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싸움이 노골적인 보복전 양상을 띄어가고 있다.

3일 이스라엘 쪽에서 가장 많은 하루 12명의 사망자가 나온 뒤, 양 쪽이 보복 공격을 감행하거나 공언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헤즈볼라는 사정거리 130㎞가 넘는 미사일 보유를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경제 수도’ 텔아비브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스라엘, 베이루트 초토화= 4일 새벽(현지시각) 20여차례 출격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시아파 밀집지역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를 공습해 몇차례 폭격으로 무너진 도시를 초토화시켰다. 전투기들은 이날 아침 기독교도 지역인 베이루트 북쪽 도시의 다리를 파괴하고 지나가는 민간 차량들에도 미사일을 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레바논 관리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 전 베이루트 남·동부에 도시를 떠날 것을 요구하는 아랍어 전단지를 공중살포했다.

공습은 전날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군 12명이 숨진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영토에 로켓탄 200여발을 발사해, 민간인 8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국경 근처 희생자들 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랍계 10대 이스라엘인 3명이 포함됐다. 헤즈볼라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 등으로 레바논으로 진격한 이스라엘군 4명도 전사했다. 이날 이스라엘 쪽 희생자 규모는 지난달 12일 개전 이래 가장 많았다.

헤즈볼라, 텔아비브 공격 경고= 이스라엘군 공습에 앞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레바논 텔레비전에 나와 “만약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격하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는 예루살렘이지만, 아랍권에서는 텔아비브를 수도로 여긴다. 인구 35만명의 항구도시인 텔아비브는 공업·상업·교통 중심도시다. 지금까지 사정거리 수십㎞의 로켓 공격을 벌여온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130㎞ 떨어진 텔아비브를 사정권에 둔 이란제 미사일 보유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는 처음이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지역 공격을 멈추면 로켓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지 유엔 관리들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침공 전 1만6천여점의 무기를 갖고 있었고,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앞으로 2주일 이상 맞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스라엘군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텔아비브가 공격받으면 레바논의 기반시설들을 파괴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이스라엘 텔레비전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국경 북쪽 6~7㎞ 지점까지 주도권을 잡아 20여개 마을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국경에서 20㎞ 떨어진 리타니강까지 진출해 평화유지군 파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1982년 철수한 지역을 재점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