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일칼럼

[독자기고 ] ‘미루 엄마의 하루’에서 ‘인스타그램 할배’까지

by 투데이닷컴 posted Oct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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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투데이] 80년대 중반 브라질 한인 사회에는 ‘hoje’ 라는 현지 발행 주간지가 있었다. 상파울로 거주 한인 교포 2-3만 명으로 추산하던 그 당시 대다수의 교포들은 TV뉴스를 보아도 뭔 소린지 이해를 못하고 신문을 봐도 의문이 남는 처지라 유일하게 한글로 된 현지 판 시사주간지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은 물론 DVD나 비디오테이프도 아직 없던 시절이라 현지 판 주간지를 제외하곤 한국에서 한 주에 2번씩 비행기로 공수해오던 일간지가 다였다. 그러나 뉴스 이상으로 인기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매주 게재되는 <미루 엄마의 하루>라는 수필이었다.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브라질로 이주해 온지 얼마안 된 안경자씨가 벤데를 하며 겪는 주부의 일상 생활을 써 내려간 얘기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먹고 살기에 바빠 문화 활동이 라곤 전혀 없다시피 한 이민생활에 가뭄에 단비처럼 활기를 넣어주는 것이었다. 


1984년 당시 나는 ‘hoje’ 주간지를 발행하던 신문사의 첫 한인 직원으로 일을 시작하여 한 주에 한번씩 편집 마감날이면 밤샜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그저 지나간 시절 아름다운 추억으로 끝날 것이다.


그런데 30여 년이 지나 한국과 미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미루 엄마네 가족이 브라질에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림일기를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미국에 사는 아들 이지별이 평소 지켜보던 아버지 이찬재씨의 그림 솜씨를 알고 손자들에게 하루하루 생활상을 그려줄 것을 당부하였고 한국에서부터 국문학 교사였던 안경자씨가 글을 추가하면 한국에서 미루가 브라질어로 번역하고 지별이는 영어로 번역하는 온 가족 합동 작업을 거쳐 3개국어로 제작된 그림일기가 인스타그램에 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손자들이 언어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였지만 지금은 전세게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국제적인 콘텐트가 되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나는 이 그림일기는 영국의 BBC방송과 브라질 GLOBO방송의 관심을 끌면서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한 가족의 아이콘으로 소개되었다. 이젠 팔로워가 30만 명이 넘는다.


현대인들은 온갖 자극적인 내용의 뉴스와 광고, 강한 정치성 주장으로 넘쳐나는 인터넷 뉴스에 지쳐있다. 순수하게 사람 살아가는 얘기를 들려주는 “인스타그램 할배”의 내용은 어느 매체 기자들에게나 감동적인 뉴스거리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BBC나 GLOBO 방송은 물론 KBS방송도 과거 <미루 엄마의 하루>를 일리가 없다. 오직 40년 가까이 브라질에서 살아온 교포들 만이 미루 엄마 가족이 “인스타그램 할배” 가족으로 발전하여 전 세계의 매체를 타고 있다는 뉴스 자체가 또 다른 감동을 불러내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화제의 인스타그램 할아버지 이찬재씨와 할머니 안경자씨는 올해 11월에 한국으로 귀국하여 살기로 결정짓고 그에 앞서 봉헤찌로에 있는 Oficina Cultural Oswaldo Andrade (Rua Tres Rios, 363 Bom Retiro)에서 10월 10일(화)부터 14일(토)까지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 전시회를 갖는다. 많은 교포들이 감동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원성진 -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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