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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라는 나라를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다인종 다민족이 몰려 살며 지역별 문화 차이도 대단하다. 이런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가장 큰 방법은 바로 투표이다. 가장 먼저 말하자면 일단 투표는 의무제도이다. 국민 모두 한 표를 꼭 행사해야 하는 브라질 선거 제도. 재미있게 역사로 알아보자.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 당연히 유럽에서 넘어온 백인이 땅을 일구며 개척했다. 북부에서 시작된 사탕수수 재배가 크게 성공하자 대규모 농사를 짓기 위한 일손을 찾았다. 처음에는 이곳에 살던 원주민을 노예로 부렸지만 허약한 체질과 각종 질병으로 죽어 나가 대체 인력을 찾았고 그 인력이 바로 비극의 산 역사인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다.


수백 년간 500만 명 이상의 노예가 끌려왔다. 백인이 직접 잡아 온 것이 아니라 넓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종족 간 전쟁으로 서로 죽이고 일부는 잡아 백인에게 팔아넘긴 것이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수많은 흑인이 이곳에서는 강제로 포르투갈어를 배우며 피가 섞였고 지금의 인종을 만든 것이다.


현재 전체 인구 46%는 혼혈인이다. 42%는 백인이지만 이것도 동서남북 유럽인이 뒤섞여 있다. 남미 전역에 퍼져 살던 원주민도 일부 섞이며 특유의 인종이 만들어졌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 따라 사는 사람이 다르다. 넓은 아마존이 있는 북부 지역에는 원주민계 혈통이 가장 많고, 동북 지역은 백인 혼혈인, 농업이 주류를 이루는 남부는 가우쵸라고 불리는 백인계가 많다. 


인종이 뒤섞이며 독특한 문화와 계층이 만들어졌다. 백인 계층은 농장과 사업을 일궈내어 후손 대부분은 상류층이 되었다. 반대로 노예로 끌려온 흑인의 삶은 비참하다. 특히 1888년도에 노예제가 폐지되며 해방됐지만, 준비되지 않은 채 내쫓긴 그 후손은 아직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남아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무엇인가 국가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이끌고 나가기는 것은 쉽지 않다. 지역, 인종, 출신으로 나눠 각자 원하는 것을 주장하면 밑도 끝도 없이 말만 하다 끝난다. 또한 누가 투표할 수 있는지 결정도 쉽지 않다. 노예 출신은 당연히 차별받았고, 외국에서 온 이민자에게도 똑같은 한 표를 주는 것이 부담되었다.


상류층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1875년 유권자 번호(Título de eleitor)를 도입했다. 순수 목적은 누가 투표할 수 있는지 정하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돈이 있어도 유권자 번호가 없다면 투표할 수 없었고 당연히 얻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그래도 차츰 변화를 일으키며 1932년에는 여성 투표권 1988년부터는 16세 이상과 문맹자 투표권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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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종과 문화 그리고 넓은 대지의 영향으로 무엇하나 바꾸기 쉽지 않다. 의견이 난립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고자 도입한 것이 바로 의무투표다. 유권자 번호(Título de eleitor)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모두의 권리를 막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제는 누구나 한 표를 의무적으로 행사 하도록 만든 것이다. 즉, 강제로 모두의 목소리를 듣도록 한 것이다. 


이게 꼭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투표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유권자 번호를 통해 관리한다. 선거법원은 수시로 선거명부를 관리하며 투표 여부 사항을 조회하고 공개한다. 이 번호는 일상생활에서 크게 이용된다. 가령, 회사에서 채용할 때 또는 신원 확인을 위해 여러 서류를 검토할 때 꼭 빠져서는 안 되는 번호다.  


투표 안 하면 벌금도 있다.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이것보다 당장 여권과 주민등록증 발급을 거부당한다. 또한 공기업에 다닐 경우 월급을 받을 수 없으며 공기업에 취업할 수도 없다. 더 나아가 공립학교 등록, 연방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수 없다. 군 제대증과 연말정산도 거부당해 상당히 곤혹스럽다.  


만약 투표를 못 했을 경우 가령, 병가 또는 해외여행으로 부재했을 경우 그 사유를 꼭 선거 법원에 제시해야 한다. 선거 법원은 지역마다 동사무소 같이 있어 평상시 선거 명부 등록 및 거주 주소 이전 등 모든 것을 제출하는 곳이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넘어가고 그렇지 않다면 골치 아파지는 것이다.


투표는 대체로 일요일이다. 놀러 가고 싶은 사람도 많지만, 누구나 한다. 근데 얼마 전부터 기권표가 늘기 시작했다. 전체 투표의 50%를 넘기면 그 선거는 무효가 된다는 헛소문이 있었다.  누구도 찍어주기 싫어할 때 이를 핑계 삼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기권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1차 선거에서 50%와 한 표를 더 받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 50% 넘지 않을 경우 2차 선거가 치뤄진다. 1차 선거 1.2위가 경합하고 3.4위 후보는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한다. 30여 개의 정당이 지역별로 협상하여 후보를 물색하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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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재미있는 것은 전자 투표다. 문맹률이 높은 이곳에서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과 번호조차 외우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엉뚱한 곳에 표를 주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1990년대 처음 전자 투표가 도입됐다. 전자 투표는 모든 것을 빠르게 대처했다. LCD 화면이 도입되어 확인 누르기 전 내가 선택한 후보 얼굴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개표는 더욱더 빠르다. 투표함 데이터를 전용 펜 드라이브에 옮기고 이를 다시 전용선을 이용하여 선거법원 중앙 서버에 연결하면 바로 집계된다. 밀림 지역에 배 타고 들어가 투표함을 비행기로 차로 나르다 보니 개표가 며칠 걸렸었는데 이제 그날 저녁에 바로 발표된다.


진정한 무기는 투표로 세상을 바꾸는 데 있다. 고귀한 시민 권리는 투표에서 나온다. 지역 발전과 제도를 고치기 위해서 밟는 첫 단계이다. 투표하지 않으면 그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게 바로 브라질 한인이 가진 한이다. 영주권자는 브라질 국민과 의무가 똑같은데 투표할 수 없다. 


물론, 브라질 국적으로 귀화한 사람은 의무적으로 투표한다. 예전에는 이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과 선거 날 놀러 가지 못하는 현실이 귀찮다는 사람도 있었다. 브라질 한인은 대부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브라질에서 투표하지 못하지만, 모국 선거 또한 꿈에만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가능하다. 우리가 원하는 후보를 고르고 한 표를 행사하며 국민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만 안다. 지난 2018년도 대선에 생애 처음으로 투표했다. 재외선거인으로 사전 등록하여 떨리는 가슴을 안고 투표장으로 향했다.


내 손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을 뽑는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 외국에 살면 다들 애국자가 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다. 하여간 투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과 뿌듯함을 준 것이다. 누구나 알듯이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시민이 행사해야 할 최고의 무기이다. 


내년 3월 9일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한국에 거주지가 있으나 브라질에 머물고 있는 국외부재자와 거주 영주권을 가진 재외선거인 등록은 미리 해야 한다. 재외 선거는 2월 23~28일에 실시되는데 사전 등록은 오는 1월 8일까지 해야 한다. 


등록 방법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ova.nec.go.kr)에 접속하여 신청서를 받는 방법 또는 이메일로 (ovsaopaulo@mofa.go.kr 또는 shkwon21@mofa.go.kr)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주상파울루 총영사관을 직접 방문하여 신청할 경우 여권과 영주권 원본을 가지고 가면 된다. 문의 전화는 011-3141-1278(내선번호 241)으로 하면 된다. 


이번 2022년 대선에 해외에 있는 우리 모두 사전에 등록하여 꼭 투표하자. 이는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유일한 길이다. <브라질 재외동포 - 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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