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맨 마지막에 체크인하면 짐 빨리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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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맨 마지막에 체크인하면 짐 빨리 나올까?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한 뒤 화물칸으로 부친 짐이 나오고 있다. [사진 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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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때론 체크인을 빨리하면 그만큼 나중에 빨리 짐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행이나 출장을 위해 비행기를 탈 때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목적지에서 짐가방 등 수하물을 찾는 일이기 때문일 겁니다. 가급적 빨리 짐을 찾아서 공항을 떠나고 싶어서일 텐데요.
그러면 정말 공항에서 맨 마지막 또는 처음에 체크인하면 화물칸으로 부친 짐이 빨리 나오기는 하는 걸까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물어봤더니 답은 "별 효과 없다"였습니다.
체크인을 맨 마지막에 하면 나중에 짐을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속설도 나온다. [사진 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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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항공사의 경우 비행기가 도착하고 짐이 나오는 순서는 대부분 유사합니다. 우선 퍼스트클래스, 즉 일등석 승객의 수하물이 가장 먼저 나오고 이어서 비즈니스클래스의 짐이 뒤를 따릅니다.
그다음은 항공사별로 운영 중인 멤버십이 우선하는데요. 대한항공은 ▶밀리언마일러 ▶모닝캄 프리미엄 ▶모닝캄 회원 등이 해당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플래티늄 ▶다이아몬드 플러스 ▶다이아몬드 ▶골드 등의 멤버십이 있습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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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용 컨테이너에 그 답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A380은 컨테이너(162cmX156X154cm) 34개가 들어갑니다. 또 B747-8i는 컨테이너를 38개까지 실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그리고 주요 멤버십 고객의 짐은 이들 컨테이너에 별도로 구분해서 싣고 내리게 됩니다. 그러면 항상 짐이 빨리 나올 수 있는 겁니다.
항공사들은 좌석 등급과 멤버십 종류 별로 컨테이너를 구분해서 싣는다. [사진 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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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B737처럼 작은 비행기는 컨테이너 대신 팔레트를 사용해 짐을 싣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좌석 등급이나 멤버십별로 짐을 구분해 놓게 됩니다.
또 단거리 비행의 경우는 팔레트도 쓰지 않고 그냥 가방을 싣기도 한다네요. 이럴 땐 가방에 붙은 등급별 표식(태그)을 확인해서 짐을 먼저 내리게 됩니다.
그럼 일반석 짐은 어떤 순서로 내릴까요? 그야말로 '복불복' 입니다. 별다른 순서가 없다는 얘기인데요. 작업자들이 어떤 컨테이너를 먼저 내리느냐, 그리고 이 컨테이너 중에서도 어떤 걸 먼저 열어서 짐을 보내느냐에 달렸다는 의미입니다.
인천공항의 수하물 수취대 앞에서 여행객들이 짐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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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승객들이 체크인한 순서대로 수하물 작업을 하지만 마지막에 비행기에 컨테이너 등을 어떤 위치에 싣느냐는 또 다른 얘기이기 때문인데요.
탑승 수속이 끝나면 수하물 적재 책임자(로드 마스터)가 화물 팔레트와 컨테이너의 무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비행기의 무게 균형에 맞게 화물 적재를 지시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내 짐이 어느 위치에 실릴지는 사실 알 수가 없게 되는 겁니다.
즉, 나중에 체크인한다고 해서 내 짐이 실린 컨테이너나 팔레트가 나중에 실리는 게 아닌 겁니다. 또 맨 처음 수속했다고 해서 가장 안쪽에 실리는 것 역시 아닌 셈입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이 있을 경우 붙이는 태그(왼쪽).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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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체크인 때 카운터 직원에게 'Fragile(깨지기 쉬움)' 표지를 붙여 달라고 하면 나중에 짐이 빨리 나온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짐이 실리는 위치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그리 효과가 있지는 않다는 게 항공사들의 얘기입니다.
또 좌석 등급이 한 가지인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는 비상구 좌석 등 추가 요금을 내고 구매한 좌석에 한해 별도의 태그를 달아 수하물을 빨리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겁니다. 기분 좋은 여행과 출장을 위해 짐이 다소 늦게 나오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기다리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아무리 기다려도 짐이 안 나올 땐 수하물 수취대 주변에 나와 있는 해당 항공사 직원에게 빨리 도움을 요청하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