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발사체가 28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우주로 보내는 데 사용될 엔진의 발사 시험이 성공했다. 이 엔진은 2021년 발사 목표로 독자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장착된다. 이로써 한국은 우주발사체의 핵심인 중대형 액체엔진 기술을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갖게 됐다. 다른 나라의 우주발사체에 기대지 않고, 원할 때마다 다양한 목적의 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탐사에 나설 수 있는 ‘위성 주권 확보ㆍ우주개발 자립’의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뗀 것이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시험발사체 엔진이 151초 동안 정상 연소했다고 밝혔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시험발사체 발사 성공 기준(140초 동안 엔진 연소)을 달성했다”며 “우리의 우주개발 역량이 한 단계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사된 시험발사체는 151초 엔진 연소 종료 후 관성 비행을 통해 발사 319초에 최대 고도 209㎞에 도달했다. 이어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나로우주센터에서 429㎞ 떨어진 제주도 남동쪽 공해상에 떨어졌다.

권세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상연소시험과 다른, 실제 비행환경에서 우주발사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험발사체 발사는 애초 지난달 25일로 계획됐으나 엔진으로 연료를 밀어 넣는 가압장치에 문제가 생겨 한 차례 연기됐다.

전 세계에서 75톤급 이상 중대형 우주발사체 액체엔진을 자력으로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 6개국뿐이다. 한국이 7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리기까진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4년 10월 연소실 압력이 세지는 연소 불안정성이 발견돼 지상연소시험 일정이 지연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진 설계를 20차례나 바꾸며 16개월이 걸렸다. 지금까지 총 10기의 75톤급 엔진을 만들어 100회, 8,326초 누적 연소시험을 진행했다. 이번 시험발사체에 쓰인 엔진은 7번째로 제작된 것이다. 발사 전까지 지상에서 3회의 연소시험(누적 135초)을 수행했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1.5톤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 저궤도에 올리기 위한 누리호 개발 계획(사업비 1조9,572억원ㆍ사업 기간 2010~2022년)의 두 번째 단계도 마무리됐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시험발사체 성공으로 누리호 개발에 큰 도약을 이뤄냈다”고 평했다. 이창진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주발사체의 핵심인 엔진의 기술적 불확실성을 제거한 만큼 앞으론 비교적 수월한 과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나로호와 시험발사체 비교_ 송정근 기자/2018-11-28(한국일보)

누리호 개발 계획 마지막 단계에선 3단형 발사체 본체 등 발사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21년 2월과 10월에 누리호를 쏘아 올려 최종 성능을 점검한다. 누리호 발사 전까지 75톤급 엔진 29기와 7톤급 엔진 10기(현재 4기 제작)를 추가로 만들어 엔진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 2020년 12월 75톤급 엔진 4기를 엮은 클러스터 연소시험도 진행한다. 누리호에는 시험발사체에 쓰인 것과 같은 75톤급 엔진 5기가 사용된다. 1단에는 4기를 묶어 장착한다. 2단과 3단에는 75톤급 엔진과 7톤급 엔진 각 1기가 들어간다.

항우연은 제작공정 안정화, 추가 설계개선으로 제작비용을 낮추기로 했다. 한국형 발사체를 수요가 급증하는 500㎏ 이하 소형 위성 전용으로 개발해 미국ㆍ유럽 등 대형 발사체가 선점하지 못한 ‘틈새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기술 장벽을 넘어 원할 때 원하는 곳을 탐사할 수 있는 ‘우주 주권’을 확보하게 된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외나로도(고흥)=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