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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세자녀와 엄마의 죽음'' 시민들 애도…분노…


생활고를 비관한 주부 손모(34)씨가 자녀들을 아파트 14층 창문 밖으로 던지고 자신도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지  하루가 지난 18일, 손씨와 세 자녀의 빈소가 차려진 인천 S병원 영안실. 영정이 놓여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영정 대신 네 명의 이름을 나란히 적은 흰 종이가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손씨 부부의 고향인 충남 태안에서 상경한 동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탄식하고 있었다. 조문객은 10여명, 영안실 한쪽 구석에는 손씨의 남편 조모(34)씨가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지만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입을 닫았다.


인천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려 숨진 주부 손모(34·인천시 서구 가정동)씨와 손씨의 세 자녀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그렇게 쓸쓸했다.


고향인 충남 태안의 한 초등학교 동창인 손씨 부부는 결혼해 인천에서 둥지를 틀었다. 남편 조씨가 가구공장에 다니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려 오던 가족은 3년 전 다니던 가구 공장이 부도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남편 조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일용 노동직에 종사하며 근근이 가족생계를 유지해 왔으며, 손씨도 식당 주방일을 하며 생계를 도왔다.


하지만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항상 쪼들렸으며, 이 때문에 손씨는 2000여만원의 카드빚과 1000여만원의 은행 대출까지 받아가며 생계를 유지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나 전국을 돌아다니던 남편 조씨는 몇 달 전부터 대전의 한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손씨는 15평의 연립주택에서 세 자녀와 함께 어렵게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생활은 점점 어려워졌다. 손씨가 “(아이들) 병원 갈 돈이 없다”며 1만~2만원씩 꾸러 다니는 일도 최근 더 잦아졌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사고가 난 17일 오후 중학교 친구가 손씨를 찾아왔을 때는 “살기가 힘들다. 내가 죽으면 애들은 어떻게 될까”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죽음을 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손씨는 친구가 떠난 뒤, 아이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타 집에서 7㎞ 가량 떨어진 인천시 청천동의 20층짜리 S아파트에서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에 따르면, 손씨의 세 자녀들은 이날 오전까지 자신의 연립주택 단지 내에서 자전거를 타며 놀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손씨가 살던 연립주택 경비원 박모(71)씨는 “손씨가 평소에 말수가 별로 없고 이웃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며 “서민들이 사는 이 연립주택에서도 손씨 아이들의 옷차림이 눈에 띌 정도로 남루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손씨 부부는 자립적인 생계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생활보호 대상자 혜택에서도 제외됐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선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세 자매와 어머니 동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과 애도의 글이 줄을 이었다. 26개월 된 딸을 뒀다는 한 가장은 “아주 오랜만에 조용히 흐느꼈다”고 적었다.


“아이들이 떨어지면서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요. 다음 세상에선 돈에 자유로운 곳에서 태어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죽을 용기로 일하면 좋은 일도 있을 텐데, 왜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는지….”


“하루 내내 마음이 쓰려 아무 일도 할 수 없네요. 어른들의 잘못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요.”


“그 당시의 애들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착잡합니다. 누구는 로비했다고 몇 억을 쓴다는데 단돈 몇 만원에 목숨 거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그러나 죽기 싫다는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주부 손씨에 대한 비판의 글도 많이 올랐다. 판단능력 없는 어린 자녀를 죽음에 동반하는 것에 대해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49세라는 한 네티즌은 “가장은 무책임하게 가출하고 부인은 안 죽겠다는 아이들을 죽이다니… 우리 부모님들은 이보다 더한 어려움에도 우리 형제들을 키웠습니다. 생명의 귀중함을 아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도 “자기 자식이라도 자기 소유는 아니다”라며 “자식을 죽이는 일은 비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김호기(金晧起) 사회학과 교수는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빈부 격차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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