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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소개> 브라질 Luz 배드민턴 클럽


찬 비를 몰고 올 듯, 강호에 바람이 분다. 스산한 거리의 어둠 속에 삼각형의 가로등 빛 안으로 실실 가랑비가 보일락 말락이다. 찌에떼 강변에 서성이던 새벽 비바람이 곧 루스 공원을 황급히 거쳐 갈 것이다. K노인은 푸른 대각선으로 들쳐 맨 검(라켓)을 다시 풀어 놓을 듯하다 이내 다시 고쳐 맸다.

흐흣, 괴이타! 곤륜의 일맥을 이어온 그의 검법은 팔팔한 막내아들 뻘에게도 아직 건재하다. 설사 춤을 추듯이 가볍게 그어대는 검법을 대하는 상대는 예상을 뒤엎는 고수의 셔틀콕 방향에 당혹함과 함께 귀기로운 분위기까지 느낄 정도이니.

동호인구 300만! 이것이 한국 내 배드민턴의 현주소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5개 땄고, 부동의 지존을 유지하는 세계 최강국이라는 겉 표지 못지않은 동호인수 300 만 명, 서너 개 이상의 코트를 보유한 정식 동호인 클럽만 전국에 1,600개.  전경환이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강제보급(?)을 시킨 결과? 아니면 새벽잠 없으신 노인들이 많아서, 혹은 손재주 좋고, 또 그 비용이 가벼워서......

젊은 검사 Y도 그 이유를 모른다.  섣부른 초기 이민생활로 탕진한 전 재산과 건강을 검을 움켜지면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 뿐. 무엇이… ‘가령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세 시부터 나는 행복해 진다’는 <어린 왕자>에 나온 설레임을 전해오는지 모른다. 단지 새벽에 비오고, 바람이 불면 무척 불안해 할 뿐이다.

클럽 탄생 3년째. 10월 16일 ‘찌에떼 헤가타 클럽’에서 가진 첫 공식 경기는 LUZ 배드민턴 클럽의 새로운 시작을 모색케 했다.  노끈으로 그물을 대신하며(그것이 육안으로 쉽게 안 보여 신문지를 찢어 금줄처럼 매달기도 했다) 물을 뿌려 라인을 만들어 시작한 모임이 이제 60여명의 어엿한 식구로 모였고, 이웃 지파인 송림회 임원과 한인회와 체육회에서도 방문한다 했으니 식구들 모두 안팎으로 긴장할 수 밖에.

공식 혈전도 처음이고, 참관인도 처음인 것이다. 도둑고양이처럼 슬금슬금 루스 공원의 귀퉁이를 허가도 없이 뽀시락 장난을 하듯 시작했는데 이제는 배드민턴을 못 한다면 생기를 잃을 사람들도 생겼고, 고감도의 검술을 익히려는 젊은이들이 실내 도장까지 만들어 내공을 연마하고 있고 될성부른 어린 학생까지 지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드민턴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짧은 순간에 팬티까지 젖게 하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니, 시속 360Km의 가장 빠른 공놀이<< 골프(드리이버샷) - 273km(타이거우즈), 야구(타구)-180km(새미소사) ,축구(슈팅)-150km(호베르또카를루스 )>>, 아무리 뚱뚱한 사람도 어김없이 살이 빠진다는 마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치명적인 결함은 거의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우선 그 특징으로 시작해보자. 배드민턴은 빠른 동작을 요하는 감각 운동이기에 스텝이 펜싱보다 유연해야하며 궁이나 총처럼 빠르니 집중력은 기본이고, 쉼 없이 강호(코트)를 누벼 야하니 체력이 감당 않고서는 웬만해서는 감히 칼을 든다고 말할 수 없다. 거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릴 적에 골목이나 마당에서 톡닥거리며 쳐봤다고 만만하게 보는데 천만의 말씀에 만만의 콩떡이다.  누구는 달리기 못해서 마라톤 안했나, 누군 물에 뜰 줄 안다고 수영 선수인가. 당연이 급수가 있고 구력이 있는 연유이다.

체력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지구력, 근력, 스피드, 유연성, 순발력, 파워 그리고 민첩성이 있다. 이 체력은 경기자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기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 역시 커진다. 즉 기술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는 체력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수준이 높아 질수록 그리고 양 선수의 기술이 비슷할 경우에는 체력은 경기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브라질 이민 사회에서 더 드러나는 그 취약점은 바나나의 특성과 같은데, 영양가와 그 맛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너무 싸다는 아쉬움(?)이다.  한 달에 20헤알이 회비 전부다. 그것으로 셔틀콕도 사고 장비도 보완, 구비하고 그러하고도 남아서 간간이 야유회를 갈 수 있을 정도이니, 도저히 돈이 들어와서 자랑할 만한 틈이 전혀 없다.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민주적이고 민중적이고 서민적인 운동이며,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처럼 폄하되니 위의 그 장점이 상쇄될 지경이다.

지금도 ‘민턴회원 ’들 중에 골프와 테니스, 산을 오르고 볼링을 겸해서 즐긴다. 그렇다. 이것을 하 기 위해 저것을 버리거나 희생할 부담이 없다. 새벽 다섯 시 반에 운동을 시작하니 하루 생업과는 전혀 부딪치지 않는다. 혹 늦은 밤 시간을 향유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섭섭함이라면 모를까.

이렇듯 평화롭고 소박한 ‘민턴회원’들에게도 허영에 눈을 뜨고 말았으니, 그것은 실내 구장의 필요성이다.  10월 초 브라질 오픈 국제대회를 관람한 회원들은 국제 고수들의 현란한 춤사위 같은 스텝과 거의 느낌으로 치는 정확한 타구를 보면서 경이로움과 더불어 침통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경기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중국, 일본의 동호인들이 ‘너희들이 내공을 쌓는 실내 코트가 몇 개나 되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그냥 야전에서 한다, 어쩔래 한번 붙어볼까?’ 했지만...,  아깝다 . 우리도 언제 중국, 일본 이민자들처럼 제 운동장 하나 가져야 할 텐데.

첫 공식 게임에, 첫 실내구장이다. A/B로 나눈 각 복식조는 다시 두 구룹으로 나뉘어 3~4게임을 치러야 준결승에 오를 수 있다. 바람과 매끄러운 모래 바닥 탓을 돌리던 루스 공원과는 아무래도 범상치 않다. 제 힘대로, 제 방향대로 핑계 없이 공이 정확히 나르니 사뭇 긴장할 수밖에. 물론 그간 실내에서 기량을 연마한 젊은 층이 몇 있긴 하나 정작 게임 상황은 아예 춘추전국 시대다. 찌든 듯한 대낮의 열기, 팽팽한 긴장감은 입술을 말리고 실수 연발에 아쉬움이 푹푹 쌓인다. 루스 공원에서 그렇게 깔깔거리고 탄성을 지르던 호기들은 정녕 어디로 갔단 말인가.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가. 오직 침착하게 심장의 고동을 줄이고 빨리 평상심을 되찾은 팀이 이길 것이다.

T여사, 배드민턴 하는 사람은 배드민턴만 좋아해야 한다. 사람 모인 곳이라 쓸데없는 사연도 생길 수 있겠지만 우리 T여사는 단연코 헛소문을 싫어한다, ‘우리는 운동하려고  만난 사람잉께 기분조케 운동만 잘하면 되는 거시여‘ . 간밤을 새운 듯이 식구들 먹을 음식을 다라가 넘치도록 가득 준비해 왔다. 평상시 새벽에 가져오던 뜨겁고 노오란 호박죽, 커피, 차가운 보리차의 연속이다.  그 탓인가.  경기 중 기어이 쓰러지고 말았네.  참새같이 작은 입을 모우고 옴팡지게 휘두르던 여검객은 딸이 뛰어와 사지를 주무르고 황급히 찬물을 적셔도 일어날 줄 모르니 정말 승패만 전념할 일이지 사적인 정리로 쓸데없이 음식준비에 정력을 소진하지 말았어야 했다.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이때 4개 종목에서 금메달 2개(박주봉-김문수 남자복식, 황혜영-정소영 여자복식), 은 메달 1개(방수현 여자단식), 동메달 1개(길영아-심은정 여자복식)를 따냈다. 1996 년 애틀랜타올림픽(혼합복식 추가 5개 종목)에서도 금메달 2개(방수현 여자단식, 김동문-길영아 혼합복식), 은메달 2개(박주봉-나경민 혼합복식, 길영아-장혜옥 여자복식)를 따냈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은메달 1개(이동수-유용성 남자복식), 동메달 1개(김동문-하태권 남자복식)에 그쳤다. 이어 2004아테네올림픽 에선 금메달 1개(김동문-하태권 남자복식), 은메달 2개(이동수-유용성 남자복식, 손승모 남자단식), 동메달 1개(나경민-이경원 여자복식)를 따냈다.
        
등록선수 80만 명에 동호인 4000만 명을 자랑하는 중국과 배드민턴이 국기나 다름없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틈바구니에서 이러한 성적은 대단한 것이다. 한국은 초중고 일반 등록선수를 다 합해도 1500명에 불과하다. 박주봉-방수현 같은 천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셔틀콕에 미친 사나이’ 김학석(55•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 겸 전무이사) 씨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74년 대한배드민턴협회 경기이사로 참여한 이래 30년 동안 한국 배드민턴에 모든 것을 바쳤다. 사업도 가정도 돈도 인생도 모든 것을 바쳤다. 경기 이천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배드민턴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돈을 썼다. 1974년 협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아버지에게 부회장을 맡도록 설득해 돈을 쓰게 했고 자신은 대대로 내려온 양조장을 팔아 대 표팀 경비로 썼다.

또한 자신의 잘 나가던 사업도 배드민턴을 위해 과감하게 정리 했다. 당시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김학석이 아버지 재산의 반을 배드민턴에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한국 배드민턴은 김학석 부자가 키웠다’는 말까 지 나왔을까. 1974년 김학석씨는 당시 세계 최강이던 일본 배드민턴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10년만 기다려라. 너희들을 무참하게 꺾어줄 테니…”라고 큰소리 쳤다.

그리고 틈만 나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쓸 만한 꿈나무들을 발굴해 아낌없이 지원했다. 마침내 7년 만인 1981년 1월 황선애가 그의 꿈을 이뤘다. 일본 오픈에서 세계 최강이던 도쿠다 야스코를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3월엔 영국 오픈까지 휩쓸어 버린 것.

이민 보따리에 배드민턴 라켓을 챙겨온 분들도 많았다. 오래 전부터, 가끔 공원이나 기도원, 다른 민족들의 레크리에이션 장소에 서너 번 혹은 몇 달 놀아보다가 단체 운동으로 나아가지는 못한 것이 브라질 한인의 배드민턴 역사다.  
        
10 여 년 전, 한국 내에서 한때 최고 고수급으로 통하는 타칭 ‘배드민턴 교주 P’를 중심으로 지금은 40대에 들어선 사내들이 죽자고 몇 년 세월을 배드민턴으로 키워온 역사가 있다. 브라질 클럽 대항도 출전하며, 한국인의 섬세하고 매운 손맛을 선보였었다. 그것도 잠시 그 예닐곱의 사내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다시 긴 휴지기를 거쳐 이제 60명의 식구들로 루스 공원의 새벽 어둠을 열고 있다 .  
        
강호에 바람이 분다. 손바닥이 근질거린다. 심장이 뛴다. 얼마나 닦아왔던 비기던가 . 한판 겨뤄보고 싶다. 신 새벽. ‘민턴 마니아’들은 마침내 검을 차고 집을 나선다. 경기는 보통 셔틀콕을 던져 셔틀콕 코르크가 향하는 쪽이 첫 서브권이나 코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근육이 팽팽히 당겨지고 숨이 막힌다. 감미로운 긴장감. 터질 듯한 충만감. 라켓을 잡은 손바닥이 싱그럽다. 라켓은 검이다. 알루미늄 검, 그라파이트(아연) 검, 티 타늄 검. 풋검객들은 겨루다가 곧잘 검끼리 엇갈린다. 한 순간에 검이 뎅강 부러진다. 가끔 다른 코트에서 새(셔틀콕)들이 날아든다. 또 다른 옆 코트에서도 새들이 어지럽게 날고… 사람들은 새떼를 쫓는다. 수지니 날찐이 해동청 보라매 떴다 저 종달새…. 가끔 새들은 까르르 까르르 장난치다 제 머리를 하늘(천장)에 부딪힌다.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 이제 갓 검을 잡은 풋검객부터 수십 년 내공을 쌓은 눈빛 형형한 고수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배드민턴 위에 사람 없고 배드민턴 아래 사람 없다. 배드민턴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고수는 고수대로 풋내기는 풋내기대로 똑같이 존중 받는다.

<< 뜰의 때 죽나무에 이미 와 있는 새와 지금 날아온 새 사이, 새가 있는 가지와 없는 가지 사이, 시든 잎이 있는 가지와 없는 가지 사이, 새가 날아간 순간과 날아갈 순간 사이, 몇 송이 눈이 비스듬히 날아 내린 순간과 멈춘 순간 사이, 지붕 위와 지붕 밑의 사이, 벽의 앞과 벽의 뒤 사이, 유리창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 마른 잔디와 마른 잔디를 파고 앉 은 돌멩이 사이, 파고 앉은 돌멩이와 들린 돌멩이 사이, 대문의 안쪽과 바깥 쪽 사 이, 울타리와 허공 사이, 허공 한 구석 강아지 왼쪽 귀와 오른쪽 귀 사이 /오규원의 시 ‘뜰과 귀’ >>

배드민턴 매력은 찰나를 즐기는 재미에 있다. 찰나를 즐겨?, 지나간 세월과 지나간 사람과 그 사랑과 애달픔 사이로 순간 파고드는 한 마리 새를 휘젓는 재미, 풋풋한 첫 사랑의 그 머리칼 하나씩을 쭈삣 세우던 감각의 이전, 촉감?, 촉감이전의 태초의 생명감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 환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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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호 인선호
20 Lv. 37920/39690P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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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등 tecido 2005.11.12. 17:05
동호회가입할려면어떻게하나여
댓글
2등 rldjadl 2006.01.05. 12:03
총무 김봉갑 3311-9879
실내팀장 김지영 8115-4965

회장 이준효 9934-0307

형제안경점에 여쭤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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