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치학교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낯설었다. 그러나 개강 이후 온라인 강의를 듣고, 어느새 수업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60대 후반에 다시 시작한 배움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삶과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10기는 전 세계에서 50여 명이 참여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진행된다. 강의는 정치 이론을 넘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철학, 민주주의의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깊은 통찰을 던진다.
돌이켜보면 학업은 늘 순탄하지 않았다. 이민 초기 언어와 생계 문제로 중단해야 했고, 이후에도 여러 나라를 오가며 배움을 이어갔다. 그런 내가 다시 ‘정치학교’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선택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정치’라는 단어가 갖는 사회적 색깔 때문이다. 어느 날, 친구 집에 다녀온 막내 딸이 불쑥 물었다.
“엄마, ‘빨갱이’가 뭐야?”
아내는 순간 당황했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딸은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친구 엄마가… 태권도 사범이고 예전에 민주평통 회장 했던 사람, 그 빨갱이가 너희 아빠래…”
순간 웃어넘겼지만, 그 말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농담처럼 흘려보낸 이야기였지만, 마음 한켠에는 씁쓸함이 남았다. 정치와 이념이 얼마나 단순한 낙인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치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바로 그런 ‘이름 붙이기’의 이면이다. 김대중의 삶은 수차례 죽음의 위기와 탄압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신념을 지켜낸 과정이었다. 감옥에서의 독서와 준비, 그리고 국민을 향한 책임감은 단순한 정치인의 영역을 넘어선다.
강의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따라온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는 누구인가.” 그 답은 거창하지 않다. 국민을 사랑하고, 동시에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시민의 요구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 역시 새롭게 다가온다. 멀리서 단편적으로만 접했던 4·3, 5·18, 그리고 촛불과 빛의 혁명까지. 그 모든 과정은 누군가의 희생과 선택 위에 쌓인 결과였다. 오늘날 K-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그 바탕에 있다.
김대중 정치학교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생각하는 시민’을 만드는 배움의 장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편견과 낙인을 넘어,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된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도전이지만, 오히려 지금이기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배움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경험으로 남고 있다. <김요준- 전평통브라질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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