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남편과 가족을 도와주세요”…한 여인의 간곡한 호소

by 인선호 posted May 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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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닷컴] 한인회로 올해 초 한 통의 편지가 도착됐다. 편지 속에는 포르투갈어로 써 내려간 장문의 편지와 함께 CD 한 장이 담겨있었는데,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진 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도움을 청하는 한 여인의 간절한 사연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녀가 함께 보내온 CD에는 보기에도 무척 야위고 수척해 보이는 60대 중년의 한 동양 남자가 병석에 누워 있는 모습과 브라질 여인이 그 옆에서 수발을 들고 있는 사진 여러 장이 담겨 있었다.

한인회는 사진과 동영상 속 주인공이 한국인 김 일(61)씨라는 것을 파악한 후 곧 바로 회장단 내부회의를 소집해 논의를 가진 결과 지원책 모색에 앞서 현장 실사 파악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문일자나 방문단 구성을 놓고 큰 고심에 빠졌다. 주소를 추적해 보니 상 파울로 시내에서 약 350킬로 정도나 떨어진 워낙 오지인데다가 당시 현장에 파견할 인원확보에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방문계획을 잠시 유예하기로 결정하고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김대기 재정부회장, 김대웅 한인회 총무 그리고 이세훈 재무부장 등 한인회 실사 방문단이 구성되어 마침내 지난 달 9일(토) 현장 방문을 다녀왔다는 것.

방문단이 직접 만난 김 씨는 모습은 사진 속 보다 더욱 허위고 초췌한 모습 이였다. 편지를 보낸 김 씨의 아내 마리아 파찌마 씨는 반가움 대신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파찌마씨는 “이 곳이 워낙 시골이다 보니 다른 한국인은 찾아 볼 수 없고, 남편이 한국인이라 외부에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국 공관과 한인회 등에 작년부터 편지를 보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는데….” 라며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오랜 지병인 고혈압으로 고생하던 김 씨는 당뇨까지 얻어 지난 2년 전에는 대퇴부를 제외하고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대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얼굴을 제외하고 급격하게 몸이 야위어지기 시작해 뼈만 앙상하게 남았으며, 현재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하루도 버틸 수가 없는 상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대 부분의 치료 약은 시 병원에서 무료로 배급 받고 있지만, CILOSTAZOL(50mg 30Comprimidos), OMEPRAZOL(20mg), COMPLEVITAN 등이 약품들은 무료 배급대상에서 제외 되어 별도로 구입을 해야 한다.

1960년 1차 이민 세대인 부모님을 따라 브라질로 이민 길에 올랐다는 김씨는 3남 1녀 중 장남으로 브라질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삼바드림을 꿈꾸던 청년 이였다고 했다.

85년 지금의 아내인 마리아 파찌마 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해 1명의 아들(떼오르 김. 15세)을 두었다. 이 후 한번의 헤어짐이라는 아픔도 겪었지만, 곧 이들은 재결합했다.

김 일씨는 미국에 여동생과 히오에 남동생이 거주하고 있지만 동생도 형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여동생과는 연락도 두절된 상태다.

그 전에는 그나마 아내가 소일을 하면서 간간히 생계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수술 후에는 대.소변은 물론 조그마한 거동 조차도 혼자 해결할 수 없다 보니 지금은 아예 일도 그만 두고 남편 곁을 지키고 있다.

그 동안 김 씨가 평소에 아끼던 낚시 배와 자동차까지 팔아 생활비와 약품 구입비용으로 지출했지만 수입이 없다 보니 가계부는 항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요즘은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의사인 김대웅 한인회 총무는 “상파울로 시내에 부모님의 물려준 유산(건물 또는 주택)이 있다던가, 오래 전 모친에 이어 작고한 부친이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김씨는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까지 혼미 또는 기억력 쇄퇴 증상으로 보아서는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김대기 재정부회장도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쓰러진 가장을 돌보며 헌신적으로 수발을 들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돌아 오는 길에 지니고 있던 현찰을 김씨의 아내에게 전해 주고 왔다. 지금 돌이켜 보면 더 못 주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라며 당시의 안타까운 마음을 늦게나마 전했다.

방문단의 현장 실사 보고를 전해 받은 서주일 한인회장은 “현재 한인회 재정 상황을 고려해 우선 김씨 가족에게 매달 R$250을 지원하기로 하고, 한인사회에도 알려 김씨 가족의 지원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 라며 개인적으로 김씨 가족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는 교포 독지가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이렇게 모아진 성금은 별도로 관리해 일정 액수를 정기적으로 아들 은행계좌로 입금하는 방안을 고려 중에 있다. 한편 한인회는 한인복지회의 대상 추천을 받아 지난 해부터 극빈 한인 20명에게 매달 생활보조비 지원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문의전화 : (011) 3209-9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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