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대표적인 가전·가구 유통업체 카자스 바이아(Casas Bahia)가 대규모 구조조정과 법정회생(Recuperação Judicial)에 들어간 가운데, 회사 경영진이 2027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자스 바이아 최고경영자(CEO) 헤나투 프랭클린(Renato Franklin)은 17일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컨퍼런스에서 “거시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2027년은 2026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회사가 최근 약 300개 매장을 한꺼번에 폐쇄하기로 한 배경과도 관련돼 있다. 카자스 바이아는 소비자 신용 여건이 내년에 더욱 악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부실 점포를 정리했다는 입장이다.
프랭클린 CEO는 브라질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부채 문제는 계속될 것이며 올해 소비를 지탱해 준 일부 요인들이 앞으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신용시장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카자스 바이아는 소비자에게 할부금융 등 신용을 제공할 때 더욱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전체 매장의 약 30%에 해당하는 298개 점포를 폐쇄하기로 했다. 프랭클린 CEO는 매장 폐쇄를 여러 차례에 나눠 진행하지 않고 한 번에 단행한 것은 내년 시장 악화 가능성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직원과 시장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이번 조치로 사실상 “중환자실에 있던 모든 매장을 정리했다”고 표현했다.
카자스 바이아 그룹은 16일 밤 상파울루 법원에 법정회생을 신청했다.
이번 신청에는 카자스 바이아 본사를 비롯한 그룹 내 9개 계열사가 포함됐다. 회사가 법정회생 절차를 통해 재조정하려는 부채 규모는 약 173억 헤알(R$ 17,3 bilhões)에 달한다.
브라질의 법정회생 제도는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들과 부채 상환 조건을 재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의 즉각적인 파산을 방지하고 고용과 사업 운영을 유지하면서 재무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회사 측은 법정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700곳이 넘는 오프라인 매장과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판매 채널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법정회생 신청은 이사회와 지배주주의 승인을 거쳐 상파울루 중앙민사법원에 제출됐다. 긴급 절차로 신청된 만큼 향후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법정회생 신청은 약 3년 전 시작된 대규모 경영 정상화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카자스 바이아는 2023년 중반 비용 절감과 영업 효율성 개선, 현금창출 능력 강화를 목표로 이른바 ‘전환 계획(Plano de Transformação)’을 가동했다.
첫 번째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해 말까지 적자가 지속되던 55개 매장을 폐쇄하고 약 8,600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재고와 투자 규모도 축소하고 물류센터 운영에도 손을 댔다.
2024년에는 금융기관과 약 41억 헤알 규모의 부채를 재협상하는 법정 외 회생절차(Recuperação Extrajudicial)도 진행했다.
당시 회사는 부채 재협상과 함께 기준금리 하락 및 소비 회복이 이뤄지면 재무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 따르면 예상과 달리 경제 여건은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 높은 금리와 내구재 소비 감소, 소비자 연체 증가 등이 지속되면서 막대한 금융비용이 현금흐름을 계속 압박했다.
결국 회사는 2026년 8월 구조조정 2단계에 돌입해 약 3천명을 추가 감원하고 300곳에 가까운 매장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2023년 이후 두 차례 구조조정을 합치면 카자스 바이아 그룹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약 1만1,600개, 폐쇄된 점포는 약 355곳에 달한다. 현재 그룹의 직원은 2만명 이상이다.
카자스 바이아는 온라인 사업 전략도 수정한다.
프랭클린 CEO는 외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한 판매에서 단순히 거래량을 늘리는 것보다 수익성이 확보되는 거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켓플레이스가 현재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사업 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카자스 바이아는 지난해 메르카도 리브리(Mercado Livre)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온라인 판매망을 강화한 바 있다.
씨티(Citi) 애널리스트들은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카자스 바이아의 법정회생 신청이 메르카도 리브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부정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분석진은 가전·전자제품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판매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메르카도 리브리가 마가지 루이자(Magazine Luiza)와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했다. 마가지 루이자는 현재 아마존(Amazon)과 유사한 형태의 상업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카자스 바이아의 구조조정으로 메르카도 리브리가 공급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마라브라즈도 법정회생…유통업계 위기 확산
카자스 바이아뿐만 아니라 브라질 가구 유통업체 마라브라즈(Lojas Marabraz)도 17일 법정회생을 신청한 사실을 발표했다.
마라브라즈의 부채 규모는 약 1억4천만 헤알로 알려졌다. 회사 역시 주말 사이 상파울루 법원에 법정회생을 신청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법정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브라질 소매·유통업계가 직면한 경영환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자스 바이아는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현재의 위기를 높은 금리, 내구재 소비 감소, 소비자 연체 증가, 높은 금융비용과 유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현재의 위기가 구조적인 사업 붕괴라기보다는 경제환경에 따른 위기라는 입장이다. 700곳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과 2만명 이상의 직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업 자체의 존속 가능성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이 이미 “2027년이 2026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브라질의 고금리와 가계부채, 소비 위축이 대형 유통업체들의 경영에 미치는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자스 바이아 구조조정 현황
2023년 — 적자 매장 55곳 폐쇄, 약 8,600명 감원
2024년 — 약 41억 헤알 규모 부채 법정 외 재조정
2026년 8월 — 약 298개 매장 폐쇄, 약 3천명 감원
누적 — 약 355개 매장 폐쇄, 약 1만1,600개 일자리 감소
현재 — 700개 이상 매장 운영, 직원 2만명 이상
법정회생 대상 부채 — 약 173억 헤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