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김정은은 자기 고모부를 총살시키고 의붓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신경작용제 VX로 암살한 30대 초반 젊은이다. 권력세습으로 지도자 자리에 올라 세계 최빈국으로 손꼽히는 북한을 통치한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국가 자원을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쏟아붓는다. 그것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북한정권의 파멸은 거의 확실하다.


그의 행동이 아무리 정신 나간 듯 보일지라도 미국·한국·일본의 외교정책 담당자들은 그를 비이성적인 미치광이로 여기지 않는다. 아버지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권력유지라는 하나의 지상목표에 따라 움직이며 그것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 그들은 믿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많은 문제가 설명된다. 이라크 지도자 사담 후세인에게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이 그를 제거할 수 있었다고 김정은 정권은 봤다. 리비아 실력자 무아마르 카다피도 자진해서 핵프로그램을 포기해 미국에게 당했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선 핵무기 개발과 그것을 날려보내는 위협적인 미사일 시험발사의 실시가 정권교체 시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최상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법도 하다. 그렇게 하면 아무도 감히 북한 정권을 집적거리지 못할 것이다. 그의 무장은 그것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선의 보험이라고 보기 때문이며 그를 포함해 북한의 어떤 군사 지도자든 전쟁을 일으킬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럴 경우 싸움에 져 권력을 잃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고위 정보당국자는 “나는 북한의 김씨 부자가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이 문제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익명을 요구했다). “그들의 기본 동기를 분석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53년 이후 한반도에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이라크 지도자 사담 후세인에게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이 그를 제거할 수 있었다고 김정은 정권은 봤다. / 사진 : NEWSIS


그러나 지난 8월 28일 있었던 것과 같은 미사일 발사 시험은 그 정보당국자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 북부 바로 위로 미사일을 날려 보내는 것은 동아시아의 긴장된 지정학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위험한 행동이었다. 발사 후 도호쿠 지역 주민들이 공습 사이렌 소리와 긴급 대피령에 잠에서 깨어나 아연실색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격분했다.


북한이 일본 영토 상공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과거 외부세계의 의례적인 비난이 있은 뒤 상황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북한은 아마도 일본을 위협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일본 정부가 최근 일방적인 대북 경제제재를 더 많이 발동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사일이 코스를 벗어나거나 또는 의도한 만큼 멀리까지 날아가지 않았다면(북한 미사일이 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다) 바다에 떨어지지 않고 일본 북부 도시 삿포로 도심 한복판으로 날아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사일에 탄두가 장착되지는 않았지만 시험발사에 희생자 발생 또는 쉽게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더 폭넓은 전쟁 위험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말마따나 “무모한 행동이었다”.

트럼프 정부와 우방국들이 기본적인 대북 정책을 재고하게 만들 만큼 무모했을까? 그들의 전략은 기본적인 냉전 시대의 억지정책이다. 지역 전체에 군사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남한 주둔 미군이 언제든 전투태세가 돼 있음을 북한에 인식시킨 뒤 김정은이 알아들었으리라 가정하는 식이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끊임없는 발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김정은이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 로스앤젤레스를 타격할 가능성은 트럼프를 고민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런 까닭에 트럼프 대통령은 선제적 타격을 포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만일 그렇게 되면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중국까지 끌어들일 수도 있다.


그런 선제적 타격은 여전히 최후의 옵션이라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위성 사진이 제시될 경우에만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 그들은 김정은이 비이성적인 건 아니지만 아버지 김정은보다 더 호전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은 목표달성을 위해 군비를 확장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고 여긴다. 바로 모든 주한미군의 철수와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다(트럼프 대통령이 이성적이라고 김정은과 그의 보좌관들이 생각하는지는 커다란 그리고 중요한 미스터리다).


김정은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자신의 도발 행위로 미국이 마침내 남한을 떠나게 되리라 생각할까?(익명의 남한 정보 당국자는 “거의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노선을 유지할 것이다. 물론 문제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다. 테스트로 겁주려다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