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기업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가 보유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Häagen-Dazs)가 약 30년 만에 브라질 시장에서 철수한다.
하겐다즈의 브라질 시장 철수 결정은 2026년 3월 공식화됐으며, 제너럴 밀스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이뤄졌다.
특히 브라질 아이스크림 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겐다즈가 철수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브라질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21년 147억 헤알에서 2025년 203억 헤알로 약 38% 성장했다.
시장 커졌지만 하겐다즈 점유율은 2%대
전체 시장의 성장에도 하겐다즈의 브라질 시장점유율은 약 2% 수준에 머물렀으며, 전국 브랜드 순위에서도 5위에 그쳤다.
반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ESPM의 에두아르두 할페른(Eduardo Halpern) 교수는 브라질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싸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려는 성향은 강해졌지만, 대신 구매량을 줄이는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8년 직영점 8곳 폐쇄…소비자 접점 줄어
하겐다즈의 브라질 사업 축소는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 회사는 2018년 브라질에서 운영하던 직영매장 8곳을 모두 폐쇄했다. 이후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접점이 크게 줄었다.
제품 혁신 부족과 수입 제품 특유의 물류 부담도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브랜딩 전문회사 Troiano Branding의 세실리아 후수 트로이아누(Cecília Russo Troiano)는 하겐다즈가 브라질 시장에서 눈에 띄는 제품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점과 수입제품의 복잡한 물류 구조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주로 프랑스에서 수입되며, 제품 특성상 생산지에서 판매점까지 엄격한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콜드체인’ 물류가 필요하다.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바시오 디 라테·보렐리 등 프리미엄 시장 경쟁 치열
현재 브라질 아이스크림 시장은 The Magnum Ice Cream이 금액 기준 약 24%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네슬레(Nestlé), 준지아(Jundiá), 크레미 멜(Creme Mel)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다만 브라질 아이스크림 시장은 지역 브랜드의 비중도 상당히 높다. 개별 점유율이 1% 미만인 지역 브랜드들을 합하면 전체 소비의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겐다즈가 경쟁해 온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바시오 디 라테(Bacio di Latte), 보렐리(Borelli), 라 바스크(La Basque), 헬라데리아 아바나(Heladeria Havanna) 등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경쟁 구도도 달라졌다.
이들 브랜드는 다양한 신제품과 매장 중심의 소비 경험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프리미엄 수요 감소 아닌 시장 변화 대응 실패”
하겐다즈의 브라질 철수에는 제너럴 밀스의 글로벌 사업 전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최근 규모가 큰 미국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운영이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높은 일부 사업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겐다즈의 철수를 브라질에서 고급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유지되는 가운데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경험 중심의 소비가 확대됐지만 하겐다즈가 이러한 시장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약 30년 동안 브라질 소비자들에게 대표적인 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알려졌던 하겐다즈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향후 브라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빈자리를 놓고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