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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서 있던 자매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서로가 “거울같다”고 말하는 자매는 서울 종로구 화동 ‘세계장신구박물관(World Jewellery Museum)’의 부관장과 학예실장을 맡고 있는 김윤정(34)·윤지(31)씨. 외교관 가족으로 어릴 때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살아온 자매는 서로를 친구처럼 여기며 붙어 다니다 보니 친한 친구가 없을 정도다.

“어딜 가나 동양인은 우리 둘뿐이었어요.” 에티오피아,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9개국에서 살았고 60여개국을 돌아다녔다.브라질에서 태어난 윤정씨와 한국에서 태어나 3개월 만에 이국생활을 시작한 윤지씨. 두 사람에게 한국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곳, 책이나 그림엽서 속에서 만나는 나라였다.

“어머니께서 항상 저희들의 태도와 행동에 신경을 쓰셨어요.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저희를 보면서 ‘한국’이라고 생각한다면서요.” 그래서 자매는 항상 자신들이 ‘한국’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한국을 접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살았어요.” 그렇게 해외를 돌아다녔지만 집안은 언제나 한국의 가정집과 똑같았다. 우리 음악이 집안에 흘렀고 한국에서 가져온 세간살이와 이불을 덮고, 음식을 먹었다.

“이 나라 저 나라로 1년에도 몇 번씩 이사를 다녔어요. 새로운 나라에 도착할 때마다 부모님은 제일 먼저 저희를 박물관으로 데리고 가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히도록 하셨어요.”

박물관이 가장 좋은 놀이터였다는 자매는 그래서 그런지 지금 하고 있는 박물관 일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지난해 자매가 만든 ‘장신구박물관 도록’은 우리나라 최우수 박물관 도록으로 선정됐다.

“이곳처럼 이야기가 많은 박물관은 없을 거예요.” 윤지씨는 전시된 작품 모두가 자신들과 추억을 함께한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비즈의 숲’에 전시된 목걸이들은 어린 시절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기도 했고, 2층 ‘마스크의 벽’에 전시된 가면들은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사연을 들으며 설레기도 했던 물건이에요.”

‘세계장신구박물관’은 자매의 어머니이자 시인,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강원씨가 남편인 김승영 전 아르헨티나 대사를 따라 30여년간 해외 여러 나라를 돌면서 1,000여점의 장신구를 모아 세운 곳이다.



윤정씨와 윤지씨는 이러한 어머니에게서 예술적 감각과 재능을 물려받은 모양이다. 큰딸 윤정씨는 네덜란드에서 박물관학, 패션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벨기에에서 창작활동을 했다. 오는 5월에는 브라질에서 국제적인 설치 예술전을 가질 예정이다. 불문학을 전공한 뒤 다시 미대 금속공예과에 편입, 학업을 마친 윤지씨는 장신구 제작과 박물관 큐레이터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윤정씨는 요즘 오래 된 장신구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리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래 돼 낡고 빛바랜 장신구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서 재탄생되는 셈이다.

“재료들은 대부분 200~300년 된 것들이다 보니 조금만 신경을 써 주면 멋진 작품이 돼요.” 그는 “장신구엔 모두 사람이 지니게 되기까지 사연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러한 작업이 어쩌면 지난날의 이야기들을 현재로 불러내는 일인지도 모른다며 즐거워했다.

박물관에 장신구관이 있기는 하지만 장신구라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박물관을 세운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70평 남짓한 공간이 협소한 듯하지만 그 안을 채운 장신구와 사연들은 대형 박물관 못지않았다.

박물관을 지금보다 더 키우고, 지방 순회전도 가질 예정이라는 자매는 “장신구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매의 우애는 ‘세계장신구박물관’의 가장 아름다운 장신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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