상하도록 했다.
브라질 재무부의 기존 사업 성과 자료에 따르면 프로그램을 통해 약 1,500만 명이 채무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았다. 특히 정부 운영 협상 플랫폼에서는 일시 상환 시 평균 약 90%, 분할 상환 시 평균 약 85%의 할인율이 적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프로그램의 실적이며, 새로 발표된 3.0의 개인별 할인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롭게 시행되는 ‘데젠롤라 3.0’, 어떤 빚이 대상인가?
2026년 10월 22일 발표된 재무부 시행령에 따르면 이번 채권 매입 대상은 신용카드 리볼빙 및 할부 채무, 일부 개인 신용대출, 당좌계좌 마이너스 한도(Cheque Especial), MEI의 무담보 사업자 대출 등이다.
대상 채무는 2026년 9월 25일 기준 연체 기간이 720일 초과, 1,645일 미만이어야 하며, 최초 채무액이 건당 1만 헤알 이하여야 한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의 채무를 보유한 경우에도 각 채무가 개별적으로 기준을 충족하면 포함될 수 있다.
재무부는 은행과 금융기관, 채권투자펀드 등을 대상으로 오는 30일까지 채권 매각 참여 의사를 접수한다.
정부가 파악하는 대상 채권 규모는 최대 900억 헤알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실제 매입되는 채권 규모와 조건은 향후 경쟁 절차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채무자 신청은 아직…정부 후속 발표 확인해야
이번 발표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90% 할인 조건이 채무자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탕감률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할인율은 금융기관 등이 정부에 채권을 매각할 때 적용하는 최소 할인 조건이다. 정부가 채권을 매입한 이후 개인 채무자가 얼마를 납부해야 하는지, 일시 상환과 분할 상환에 어떤 조건이 적용되는지는 별도 규정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현재 진행되는 절차 역시 일반 채무자의 직접 신청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채권 매각 참여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다.
정부는 향후 채권 매입 절차를 마친 뒤 채무자의 상환 및 분할 납부 방식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MEI 사업자도 포함…연방정부 세금채무 탕감과는 구분해야
이번 데젠롤라 3.0에는 개인뿐 아니라 MEI 사업자의 일부 금융채무도 포함된다. 다만 MEI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연방정부에 납부하지 않은 세금은 서로 다른 성격의 채무다.
따라서 최근 발표된 MEI 연방정부 채무 탕감 정책과 데젠롤라 3.0을 동일한 제도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한편 제공된 발표 내용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지난 21일 MEI의 연방정부 채무 탕감과 연매출 한도 확대를 포함한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MEI의 연매출 한도를 현행 8만1천 헤알에서 2027년 11만 헤알, 2028년부터 14만 헤알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탕감 요건은 관련 법률과 시행 규정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
브라질 한인 자영업자들도 관심 가질 필요
브라질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가운데 장기간 금융채무를 보유한 경우 이번 정책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신용카드 연체와 개인대출, 마이너스 통장, MEI 사업자 대출 등을 보유한 경우 채무 발생 시점과 최초 대출금액, 연체 기간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정부가 아직 일반 채무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신청 절차를 개시한 것은 아니므로, 채무조정을 대신 신청해 주겠다며 선불 수수료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비공식 업체에 주의해야 한다.
데젠롤라 브라질 3.0의 향후 신청 일정과 상환 조건 등은 브라질 재무부 공식 홈페이지(www.gov.br/fazenda)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브라질 MEI 연매출 한도 14만 헤알로 확대
또한, 브라질에서 개인사업자(MEI)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중요한 제도 변화가 마련됐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지난 21일(수) MEI 사업자의 연간 매출 한도를 기존 8만1천 헤알에서 최대 14만 헤알까지 확대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연방정부 세금채무를 탕감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번 법 개정에 따라 MEI 사업자는 2027년부터 연간 11만 헤알, 2028년부터는 연간 14만 헤알까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존에는 직원 1명만 고용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규정에 따라 최대 2명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연방정부에 대한 일정한 세금채무 탕감도 포함됐다. 2026년 10월 13일까지 해당 기준에 포함되는 채무가 대상이며, 혜택을 유지하려면 2027년 시행 이후 6개월간 정해진 세금 납부 의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특히 이번 변화는 소규모 식당과 의류업체, 미용업, 서비스업 등 브라질에서 MEI로 사업을 운영하는 한인 자영업자들에게도 중요한 소식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업종별 MEI 등록 가능 여부 등 기존 자격 요건은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