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오는 9월부터 연말까지 최소 6차례의 폭염(Onda de Calor)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이번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할 경우 폭염 횟수가 예상치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국립자연재해감시경보센터(Cemaden)가 과거 47년간의 기온과 엘니뇨 발생 기록을 분석한 결과, 앞으로 수개월 동안 브라질에서 평균적으로 최소 6차례의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엘니뇨 시기인 2023~2024년에는 8월부터 12월 사이 무려 9차례의 폭염이 발생했다. 1979년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었다.
연구진은 해수 온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올해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루 이틀 더운 게 아니다…밤에도 식지 않는 ‘폭염’
폭염은 단순히 하루 기온이 매우 높은 현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Cemaden이 설명하는 폭염은 최소 3일 연속으로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이다.
낮에만 뜨거운 것이 아니라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더위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건강에 미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번 전망을 분석한 Cemaden 연구원 Mabel Calim Costa는 과거 엘니뇨 사례를 바탕으로 산출한 평균치가 6차례이지만, 직전 엘니뇨 때는 9차례나 발생했다며 해수 온도가 계속 상승할 경우 더 강한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9월부터 심상치 않다…평년보다 최대 3도 높을 가능성
아직 첫 번째 폭염이 정확히 언제 시작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9월 기온 전망에서는 브라질 대부분 지역이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최대 3℃가량 높아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기상과학 전문가 Marcelo Seluchi는 9월부터 엘니뇨의 초기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브라질 중부와 남동부를 중심으로 강한 더위가 나타나고, 남부에서는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수 온도가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앞으로 폭염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예전에는 일부 지역만 더웠는데…이제 전국이 동시에 뜨겁다
더 큰 문제는 브라질의 폭염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980~1990년대에는 극심한 더위가 상대적으로 드물었으며 주로 북동부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특히 2020년 이후부터 폭염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동시에 영향을 받는 지역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과거처럼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브라질 여러 지역이 동시에 폭염의 영향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기압이 특정 지역에 장기간 머물면 마치 ‘뚜껑’처럼 구름과 비의 유입을 막는다. 이 과정에서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갇히고 토양의 수분까지 감소하면서 기온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구 평균기온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기상조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강한 폭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157개 도시 ‘심각한 가뭄’
폭염은 가뭄 상황도 악화시킬 수 있다.
Cemaden의 통합가뭄지수(Índice Integrado de Seca)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에서는 157개 도시가 심각한 가뭄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북부와 북동부에 피해가 집중돼 있으며, 토칸칭스(Tocantins)에서는 50개 도시, 바이아(Bahia)에서는 18개 도시가 해당 상황에 포함됐다.
고온과 강수량 부족이 계속되면 토양과 식물에서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기존 가뭄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국토 35% 이상 산불 고위험…560개 도시 경보
산불 위험도 커지고 있다.
CPTEC/INPE와 국립기상연구소(Inmet), 세아라 기상수자원재단(Funceme)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560개 지방자치단체가 높은 산불 위험 단계에 놓여 있다.
해당 지역을 합치면 300만㎢ 이상으로, 브라질 전체 국토의 35% 이상에 해당한다. 특히 아마존과 판타나우 사이 지역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 정부는 엘니뇨와 산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위기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4,600명 이상의 연방 산불진화 인력을 동원할 계획이다.
폭염이 장바구니 물가까지 덮치나…식료품 최대 19.9% 상승 가능성
엘니뇨가 가져올 경제적 영향도 우려된다.
기후 충격으로 농축산물 생산과 공급이 영향을 받을 경우 육류와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기사에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신선식품 가격이 최대 19.9% 상승하고, 가정 내 식료품비도 6.32% 오를 가능성이 제시됐다. 가격 충격은 기상이변 발생 이후 최대 6개월 정도 지나 정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엘니뇨는 단순히 ‘더운 여름’에 그치지 않고 폭염과 가뭄, 산불 위험 증가에 이어 농산물 생산과 식료품 가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