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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수필가의 따뜻한 동행, 절정의 순간>

[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절정의 순간

윤세영 수필가의 글이 너무도 가슴에 닥아와 여러분과 같이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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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에 지하철역에서 일곱 살쯤 보이는 남자아이가 “엄마, 내 평생 이렇게 더운 날은 처음이야”라고 말해서 속으로 웃고 말았다. 어린아이가 평생이라니 가당치 않아서였다. 그런데 나 역시 세상모르던 10대에는 눈부신 20대까지가 삶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서른이 되고 보니 아직 제대로 인생을 시작도 하지 않은 젊은 나이가 아닌가. 그래서 조금 수정했다. “쉰을 넘기면 사는 재미가 없겠지”라고. 물론 그때는 쉰이 금세 온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살아가면서 그렇게 거듭 ‘한평생의 상한선’을 수정해 가는 사람이 내 주변에 또 있다. 내가 젊은 나이일 때 50대였던 지인은 “난 칠십까지만 살 생각이야. 그 이상은 잉여의 삶이잖아”라고 말하더니 훗날 칠십을 목전에 두자 “요즘은 다들 건강하니 팔십이 예전의 칠십이야”라며 슬며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80대가 된 요즘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다. 물론 그분은 이제 더 이상 한평생의 데드라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제 어느 나이나 흔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어떤 나이든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터득했기 때문이리라. 

최근 미국에서 열두 살 여자아이가 10년 후 스물두 살의 자신에게 쓴 편지를 인터넷에서 보았다. 그 아이는 10년 후를 상상하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펜을 꾹꾹 눌러 편지를 썼지만 그 다음 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 편지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의 평생이 너무 짧아 안타깝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평생의 길이가 절대적인 건 아닌 것 같다.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산다면 말이다.

박우현 시인은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라는 시에서 ‘마흔이 되면/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이윽고/마흔이 되었고/난 슬프게 멀쩡했다/쉰이 되니/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예순이 되면/쉰이 그러리라/일흔이 되면/예순이 그러리라//죽음 앞에서/모든 그때는 절정이다/모든 나이는 아름답다/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라고 썼다.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가 절정이라면 우리는 지금 절정의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리하여 언젠가는 다시 그리워하게 될 순간들임을 기억한다면 평생 처음인 더위에 시달려도, 평생 가장 힘든 시기여도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다.  

윤세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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