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MBA


logo

 
banner1
포토뉴스
연재/컬럼


조선일보하루 동안 마법 쓴다면? "투명인간돼 카페서 글쓸 것"
거울에 소원을 빈다면? "몸에 좋은 담배 만들고 싶어"
퀴디치게임 아이디어는? "남자친구와 싸운 후 떠올라"


마법을 걸기엔 걸맞지 않게, 음울했던 날씨가 졸지에 화사해졌다. 26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영국 런던 ‘로열 알버트 홀’ 무대에 설치된 마법의 성 문이 열리자, 전 세계를 ‘해리 열병(Harry Fever)’에 빠뜨린 저자 조앤 캐슬린 롤링(38)이 "하리! 하리!(Harry의 영국발음)"4000여 어린이 팬 앞으로 걸어 나왔다. 기다림이 지루해 “레덕토!”(눈앞의 물건을 폭파시키는 소설 속 주문)를 외쳤던 장난스러운 함성은 이내 환호로 바뀌었다.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에서 추첨을 통해 롤링을 만나는 행운을 얻은 어린이들은 마법에 걸린 듯 달뜬 표정이었다.


지난 21일 해리 포터 시리즈 제5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the Order of the Phoenix)’ 발매를 기념해 영국의 출판사가 마련한 작가와의 대화. 객석에선 폭죽이 터지고, (제2편 ‘비밀의 방’에 나왔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비상등을 깜빡이며 위에서 끈에 매달린 채 내려오는 무대장치가 별났다. 타원형 객석 앞 무대는, ‘불사조…’의 책 표지와 소설의 주무대인 마법 학교(호그와트 스쿨)를 응축한 세트로 꾸며졌다.


“마법이 있다고 믿나요?” 지구 모양의 홀 위쪽 대형 스크린에는 호기심 가득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질문이 영상으로 비쳐졌다. “나는 믿지 않아요.”


“하루 동안 마법을 쓸 수 있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죠?” “투명인간이 되어 카페에서 글을 쓰고 싶어요.” 롤링은 유명해진 뒤 겪는 불편함을 솔직히 토로했다. “글 쓰기는 워낙 외로운 작업이라 손님들이 오가는 카페에서 자주 썼는데, 알아보고 참견하는 이들이 많아 이젠 집에서 쓸 수밖에 없는 처지죠.”


“소설을 다 쓰고서 가장 보고 싶은 작품 속 인물은 누구죠?” “해리요. 아무래도 해리의 여행이고 그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까요.” 이니셜을 따 ‘JK’로도 불리는 롤링은 “‘조’라는 애칭을 가장 좋아하고, 성을 말할 때는 ‘로울링’으로 발음해 달라”고도 했다. 일문일답은 계속됐다.


“작품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죠?”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차창 밖 들판에 소들이 노니는 것을 보고 착안한 건데, 어떻게 떠오른 생각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20세기 최후의 신데렐라’일 그녀는 ‘세기적 영감(靈感)’을 우연으로 돌렸지만, 이전 인터뷰에서는 “몽상가이자 허풍선이었던 할아버지가 물려준 자산 때문인 것 같다”고 했었다.


“거울을 보면서 소원을 빌 수 있다면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이 뭐죠?” “(90년 당시 45세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 계신 모습을 보고 싶고…, 몸에 좋은 담배가 개발됐으면 해요.” 심란했던 표정에 웃음기가 살아났다. 줄담배를 피웠던 그녀는 3년 전 담배를 딱 끊었다고 한다.


“교사가 된다면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싶죠?” 실제 프랑스어 교사 경력이 있는 롤링은 “과학 쪽보다는 인간성과 창의성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죠?” “비틀스와 그 멤버인 조지 해리슨이요.” 아이들이 환호했고, 롤링은 “객석에서 함성이 터지니 비틀스와 가장 가까워진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등장인물의 희한한 이름을 어떻게 생각해냈죠?” “덤블도어(마법학교 교장)는 정의와 지혜를 말하는 영국 옛말에서 따왔고… 그냥 만든 게 아니라 영국·프랑스 고어(古語)나 라틴어에서 만들어 냈죠.” “퀴디치(빗자루를 타고 벌이는 격렬한 경기)는 어떻게 만들었어요?” “예전 남자친구와 대판 싸운 뒤에 술집에서 열 식히려다 떠올랐어요.”


“순박했던 해리가 왜 갈수록 변해가죠?” “나이가 들수록 속세를, 부패를 보게 되고 성숙해진다는 거예요. 마법의 세계에도 실제와 같이 거짓·배신·부정이 있는 거죠.”


롤링은 ‘성인이 된 해리에 대해서도 쓸 거냐’는 질문에 “그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인이 될지 지켜보라”면서 확답은 피했다. 그녀의 ‘해리 포터’는 7편으로 완결된다. 롤링은 작품의 음산하고 폭력적인 요소에 대한 비판에는 “내 소설은 도덕적인 것이고, 아무에게도 악몽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해피 엔딩’을 예고한 적이 있다.


롤링은 “제5편 583쪽을 펴달라”면서 해리와 교사의 진로상담 내용을 1인 다역(多役)의 목소리로 연기했다. 금발 생머리, 아담한 키의 그녀가 소설 낭독을 마친 뒤 위에서 밑으로 내뿜는 짙은 연막을 뚫고 무대 뒤로 사라진 뒤, 불사조 영상이 한동안 홀을 감돌았다. 맨체스터에서 왔다는 허스트(10)군은 “너무 멋진 자리였다. 얼른 가서 반쯤 읽은 5편을 다 읽고 싶다”고 말했다.


로열 알버트 홀을 나선 몇몇 어린이들은 제법 따가워진 햇살 아래 고깔 요술모자와 망토를 쓰고 두른 채 다시 “해리 포터!”를 외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영상 시대, 활자의 반역’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피카딜리 광장으로 향하는 더블 데크(2층 버스) 겉면에 그려진 ‘Hip, Hip, Harry(펄쩍 펄쩍 뛰어라 해리)!’ 광고판이, 답답한 러시아워 길거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팔린 베스트 셀러’를 진득하게 홍보하고 있었다.




door.jpg
?

  1. No Image

    ''김영환씨집'' 도난당한 무기명 채권 대부분 특검수사관 장씨 손거쳐

    조선일보김영완(50)씨 집 떼강도 사건으로 도난당한 채권 중 시중에 유통된 무기명채권은 대부분 송두환 특검팀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사채업자 장모(44)씨의 손을 거친 ...
    Views2183
    Read More
  2. "마법이 있냐고요? 난 믿지않아요"

    조선일보하루 동안 마법 쓴다면? "투명인간돼 카페서 글쓸 것" 거울에 소원을 빈다면? "몸에 좋은 담배 만들고 싶어" 퀴디치게임 아이디어는? "남자친구와 싸운 후 떠올라"...
    Views1919
    Read More
  3. 미얀마와 북한

    조선일보과거 군부압제로부터 탄압받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대미관(對美觀)에는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군부정치를 막지 않거나 후...
    Views1907
    Read More
  4. 남북 이산가족 금강산서 7차 상봉

    조선일보“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있다니….” 27일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장인 북한 금강산의 김정숙휴양소. 36년 전 납북된 외아들 윤경구(55)씨를 만난 어머니...
    Views2009
    Read More
  5. No Image

    신혼여행서 신부 돈 훔쳐 도주

    조선일보결혼식도 치르지 않고 혼인신고만 한 채 신혼여행을 떠났다 첫날밤에 신부의 돈을 훔쳐 달아났던 신랑에게 혼인은 무효라는 판결이내려졌다. 신부 A씨가 신랑 B씨를...
    Views2029
    Read More
  6. 한나라 새 대표에 최병렬후보 확정

    조선일보한나라당 새 대표에 최병렬(崔秉烈) 의원이 선출됐다. 한나라당은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개표 결과를 발표, 최 의원이 4만6074표로 대...
    Views1993
    Read More
  7. [駐韓 외국상공인들] “한국선 문제 해결하는데 돈 필요”

    조선일보부패방지위는 25일 신라호텔에서 미국·유럽·일본·캐나다 주한 상공회의소 대표 10여명을 초청해 ‘외국경제단체 반부패협의회’를 가졌다. 주한 상공인들은 한국에서...
    Views1965
    Read More
  8. [全 前대통령 재산목록 제출] 그대로 “현금 30만원뿐”

    조선일보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부인·자녀 등 일가족 8명의 재산 목록을 23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전씨측이 명시한 재산 내역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
    Views2217
    Read More
  9. 고려때 원나라 요청으로 그린 현존 最古 ''변상도'' 발견

    조선일보서기 1334년 5월, 원(元)나라 사람의 요청으로 고려 사경승(寫經僧·불경의 글과 그림을 필사하는 승려)이 제작한 감색(紺色) 종이에 금가루로 그린 변상도(變相圖·...
    Views1929
    Read More
  10. 서울서 회고전 여는 오노 요코

    조선일보짧게 자른 머리, 둥근 선글래스. 비틀스 멤버 존 레넌(1940~1980)의 부인 오노 요코(小野洋子·70)가 한국에 왔다. 오노는 존 레넌을 사로잡아 버린 뒤 세기의 팜므...
    Views2763
    Read More
  11. No Image

    연수-유학길 불황은 없다

    조선일보3주 500만원짜리 매진…파출부 해서라도… 서울 종로의 한 유명 유학원이 지난 3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내놓은 영어캠프 프로그램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정...
    Views2629
    Read More
  12. [한나라 대표경선 D-3] 혼전… “1·2위差 수천표 이내 접전”

    조선일보“4강구도” “2강 2중이다” 평가 갈려 투표율·수도권 표심이 승부 가를 듯 한나라당의 대표 경선전이 21일로 투표 D-3일이 됐다. 6명의 후보들은 이번 주말을 대세 ...
    Views222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81 382 383 384 385 386 387 388 389 390 Next
/ 390
상호명 : 투데이닷컴(웹)/한인투데이(일간지) / 대표자 : 인선호 / E-Mail : hanintodaybr@gmail.com/webmaster@hanintoday.com.br
소재지 : R. Jose Paulino, 226번지 D동 401호 - 01120-000 - 봉헤찌로 - 상파울로 - 브라질 / 전화 : 55+(11)3331-3878/99721-7457
브라질투데이닷컴은 세계한인언론인협회 정식 등록사입니다. Copyright ⓒ 2003 - 2018 HANINTODA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