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류(K-Wave)’가 이제 외식업계의 메뉴와 마케팅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이 한국 음식과 K-콘텐츠를 활용한 한정 메뉴와 프로모션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K’가 브라질 외식시장의 새로운 소비 키워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최근 상파울루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넘어 음식·패션·뷰티 등 생활 소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의 가장 최근 사례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브라질이다. 아웃백은 지난 5일부터 한국 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 메뉴 캠페인 ‘Outbac-K: Os Sabores da Coreia do Nosso Jeito(아웃백 방식으로 만나는 한국의 맛)’를 브라질 전역에서 시작했다. 캠페인은 오는 11월 29일까지 전국 매장과 배달 서비스를 통해 진행된다.
대표 메뉴인 ‘Outbac-K Experience’는 한국식 매운맛을 상징하는 고추장(Gochujang)을 활용한 BBQ 소스의 돼지갈비 ‘K-Ribs’를 중심으로 K-Chicken, 아시안 샐러드, K-orean Dog 3개와 사이드 메뉴를 한 세트로 구성했다. 가격은 R$159.90이다.
‘K-orean Dog’는 한국 길거리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콘도그를 아웃백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다. 소시지와 치즈를 넣고 바삭한 튀김옷을 입힌 뒤 스리라차 랜치 소스를 곁들였다. K-Chicken은 사케와 생강, 참기름에 재운 닭고기를 튀겨 오렌지 풍미의 스위트칠리 소스와 함께 제공한다.
음료에도 한국 및 아시아 식문화에서 착안한 요소가 들어갔다. 사케와 유자, 꿀, 말차를 사용한 ‘K-Frozen’은 R$38.90, 유자와 리치, 토닉워터에 딸기 버블을 더한 무알코올 음료 ‘K-Bubble’은 R$34.90에 판매된다. 배달용 ‘K-Box’도 별도로 마련됐다.
이번 메뉴는 단순히 기존 제품에 ‘K’라는 이름을 붙인 수준을 넘어 상당한 사전 개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아웃백 연구개발팀은 약 1년간 50여 개 레시피를 테스트했으며, 브라질 내 약 200개 매장에서 메뉴를 공급하기 위해 별도의 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아시아에서 일부 식재료도 들여왔다.
아웃백은 K-푸드를 메뉴 판매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한국 여행 프로모션으로까지 연결했다.
프로모션 기간 중 매장 또는 배달을 통해 한 번에 R$100 이상 구매한 고객은 영수증을 등록해 추첨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한국 메뉴를 구매하면 추가 추첨 기회를 받을 수 있으며, 아웃백 회원에게도 추가 혜택이 제공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품이다. 총 네 차례의 추첨을 통해 각각 한국 여행권이 제공된다. 추첨은 10월 22일, 11월 5일, 11월 19일, 12월 3일로 예정돼 있다.
이는 브라질 소비자들에게 한국 음식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문화→한국 방문’으로 이어지는 K-컬처 경험 자체를 상품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웃백의 이번 행보는 최근 브라질 외식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K-컬처 협업 경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8월 맥도날드 브라질의 K팝 캠페인 관련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Guerreiras do K-Pop’ 캠페인을 브라질에 선보였다.
상파울루 아베니다 파울리스타의 대표 매장 ‘Méqui 1000’은 K팝 콘셉트 공간으로 변신했고, HUNTR/X와 Saja Boys를 테마로 한 메뉴와 13종의 포토카드를 선보였다. 라면 풍미를 활용한 감자튀김과 스위트칠리 소스 등 음식에도 한국적 요소가 적용됐다.
KFC 브라질의 한국 드라마 마케팅 관련 보도 역시 올해 한국 콘텐츠를 적극 활용했다.
KFC는 지난 4월 한국 드라마, 이른바 ‘도라마(dorama)’에서 착안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국 드라마 속에서 치킨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 착안해 자사 치킨 제품을 K-콘텐츠와 연결하고, 틱톡에서는 한국 드라마 형식을 패러디한 4부작 세로형 ‘마이크로드라마’까지 제작했다.
이처럼 과거 브라질 외식업체들이 유명 식품 브랜드와 손잡고 한정판 제품을 내놓는 전통적인 ‘콜라보’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특정 국가의 문화 자체를 메뉴·공간·콘텐츠·경품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2026년 브라질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한정판 협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국 음식 소비층의 변화다.
과거 상파울루에서 한식은 봉헤치로(Bom Retiro) 등 한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에스닉 푸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접한 젊은 브라질 소비자들이 콘텐츠 속에서 본 라면, 김치, 치킨, 떡볶이, 불고기 등을 직접 경험하려는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언론도 이러한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상파울루에서는 한류가 기존 팬덤의 영역을 넘어 음식점과 카페, 화장품 매장, 문화행사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봉헤치로와 리베르다지가 대표적인 K-컬처 소비지역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들도 K-푸드의 브라질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10월 4일부터 상파울루 Shopping Eldorado에서는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aT 상파울루지사와 주브라질한국문화원, 한국무역협회(KITA) 등이 참여하는 ‘Universo K-food Brasil 2026’ 팝업 행사가 열리고 있다. 라면과 김치, 음료 등 한국 식품은 물론 K-뷰티와 편의점 문화, 요리 시연 등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같은 움직임을 종합하면 브라질에서 한류는 더 이상 K팝이나 드라마만의 현상이 아니다. 콘텐츠를 보고, 음식을 먹고, 제품을 구매하고, 궁극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하나의 소비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맥도날드가 K팝, KFC가 한국 드라마를 마케팅에 활용한 데 이어 아웃백이 고추장과 코리안 핫도그 등 K-푸드 자체를 전국 단위 메뉴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한국 음식이 브라질 한인사회의 틀을 넘어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가 경쟁적으로 활용하는 주류 문화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