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P 연쇄 테러 ‘범죄’로 치안 악화 위기</b>

by 인선호 posted May 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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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파울로 지역 최대 범죄조직인 ‘제1도시군사령부’(PCC) 소속 조직원들은 12일 밤부터 12시간 동안 상 파울로市 와 근처 도시 Osasco, Cubatao, Ribeirao Preto 등에서 경찰서와 검문소, 경찰관 집 등 55곳을 습격, 기관총을 난사하고 사제 수류탄 등을 터뜨려 지금까지 경찰관 23명을 포함해 적어도 30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치는 보복성 연쇄 테러를 자행 해 이에 대응하는 중무장한 경찰병력이 경계강화에 나서면서 주요 도시는 전시를 방불케하는 긴장에 빠졌다.

‘PCC’가 공권력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은 주 치안당국이 수감중인 ‘PCC’ 조직원 765명을 상 파울로시에서 620㎞ 떨어진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로 이감한 데 따른 보복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PCC’와 수감된 이 조직원들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이 조직의 두목 급 8명을 지난 10일부터 감시가 철저한 주 내의 다른 교도소로 옮기자, ‘PCC’가 이에 반발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가장 많은 경찰서가 동시에 습격 당했을 뿐 아니라 교도소 폭동까지 겹쳐진 최악의 폭동이라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평가했다. 브라질의 한 정부 관계자는 “범죄조직이 국가 치안의 척수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13일 “6개 교도소의 폭동은 진압했으며, 사망한 인질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습격 과정에서 경찰관과 시민 다수가 다친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습격사건 현장에서 ‘PCC’ 조직원 16명을 체포해 추궁하고 있다.

브라질 관리들은 'PCC'의 경찰서 공격이 이라크 무장세력의 수법과 비슷하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중앙정부가 지원 병력을 상파울루에 급파할 계획인 데다 경찰 내부에서 이번 기회에 'PCC'를 소탕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공권력과 범죄조직 간 ‘전면전’이 벌어질 공산이 커졌다.


브라질 남동부 상파울루의 최대 범죄조직

'PCC'는 92년 수감자 111명이 숨진 브라질 최악의 감옥 소요사태인 ‘Carandiru’ 교도소 학살을 계기로 조직된 단체다. 이 후 ‘Taubate’ 교도소로 옮겨진 수감자들이 처우에 불만을 품고 93년 조직한 한 이들은 “고문과 학살을 자행하는 교정시설의 파괴”, “감옥으로부터의 혁명 수행” 등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웠다.

'PCC'는 이후 상 파울로주 25개 교도소를 장악한 대형 조직으로 성장해 납치,은행강도,무기 밀거래 등을 저질러 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2001년에는 3만 여명의 재소자와 그 가족들이 하루 만에 상 파울로주의 28개 교도소를 장악한 소요사태를 주도했다. 진앙지인 브라질 최대 교도소 ‘Carandiru’에서는 진압 직후의 수색에서 권총과 칼, 코카인, 휴대전화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2003년 11월에도 10일 동안 50군데가 넘는 경찰서에서 기관총과 폭탄을 사용해 3명의 경찰관을 살해했다.pok2.gif

영국 BBC 인터넷판은 ‘이들 조직이 군부독재 당시인 1970~80년대 초반 감옥의 반체제 인사들로부터 조직구성 및 운영방법을 익히며 거대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고 지적하고 ‘일부 조직은 좌파사상을 받아들이면서 ‘소득의 균등한 분배’를 주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도시 고지대에 집중된 거대 빈민가는 새로운 조직원과 자금, 은신처를 제공하는 활동무대가 되기도 한다.’ 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 정치,경제분석지 ‘스트래트포’는 ‘상 파울로의 혼돈상황이 계속될 경우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룰라 대통령은 대선출마를 위해 지난 3월 주지사직을 사퇴한 제랄도 알키민 전 주지사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표심이 ‘범죄와의 전쟁’에 실패한 현 정부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표명했다.

이 겁 없는 범죄조직의 활동은 브라질만의 문제는 아니다. 느슨한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 마약무장단체와 무기를 공급하는 파라과이,아르헨티나의 부패군부 등과 결탁하면서 전 남미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브라질 전역에서 활개치는 거대 갱단의 폭력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구 1%의 대지주가 전체 국토 45%를 소유하는 등 극심한 빈부격차와 관대한 총기허용 정책의 부작용이 결합하며 연간 1만 건 이상의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2004년 총기사망자 숫자도 3만6천명에 달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중남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룰라 대통령은 폭동을 진압하고 추가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당국에 지시했다. 이 사건은 대선을 앞둔 룰라 대통령에게 볼리비아 에너지 자원 국유화 방침에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비난에 이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 치안 ‘최악’…교도소는 범죄학교

브라질의 치안 상태는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인구 10만 명당 연간 살인사건 발생이 7건인 뉴욕에 견줘 상파울로는 3배, 리우데자네이루는 6배 수준이다.

살인, 강도, 납치, 마약밀매가 횡행하기 때문에 갑부들은 방탄차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경찰과 범죄조직 사이에는 백주에 총격전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 파울로의 빈민가는 범죄조직들 손에 떨어져, 경찰의 통제가 쉽게 미치지 않는다.

범죄조직들에게 총은 ‘기본품목’에 불과하다. 2003년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의 마약거래조직 거점을 기습한 경찰은 대전차 로켓포와 함께 다량의 수류탄, 소총을 압수했다. 한 군부대에서는 군용차량과 소총들이 도난 당했다. 같은 해 갱단 조직원들이 헬리콥터를 교도소 옥상에 대고 두목 구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교도소는 교화의 장이 아닌 ‘범죄학교’가 돼, 그 안에 범죄조직이 활개친다. 경찰과 교정 당국, 범죄조직 사이의 싸움은 피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모두 19만4천여 명을 수용하고 있는 교정시설들은 정원의 2~3배를 수용한 경우가 흔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의 소년교도소 3곳을 조사하고 낸 보고서에서 “교도관들의 수감자 구타 등 가혹행위가 일상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에는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된 ‘축구 황제’ 펠레 아들이 갱단의 위협을 피하려고 교도소를 바꾸기도 했다.

범죄조직들의 치밀함과 관리들의 부패는 재소자들이 교도소로 무기를 반입하게 만들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바깥이나 다른 교도소 재소자들과의 ‘연합 작전’을 가능하게 한다. 교도소 안 살인사건 발생률이 바깥의 수십 배라는 사실은 브라질 교정시설의 역설적 현주소를 말해 준다. 범죄조직들은 좋은 조건의 감방 사용을 조건으로 재소자들한테서 돈을 챙기기도 한다.

넓게 보면, 열악한 브라질 치안 상황은 사회경제적 모순과 연결돼 있다. 소득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로 보면, 브라질의 경제 불평등은 세계 10위권이다. 무토지 농민들과 목장주, 정부와의 갈등도 범죄와 사회 모순을 악화시키고 있다.


중남미 교도소 개선 계기돼야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벌어진 브라질 교도소 폭동 사태로 67명이 숨지면서 중남미의  ‘느려터진’ 사법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남미의 대다수 교도소가 적정 수용인원을 2∼4배 초과하는 ‘콩나물 시루’인 상황에서 특단의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수감자 폭동 사태는 계속 되풀이될 것으로 전망된다.pok1.gif

유엔 통계에 따르면 중남미 18개국의 수감자는 모두 60만 명에 육박하며 절반이 넘는 54%는 더딘 사법 체계 탓에 아직 검찰의 구형도 받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화장실과 식당 등 수감 시설이 극도로 더러워지고 수감자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른 곳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2002년에는 도미니카에서 28명, 2003년에는 온두라스에서 69명, 2004년에도 온두라스에서 103명과 엘살바도르에서 31명, 2005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32명의 수감자들이 폭동과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유엔 중남미수감자범죄예방기관(Ilanud)의 엘리아스 카란차 국장은 “경범죄일 경우 수감하는 대신 사회 봉사 등을 시키는 방법으로 감옥을 비워나가야 한다”며 “현재의 중남미 감옥 실태를 봐선 앞으로도 교도소 폭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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