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핵·미사일 정책 전문가인 군축협회의 대릴 킴벌(사진) 소장은 1일(현지시각)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외교적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기회의 창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북한 신년사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하자면?

“김정은은 국내 및 국제사회의 청중들을 대상으로 핵심적인 국방 목표, 즉 전략적 핵보복 능력을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시험에 비춰볼 때, 미국이 공격할 경우 핵무기로 미국을 보복타격할 능력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논의하기 위한 조속한 남북간 회담을 제안하고,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평화적 환경 마련”을 요청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김정은도 미국 및 한국, 일본과의 충돌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충돌은 북한 정권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어떤 충돌도 피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신년사가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신년사는 외교적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기회의 창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한 기회가 실현될지 여부는 상당 부분 한국 및 미국의 지도자들이 조만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핵 충돌이나 북한의 전략적 억지력의 전면적인 실전배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과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명백한 혹은 암묵적인 군사행동 위협을 중단하도록 말이다.”

-평창올림픽이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했듯이, 다가오는 평창올림픽은 얼음을 깨고 오판과 전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북한과 상호 조처들을 논의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신년사에는 북-미간 대화에 대한 신호는 없어 보이는데.

“김정은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명백한 조짐은 없었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되고 미국이 (전략) 폭격기 기동훈련이나 북한 국경 근처에서의 영공 비행 등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북한도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분명히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도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가?

“신년사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고 현명했다. 김정은이 남북대화 및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자는 문재인 정부의 요청에 응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북한이 중대한 핵 보복능력을 갖고 있는 점, 그리고 북한을 비핵화시킬 수 있는 실행가능한 ‘군사 해법’은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추가로, 미국 정부는 상호관심사와 관련해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열려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