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1박2일’ 뒷얘기를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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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1박2일’ 뒷얘기를 공개합니다
정치에디터석 통일외교팀 기자 zone@hani.co.kr
안녕하세요. 정치부 통일외교팀에서 일하는 노지원 기자입니다. 오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동원된 ‘의전’ 뒷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7∼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상으로서는 25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우리 대통령의 공식 초청을 받은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나 총리만이 국빈 방문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교부의 의전 메뉴얼을 보면 외국에서 온 손님 대접은 예우 수준에 따라 국빈, 공식, 실무, 사적 방문 등으로 나뉩니다. 국빈으로 방문하는 외빈만큼은 예포 발사, 청와대 공식 환영식, 연회·문화공연 등이 포함된 최상의 서비스를 받습니다.
그런데 1992년 국빈 방한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25년 동안 왜 미 대통령들은 국빈 방문보다 한 단계 낮은 격의 공식 방문을 했던 걸까요? 외교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미국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국빈 방문을 제안하더라도 정중히 사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국빈 방문을 하면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느라 일정이 빡빡해지고, 경호 등 신경 쓸 일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격식을 차리기보다 실속있게 ‘일만 빨리 하고 가자’는 그간 미국 정부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전용 ‘청와대 공식 환영식’을 극찬했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최고 수준의 환영식. 정말 영광스럽다. 어딜가도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7일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태운 차가 청와대 앞길에 도착하자 70여명의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는 차량을 둘러싸고 호위하며 청와대 안까지 행진했습니다. 임금님 행차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죠.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 도착했을 땐 장병 300여명이 참여한 군악대 및 전통악대, 의장대가 미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표현한”이라고 묘사한 이 공식 환영식은 세계 각국의 의전 담당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하다고 합니다. 2004년부터 2007년 1월까지 재임한 백영선 당시 외교통상부 의전장 시절 만들어졌다는데요. 146마리의 말을 동원한 기마대가 샹젤리제 대로를 따라 외빈을 호위하는 프랑스 국빈 환영식과 비견될 정도로 평이 좋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입니다.
방한 첫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도 특별한 의전이 보였습니다. 식탁에 독도에서 잡아 올린 ‘새우’를 넣은 잡채가 등장했는데요.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한-일 영토 갈등을 상기시키려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의전 담당 관계자는 반드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독도 새우는 “모양은 새우지만, 맛은 랍스터”일 정도로 정말 맛이 좋다네요. 우리 정부는 유명 호텔들과 돌아가며 만찬을 준비하는데, 이번엔 특별히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을 섭외해 메뉴를 정했다고 합니다.
만찬 초대 손님의 식탁엔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청주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잔에만 콜라가 담겼습니다. 여기에도 의전의 비밀이 있습니다. 주최국이 만찬 메뉴를 정하면 이를 사전에 상대국에 알려주는 게 관례입니다. 참석자 대부분에게 메뉴를 바꿀 기회가 주어지지 않지만, 대통령은 선호와 취향에 따라 메뉴를 살짝 조정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정상을 특별히 배려하는 의전의 기술이죠. 술을 마시지 않는 걸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잔에 콜라가 담긴 이유입니다.
이번 방한에 활용된 의전 차량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 캠프 험프리스, 용산 기지 등으로 이동할 때 전용 헬기 ‘마린 원’에 몸을 실었습니다. 청와대나 숙소로 이동할 때는 전용 리무진 ‘유에스에이 원’을 탔습니다. 미국 의전팀은 순방에 필요한 모든 이동수단을 미국에서 직접 가져왔습니다. 의전 관례상 국가 수반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는 해당 국가가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차량을 직접 공수해가는 경우도 있지만, 현지에서 지원하는 경호 차량의 보안 수준이 떨어지는 등 예외적인 때만 해당됩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언제 어딜가든 스스로 준비해 온 이동수단만 이용한다고 합니다. 1963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암살 등 각종 대통령 음해 사건을 겪으며 미국의 예외없는 ‘철통 경호’가 자리를 잡았다고 하네요.
방한 중 일부 시민단체가 반트럼프 시위를 열었습니다. 앞서 정부는 “외교적 결례’라는 의전 상의 이유를 들어 시위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가 지나는 길목에서 팻말을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쪽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시위대를 본 미국 의전팀 관계자가 한국 의전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반대 시위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웰컴(환영)’이라는 펼침막도 보이더라. 우리가 정말 인기있긴 한가보다(We are so popular).”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에디터석 통일외교팀 기자 zone@hani.co.kr
안녕하세요. 정치부 통일외교팀에서 일하는 노지원 기자입니다. 오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동원된 ‘의전’ 뒷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7∼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상으로서는 25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우리 대통령의 공식 초청을 받은 다른 나라의 대통령이나 총리만이 국빈 방문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교부의 의전 메뉴얼을 보면 외국에서 온 손님 대접은 예우 수준에 따라 국빈, 공식, 실무, 사적 방문 등으로 나뉩니다. 국빈으로 방문하는 외빈만큼은 예포 발사, 청와대 공식 환영식, 연회·문화공연 등이 포함된 최상의 서비스를 받습니다.
그런데 1992년 국빈 방한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25년 동안 왜 미 대통령들은 국빈 방문보다 한 단계 낮은 격의 공식 방문을 했던 걸까요? 외교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미국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국빈 방문을 제안하더라도 정중히 사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국빈 방문을 하면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느라 일정이 빡빡해지고, 경호 등 신경 쓸 일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격식을 차리기보다 실속있게 ‘일만 빨리 하고 가자’는 그간 미국 정부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전용 ‘청와대 공식 환영식’을 극찬했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최고 수준의 환영식. 정말 영광스럽다. 어딜가도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7일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태운 차가 청와대 앞길에 도착하자 70여명의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는 차량을 둘러싸고 호위하며 청와대 안까지 행진했습니다. 임금님 행차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죠.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 도착했을 땐 장병 300여명이 참여한 군악대 및 전통악대, 의장대가 미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표현한”이라고 묘사한 이 공식 환영식은 세계 각국의 의전 담당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하다고 합니다. 2004년부터 2007년 1월까지 재임한 백영선 당시 외교통상부 의전장 시절 만들어졌다는데요. 146마리의 말을 동원한 기마대가 샹젤리제 대로를 따라 외빈을 호위하는 프랑스 국빈 환영식과 비견될 정도로 평이 좋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입니다.
방한 첫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도 특별한 의전이 보였습니다. 식탁에 독도에서 잡아 올린 ‘새우’를 넣은 잡채가 등장했는데요.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한-일 영토 갈등을 상기시키려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의전 담당 관계자는 반드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독도 새우는 “모양은 새우지만, 맛은 랍스터”일 정도로 정말 맛이 좋다네요. 우리 정부는 유명 호텔들과 돌아가며 만찬을 준비하는데, 이번엔 특별히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을 섭외해 메뉴를 정했다고 합니다.
만찬 초대 손님의 식탁엔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청주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잔에만 콜라가 담겼습니다. 여기에도 의전의 비밀이 있습니다. 주최국이 만찬 메뉴를 정하면 이를 사전에 상대국에 알려주는 게 관례입니다. 참석자 대부분에게 메뉴를 바꿀 기회가 주어지지 않지만, 대통령은 선호와 취향에 따라 메뉴를 살짝 조정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정상을 특별히 배려하는 의전의 기술이죠. 술을 마시지 않는 걸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잔에 콜라가 담긴 이유입니다.
이번 방한에 활용된 의전 차량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 캠프 험프리스, 용산 기지 등으로 이동할 때 전용 헬기 ‘마린 원’에 몸을 실었습니다. 청와대나 숙소로 이동할 때는 전용 리무진 ‘유에스에이 원’을 탔습니다. 미국 의전팀은 순방에 필요한 모든 이동수단을 미국에서 직접 가져왔습니다. 의전 관례상 국가 수반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는 해당 국가가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차량을 직접 공수해가는 경우도 있지만, 현지에서 지원하는 경호 차량의 보안 수준이 떨어지는 등 예외적인 때만 해당됩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언제 어딜가든 스스로 준비해 온 이동수단만 이용한다고 합니다. 1963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암살 등 각종 대통령 음해 사건을 겪으며 미국의 예외없는 ‘철통 경호’가 자리를 잡았다고 하네요.
방한 중 일부 시민단체가 반트럼프 시위를 열었습니다. 앞서 정부는 “외교적 결례’라는 의전 상의 이유를 들어 시위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가 지나는 길목에서 팻말을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쪽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시위대를 본 미국 의전팀 관계자가 한국 의전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반대 시위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웰컴(환영)’이라는 펼침막도 보이더라. 우리가 정말 인기있긴 한가보다(We are so popular).”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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