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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기간 이겨내기 위한 꿀잼

레몬과 꿀 그리고 호두[동아 시론/강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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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 보이는 위기 살아가는 요즘
외출 줄이며 일상 리듬 망가진 듯
할 일 목록 만들어 내 삶 살기로
호두꿀절임 잼 피클… 목록은 길다
코로나 기간 ‘다른 기억’ 갖게된 셈
이겨낸 이 시기, 반드시 기억하리
강화길 소설가

며칠 전 레몬청을 만들었다. 슈퍼에 가서 직접 레몬을 고르고, 베이킹소다로 정성스럽게 씻었다. 뜨거운 물로 가볍게 헹군 뒤 얇게 썰어, 열탕 소독을 한 유리병에 꿀과 함께 차곡차곡 담았다. 꿀이 레몬 조각 사이로 스며드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목표 하나를 달성한 기념이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살림을 야무지게 꾸려 나가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음식을 만들거나 집안을 꾸미는 일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면 취미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늘 일이 우선이다 보니 뒤로 미뤄 놓고 살았다. 프리랜서 생활을 꽤 오랫동안 해왔지만 나는 여전히 일과 생활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다. 마감이 다가오면 다른 일을 거의 하지 못한다. 외출도 하지 않고, 친구들과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다. 먹고 자고 소설 쓰고, 다시 먹고 자고 소설 쓰고, 안 먹고 안 자고 쓰고, 못 먹고 못 자고 쓴다. 계속 쓴다. 그게 나의 일상이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이렇게까지 답답하고 힘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차피 나는 매일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었고,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내 일상에 큰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 추측은 어떤 면에서는 맞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틀렸다. 밖에 못 나가는 것과 안 나가는 것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기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정말 피곤하고 겁이 나는 일이었다. 동네 마트를 가거나 산책을 할 때조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조심스럽게 돌아다녀야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두 번 나갈 일이 한 번으로 줄고, 한 번 나갈 때도 고민하다 결국 안 나가는 일이 태반이었다. 일상의 리듬이 망가진 것 같았고, 이러다 집에 완전히 갇혀 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 무섭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도 떨어져서 작업 역시 쉽지 않았다. 뭔가 달라져 버렸다는 것을 체감했지만,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기분이 가라앉았다. 냉장고 야채 칸 구석에 처박혀 있는 시든 상추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우연히,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다.


매일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어 먹고, 집 안을 청소하고 꾸미고 정돈하는 기록들을 봤다. 각기 개성과 취미가 달라서 어느 누구의 것을 골라 봐도 새롭고 재밌었다. 그렇게 나의 하루를 보내며,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씩 엿보았다. 그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주변을 채우며 시간을 알뜰하게 보듬고 있었다. 그 영상들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이 시기를 힘겹게 견디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도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자 나 역시도 일상을 가꾸고 싶어졌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정리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의욕이 일었다. 뉴스를 보며 매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직접 만들고 정리하며 뭔가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브이로그를 보며 내가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고 이렇게 적어 두었다.

그리고 어제는 호두꿀절임을 만들었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호두를 프라이팬에 구운 뒤, 유리병에 넣고 꿀을 잔뜩 붓는다. 이것으로 끝이다! 나는 호두절임과 레몬청을 식탁 위에 나란히 두고 사진을 찍었다.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잼을 만들 계획이다. 그다음에는 피클을 만들고, 또 그다음에는… 목록은 아직 길다. 무덥고 습하고,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불안하고 답답하지만, 이 시기를 그렇게 떠올리게 되겠지만 아마 내게는 다른 기억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까 직접 만든 레모네이드와 호두꿀절임을 올린 프렌치토스트. 직접 만든 것들과 앞으로 만들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올려둔 식탁. 그곳에서 읽는 책. 나는 이 긴 목록에 메모를 추가했다. “이 시기를 반드시 기억할 것.” 그럴 것이다.
 
강화길 소설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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