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투데이] "한국이 싫었습니다. 무조건 해외로 나가고 싶었죠."
이렇게 말문을 연 이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오뚜기슈퍼(Otugui)’를 운영하는 하윤상 씨(1961년생). 한국 경기도 가평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87년 11월 22일, 가족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홀로 파라과이로 떠났다. 이후 더 큰 시장을 좇아 브라질로 건너오며 그의 파란만장한 이민생활이 시작됐다.
초기 정착은 험난했다. 상파울루 봉헤찌로 지역에 작은 식료품점을 열고, 1년 365일,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지역 한인 사회는 그의 성실함을 높이사면서 자연스레 방문고객도 늘어났다.
하지만 무장강도 사건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평범한 하루였던 가게에 손님으로 위장한 6명의 강도가 들이닥쳤고, 머리에 총구가 겨눠지는 아찔한 순간을 견뎌야 했다. "직원들에게 항상 말했습니다. '다 줘도 되니, 다치지만 마라.' 그래도 한동안은 총 소리에도 깜짝 놀랐습니다."
1990년대 초, 브라질이 수입 시장을 개방하면서 그는 한국 식품 수입에 도전했다. 하지만 수입절차를 몰라 부정한 통관 브로커에 의존했고, 결과적으로 밀수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의 얼굴은 브라질의 유명 탐사보도 프로그램 ‘Aqui Agora’를 통해 전국에 공개되었고, "한국인 밀수범"으로 낙인찍혔다.
수감생활은 더욱 끔찍했다. 8인실 감옥에 28명이 갇힌 가운데, 언어장벽과 문화 차이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방송을 본 한인 출신 브라질 경찰관이 등장, 무장 경찰 네 명과 함께 “이 사람은 내 삼촌이다.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보호에 나섰다. 그 덕분에 그는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다시 브라질에 남기로 결심했다. "브라질이 내게 준 게 너무 많았습니다. 배신할 수 없었죠." 그는 자신이 겪은 좌절과 실패를 '오뚜기처럼'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미로 회사를 ‘오뚜기’라 명명하고,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한인 슈퍼마켓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그는 한국 식품, 특히 신라면을 포르투갈어 라벨로 수입해 현지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브라질만이 누리는 특별한 수입 시스템이다. 현 중남미한국식품연합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모든 한국 제품 포장에 태극기를 붙일 수 있도록 협회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인터뷰 영상은 재외동포협력센터에서 2024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수행한 ‘중남미지역 재외동포 구술채록’ 사업의 일부로 제작됐으며, 최근에서야 유튜브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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