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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9 15:17

<김동순칼럼> 이슬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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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예쁘고 뜻도 아름다운 ‘이슬받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그 날도 나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왜 안 가냐고 어머니가 물어, 공부도 재미가 없고, 학교 가는 것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 그래도 얼른 교복을 갈아 입어라.” “ 학교 안 간다니까 “ 그 시절 나는 어머니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았다. 어머니를 만만히 보아서가 아니라 우리 동네 아이들 모두 그랬다. 다들 아버지에게는 존댓말을, 어머니에게는 반말을 썼다/ ‘얼른 가자’ 어머니가 재촉했다.어머니의 손에는 지겟작대기가 들려 있었다. “ 지겟 작대기는 왜들고 있는데 ? “ “ 에미가 이걸로 널 때리기라도 할까봐 겁이 나냐 ? 너 데려다 주는 데 필요해서 그러니 걱정말고……/ 신작로로 가는 산길에 이르자 거기에서부터는 이슬받이였다.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좁은 산길 양옆으로 풀잎이 우거져 길 한 가운데로 늘어져 있었다. 아침이면 풀잎마다 이슬방울이 조록조록 매달려 있었다. 어머니는 지겟작대기를 이용해 내가 가야 할 산길의 이슬을 떨어내기 시작했다.어머니는 발로 이슬을 떨고 , 지겟작대기로 이슬을 떨었다.>

이 글은 이순원 작가의 수필 [어머니는 왜 숲 속의 이슬을 떨었을까] 의 일부분이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대며 학교를 가기 싫어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이 진솔하게 드러난  자신의 경험을 쓴 글이다. 요즘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없이 그저 해대는 투정과는 다르다.  몇 십리를 걸어가야 학교가 있고 이렇다 할 길도 없어 아침 이슬에 젖은 풀밭을 헤치고 가야하는  등굣길을 마냥 좋게만 여길 수 없는 시골 학도들의 한 시절의 회고담이다. 

공부 시간에 하품을 유난히 자주하는 아이에게 무엇이 그리 몸을 피곤하게 하는지, 원인을 알고 싶어 물었더니 방과후에 집에서 이어지는 과외 수업과 숙제 때문에  밤 늦도록 공부를 해야해서 늘 몸이 피곤하다고 한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들을 위해 이슬을 떨어주는 작가의 어머니나 오늘 날 어머니들의 학업에 대한 열의는 결과로 보아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이유없이 화가 치민다. 

여자가 중학교만 다녀도 대단하지 무슨 고등학교냐, 고등학교까지 다녔으면 더 이상 필요없다 , 대학은 무슨…… 불효를 연거푸 자행하며 고집대로 살았다. 이슬떨이로 학교 길을 도와주고  남에게 뒤질세라 과외로 보충수업까지 해주는 어머니들도 있는데,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 “ 이제 공부는 그만하라” 는 어머니도 있다. 오죽했으랴만!

‘이슬받이’는 양쪽에 이슬 맺힌 풀이 우거진 좁은 길을 의미한다. 우리 인생길에 이슬받이는 어데  있을까 ? 있다면 그 곳을  지나야 할텐데 이미 지난 것일까 ?  아님, 곧 당도할 이슬받이를 향해 줄기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일까 ? 허기사  지겟작대기로 이슬떨이를 해 줄  그 분이 먼저 내 앞을 재촉하는데 무슨 걱정을 하랴 !  빗방울에  젖은 구두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내 발의 촉감을 느끼며 유치한 행복을 잠시 느껴본다. 

이 글은 가르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생각나는 나의 잠언과 같은 얘기다.  학교를 개강하게 되어  다시금 이글을 올리고 싶었다. 오늘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문학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김동순  - <배우리> 한글학교장, St. Francis College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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