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한인회(회장 김범진)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상파울루 한인타운 봉헤찌로의 코로넬 페르난두 프레스치스 광장에서 개최한 제19회 ‘한국문화의 날’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주최 측인 브라질한인회 추산에 따르면 이틀간 약 10만 명의 방문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전통공연과 K팝 콘서트, 한식·한복 체험은 물론 한국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유학박람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면서 광장과 인근 문화시설은 한국문화를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2006년 시작된 ‘한국문화의 날’은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올해로 19회째 열린 이 행사는 한인사회가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지역 축제에서 브라질 시민들이 함께 찾아 즐기는 대규모 문화행사로 성장했다.
특히 첫날인 15일은 제81주년 광복절이자 상파울루시와 상파울루주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한 ‘한국문화의 날’이었다.
상파울루시는 2017년, 상파울루주는 2022년 각각 8월 15일을 ‘한국문화의 날’로 공식 지정했으며, 기념일 지정 이후 한국문화축제가 실제 8월 15일에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브라질한인회는 이번 행사를 통해 광복의 역사적 의미와 한인사회의 정체성을 알리는 한편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 대중문화를 함께 소개했다.
광복절 경축식으로 시작…전통과 현대문화 한 무대에
15일 오전 10시 오스왈드 지 안드라지 문화단지(Complexo Cultural Oswald de Andrade)에서는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코로넬 페르난두 프레스치스 광장 무대에서는 오전 11시부터 K팝 뮤직비디오가 상영됐으며 본격적인 문화공연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첫날 공연에는 북마루의 모둠북·태평소 공연을 비롯해 재브라질 한인 어머니 합창단, 노인회 노래교실, 시꽃 전문 한국시낭송협회, 선교 한글학교 중창팀, 스튜디오 아티스타 랄라, 한울림 색소폰 앙상블, 브라질 태권도 시범단, 바리톤 이정근 등이 참여했다.
대금 연주자 신비성과 가야금병창 양소의의 협연도 펼쳐졌다. 한국에서 초청된 국가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이수자 신비성은 양일간 대금 연주를 선보였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K-Arts) 한누리 연희단은 사물놀이와 판굿, 사자춤 등 한국 전통연희의 흥과 멋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공식 개막식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열렸다. 대한민국과 브라질 양국 국가 독창에 이어 김범진 한인회장이 개회사를 했으며, 채진원 주상파울루총영사와 다비드 소아레스 연방하원의원, 상파울루 시립 역사기록원 관계자 등이 축사를 전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상파울루와 브라질 사회의 일원이었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며 “BTS와 K드라마의 인기를 계기로 한국과 한인사회가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8월 15일은 한국이 35년간의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광복절”이라며 “자유를 되찾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오늘 축제를 즐기면서 광복의 의미도 함께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비드 소아레스 의원은 여러 문화가 브라질 사회 안에서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문화의 날을 함께 기념하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채진원 총영사는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팬들과 문화교류를 위해 노력해 온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음악과 음식, 기쁨이 가득한 특별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라쓰’ OST 가호 등장에 관객들 한국어 떼창
이번 축제의 주요 초청 가수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 ‘시작(Start Over)’으로 잘 알려진 가호였다. 가호는 15일 오후 7시와 16일 오후 6시 30분부터 각각 60분간 무대에 올랐다.
첫날 ‘Beautiful Night’로 공연을 시작한 가호는 “기분이 너무 좋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브라질에 너무 늦게 와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관객을 향해 한국식 큰절을 올리며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대표곡 ‘시작’을 열창했다. 무대 앞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한국어 가사를 함께 따라 부르며 뜨겁게 호응했다.
가호의 공연을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타이스 브라스(Thais Braz) 씨는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그의 노래를 처음 알게 됐다며 브라질에서 직접 ‘시작’을 들으니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특히 주변의 브라질 관객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둘째 날도 전통공연부터 K팝 댄스까지 이어져
16일 문화공연은 오후 1시 나성주 작가의 대형 붓글씨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강태규와 강인의 대중가요 공연을 비롯해 가야가토스의 가야금병창, 사물놀이 한울림, 좋은 샘소리 앙상블, 수기 라인댄스, 홍보미의 한국무용 입춤, 브라질 태권도 시범단, 토니 밴드, 세종 합창단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KBS ‘K-가곡 수퍼스타’ 본선 진출자 호제리우 누네스와 2차 예선 참가자 야라 테하는 한국 가곡을 선보였다. 가호의 공연이 끝난 뒤에는 포제 댄스팀이 재즈와 K팝, 힙합, 재즈 펑크를 결합한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30개 한식 부스 북적…한복·한글·K뷰티 체험도 인기
공연뿐 아니라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인 식당과 소상공인이 운영한 30곳의 한식 부스에서는 비빔밥과 불고기, 떡볶이, 잡채, 김치, 한국식 치킨과 핫도그를 비롯해 전통 음료와 디저트 등을 판매했다. 한국어 이름 써주기와 한복 체험, 한국 상품 장터와 K뷰티 관련 상점도 운영됐다.
상파울루 시립 역사기록원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마련한 한류 콘텐츠 전시장을 찾은 아이가 평소 화면에서 즐겨 보던 ‘베베핀’을 발견하고 반가워한 것이다.
전시장에는 ‘베베핀’과 ‘핑크퐁 아기상어’를 비롯해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 폴리’, ‘기가빌더스’ 등 한국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소개됐다. K팝 그룹 베이비몬스터 관련 전시와 영상 상영 공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배경으로 꾸민 포토존도 마련됐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도 행사에 참여해 K드라마를 소개하는 체험 공간을 운영했으며, 브라질 신용평가사 세라사(Serasa)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축구 경기 입장권 추첨 행사를 진행했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한국문화의 날에 디즈니+와 세라사 등 브라질에서 잘 알려진 기업과 브랜드가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한인사회가 자체적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하던 행사에서 출발해 현지 기업과 한국 관련 기관까지 참여하는 종합 문화축제로 외연이 확대됐음을 보여줬다.
문화장터·K-토론·한국유학박람회까지 행사 외연 확대
인근 오스왈드 지 안드라지 문화단지에서는 주브라질한국문화원이 마련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한국 미술과 공예, 문학, 패션을 소개하는 제2회 ‘봉헤동 문화로’ 문화장터와 연구자·전문가들이 참여한 제3회 ‘K-토론’이 열렸다.
K-토론에서는 한국 독립운동의 흐름과 쟁점, 스트리밍과 웹툰 등 브라질 내 한류의 분야별 확산, 한국 관광과 웰니스, 한국과 브라질의 경험과 정체성 등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상파울루한국교육원(원장 박성근)이 주관한 ‘Study in Korea’ 한국유학박람회에는 경복대학교와 경동대학교, 신라대학교, 선문대학교가 참가했다. 각 대학은 학부·대학원 과정과 교환학생,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장학금과 입학 절차, 비자 등에 관한 상담을 진행했다.
한인사회에서 시작해 브라질 시민이 함께 만드는 축제로
행사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의 한국문화 경험은 서로 달랐다. 레티시아 씨는 K팝과 드라마 너머의 한국문화를 새롭게 발견했고, 안드레사 씨의 아이는 평소 화면에서 보던 한국 캐릭터를 직접 만났다. 타이스 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들었던 노래를 상파울루 한복판에서 수많은 관객과 한국어로 함께 불렀다.
전통문화와 한식, K팝,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서로 다른 한국문화 콘텐츠가 세대와 관심사를 넘어 방문객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 이번 축제의 특징이었다.
그 뒤에는 오랜 기간 행사를 이어온 한인사회의 노력이 있었다. 브라질한인회를 중심으로 주상파울루대한민국총영사관과 주브라질한국문화원, 상파울루한국교육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관계 기관과 단체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힘을 보탰다.
행사 전부터 무대와 부스를 준비하고 이틀 동안 관람객 안내와 공연 진행, 현장 운영을 맡은 자원봉사자와 스태프들의 손길도 대규모 행사를 뒷받침했다.
이번 행사는 주상파울루대한민국총영사관과 주브라질한국문화원, 재외동포청, 상파울루한국교육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한국콘텐츠진흥원, 상파울루시 및 상파울루주 정부 등이 후원했다.
20년 전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민들을 초대했던 축제에는 이제 한국문화를 이미 알고 좋아하는 브라질 시민들이 스스로 찾아오고 있다.
주최 측 추산 이틀간 약 10만 명이 행사장을 찾은 제19회 한국문화의 날은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를 넘어 한국문화가 세대와 국적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