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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9 15:22

<김동순칼럼> 푸르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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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삶을 배제해 문학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인 진리이다. 입증할 수 있는 근거라면 작품 속에 작가의 성장과정이나 그들 나름대로의 사상이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주옥같이 피어난 작품들을 만나보는 산책의 시간이 나의 졸고 안에서 시작된다. 학창시절, 은사이셨던 미당 서정주님을 작품 속에서 다시 만나 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은 정지용 님의 시 [향수]와 더불어 엮어서 읽히는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시다. 그의 시는 지하철 역에서도 만날 수 있고 가수 송창식씨의 노래말로도 익숙하다. 특별한 수사법이나 기교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표현으로 나타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는 구절은 그리움이 저절로 묻어나오고 ‘저기 저기 저 …..’ 하며 가을 끝 자락에  마구 흩어진 가을 나뭇잎들을 정신 없이 바라보는 듯한 시인의 모습이 청순한 소년과도 같다.  한국의 보들레르 라고 불려지기도 했던 미당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여러번 오르기도 했으나 2000년 수상을 하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나셨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미당 선생님은 하얀 색의 모시 한복을 즐겨 입으셨는데 그래서인지 먼 발치에서도 시인은 모습은 유난히 돋보였다. 눈의 시선을 허공에 두고 느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강의하시는 음성을  들으면 말이 곧 시라는 생각을 갖게되며  빠져들고 만다.  

그의 작품이나 사상을 언급하며 한 때 비난의 화살이 던져지기도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수많은 그의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들이 이 모든 것 위에서 언제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푸르른 날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할 이야 없겠지만 푸르른 날이 주는 맑고 깨끗한 마음이 우선이 되어  보고 싶은 이를  그리워하자는 순수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의 4 행에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의 구절이  특별한 느낌일 때가 있었다. 이민 온 후 , 어느 해였던가 ? 교민이 운영하는 조그만 분식점에 음식을 시켜 놓고 기다리다 우연히 눈에 띤  시집이 있어 뒤적이다보니  그 안에  ‘푸르른 날’ 시가 있다. 반가움에 읽어 내려가다 그만 이 구절에 이르자 헉헉대며 울고 말았다.

예고 없이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음식이 곧 나올텐데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의 일이 어제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다. 고국엔 봄이 오고 있을텐데 여긴 낙엽이 시작된다.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드나보다.  

지치도록 달려온 세월의 무게를 조용히 떨어뜨릴 이 계절에 , 그래도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조금 더 가져보자. <<배우리> 한글학교장, St. Francis College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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