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앤 파트너스가 조사한 시민권 지수(QNI)에서 독일이 82.7점으로 최고… 한국은 50.8점으로 36위


10년 전만해도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 아래서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 사진 : MICHAEL SOHN-AP-NEWSIS

독일의 시민권 지수(QNI)가 6년 연속 세계에서 최고로 나타났다. 195개국의 시민권 가치를 측정한 결과다.

영국의 국제 법률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가 조사하는 QNI는 한 시민이 누리는 국내·외적 요인을 고려한 수치다. 국내적 요인은 해당국의 경제력과 유엔 인간개발지수(HDI), 그리고 평화로움과 안정성을 종합한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한 시민이 자유롭게 여행, 정착할 수 있는 나라 수와 이들 나라의 경제력과 안정성 등을 고려한다. QNI는 궁극적으로 국적과 여권의 가치를 나타낸다.

조사 결과 독일이 지수 82.7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덴마크와 프랑스가 82.4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상위 32위는 대부분 유럽국가들이 차지했다. 경제통합에 따라 회원국 내를 자유롭게 이동, 취업할 수 있어서다.

독일은 10년 전만해도 ‘유럽의 병자’로 불렸지만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취임한 이래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독일의 QNI 지수 1위를 이끈 요인은 견실한 경제와 급성장하는 국내총생산(GDP), 높은 유엔 HDI 지수(기대 수명, 일인당 소득, 교육 수준 포함) 등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의 호황과 밝은 경제 성장 전망을 두고 이렇게 논평했다. “고용 성장세가 강하고, 실업률이 어느 때보다 낮으며, 생산 성장이 기대 수준을 넘어서고, 재정 입지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 / 사진 : MATTHIAS SCHRADER-AP-NEWSIS

독일의 QNI 1위를 이끈 다른 핵심 요인은 국민이 누리는 여행의 자유다. QNI를 창시한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헌법 교수 드미트리 코체노프 박사는 “독일의 경우 무비자나 도착비자(VOA)로 갈 수 있는 나라가 176개국으로 여행의 자유 점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이번에 QNI 톱10 목록에서 밀려나 11위를 기록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나면 순위는 더 내려갈 전망이다. 코체노프 박사는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 EU 완전 탈퇴)를 택하면 주요 30개국에서 정착과 취업 권리를 누릴 수 없어 시민권의 질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폭력적인 분쟁을 겪지 않고도 시민권 수준이 크게 손상된 국가로서 세계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EU 탈퇴 후 영국은 ‘아주 높은 수준의 시민권 국가’에서 ‘높은 수준의 시민권 국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나 독일 같은 나라 수준에서 브라질이나 루마니아 같은 나라 수준으로 순위가 떨어질 것이다.”

코체노프 박사는 “교훈은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EU 시민권은 아주 소중한 자산이다. EU 탈퇴는 영국 국민의 수많은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절대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될 문제다.”

QNI 지수에서 아프가니스탄이 14.6점으로 195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행과 정착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며 경제력과 평화·안정 점수가 아주 낮은 결과다. 한국은 지수 50.8점으로 칠레, 싱가포르 등에 이어 36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30위(56.2점), 중국은 60위(37.4점)를 차지했다. 한국은 여행 자유 분야에서 싱가포르, 일본, 핀란드에 이어 4위를 기록했지만 해외 정착 면에선 42위에 그쳤다.

미국은 최강의 경제력을 갖고 있지만 자국 내 핵무기 보유와 국제 분쟁 개입에 따른 낮은 글로벌 평화지수, 그리고 낮은 해외 정착기회 등으로 유럽국에 밀린 28(63.5점)위에 그쳤다.

– 이사벨 게레첸 아이비타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