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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12일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 2003년 ‘한국 수퍼모델 예선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공개홀 앞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모델 지망생 ‘학부모’ 100여명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대회가 시작되면서 셔터가 굳게 내려졌다. 참가자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 아침부터 비가 뿌린 비로, 질척해진 현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부모들도 보였다.

오전 8시쯤 이곳에 도착했다는 김영주(42)씨는 줄곧 현관에 서서 딸(16)을 기다리고 있었다. 86년 이후 출생자가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이고 보면 딸은 최연소 참가자인 셈이다.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내년엔 입시 공부를 해야 한다. 경험을 쌓아두면 좋다”고 했다. 하긴, 이번 예선에 참가한 열여섯살짜리는 모두 9명이나 된다.

오전 10시쯤 한 20대 여성이 헐레벌떡 공개홀에 도착했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 자격이 박탈됐다”는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예선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234명. 총 2000여명의 지원자 중 서류·비디오 심사를 통과한 모델 예비생들이다. 이날 심사를 거쳐 40여명만이 ‘한국 수퍼모델 본선대회’에 진출하게 된다.


특히 이번 대회는 기획사에 소속돼 있는 사람에게도 출전권이 부여된 첫 대회다. 주최 측에선 “참가자들에게 보다 폭넓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최근의 ‘연예 기획사 전성시대’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압구정동 연예기획사 ‘폰테’는 소속 연예인 2명을 이번 대회에 내보냈다. 둘다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새내기’ 연예인들이다.
  

기획사의 이창근(33) PD는 “경험이 없는 연기자들이 경험도 쌓을 겸 ‘프로의 세계’를 느껴보도록 수퍼모델 대회에 출전시켰다”고 말했다. 수퍼모델 대회 입상은 중요한 ‘경력’이 된다는 것. 이날 출전한 재일교포 김유리(20·오오츠대학)씨의 경우, 기획사 ‘폰테’ 사장이 ‘미스코리아 재팬’ 대회에 갔다가 발탁한 케이스. 김씨는 당시 미스코리아 재팬 미(美)로 입상했다. 김양을 데리고 일본에서 어머니, 할머니까지 건너온 상태다.


미스코리아 대회, 수퍼모델 대회…. 각종 미인 대회 입상은 ‘연예계 등용문’으로 불린다. 때문에 ‘겹치기’ 참가도 다반사. 지난해 ‘수퍼모델’ 대회에 나왔던 A(19)양은 이번 대회에 다시 출전했다. 공개홀 밖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 이모(48)씨는 “아무 준비없이 출전했던 작년에도 예선은 통과했으니, 몸매 만들기에 힘을 쏟은 올해에는 꼭 본선에 나갈 것”이라며 “딸이 꼭 MC가 되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러나 A양은 예선에서 탈락했다.


낮 12시30분. 총 105명의 2차 예선 합격자가 발표됐다. 기획사 ‘폰테’에 소속된 범효정(18·용인정보산업고)양은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예선에 들 거라고 확신하진 않았지만 막상 떨어지고 나니 서운하다”고 했다. 곁에서 기획사PD가 “기획사에서 ‘위로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내년에도 기회가 있다”고 위로했지만 범양은 “다시 출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최종 본선 엔트리가 발표됐다. 총 39명의 본선 진출자 가운데 기획사에 소속된 예선 참가자는 10명에 달한다. 전체의 25%가 이미 어딘가 기획사에 속해 있는 ‘예비 연예인’이라는 말이다. 참가자들의 참가 목적은엇비슷하다. 정주영(18·김포공고)양은 “입상하면 연기자가 되기 쉬울 것 같다”고 했고 최은정(21·동아방송대)씨는 “방송 쪽 일을 해 보고 싶어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선진, 이소라 등 많은 수퍼모델 출신들이 MC, 연기자 등 방송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참가자들의 전공이나 경력도 다양해졌다. 발레과, 경찰행정학과, 회화 및 판화과, 커뮤니케이션학과, 선교학과…. 청소년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배구선수 출신도 있고 유명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참가자도 있었다. 일본 교토외국어대학, 미국 CSU대학 등 ‘유학파’도 늘어났다. 이화여대 성악과 조현주(22)씨는 “일단 대회에 입상하면 모델이나 연기자 활동을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 진출자 39명은 오는 7월과 8월, 두달여 합숙훈련을 거친 뒤 9월 26일 본 대회에 나오게 된다. 이날 예선에서 탈락한 B(18)양은 “몇달 간의 준비가 물거품이 됐다”며 빗 속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는 “기회가 닿는대로 미스코리아, ‘○○ 아가씨 선발대회’ 등에 나가보고 싶다”며 자꾸 눈가를 문질렀다. B양의 최종 목표는 TV에 나오는 탤런트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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