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요양시설 노인의 낙서장
- 유리할머니
- 17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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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요양시설 노인의 낙서장
노인요양시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어느 노인이 남긴 구겨진 낙서장에서 발견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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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 되고
대학가면 사촌이 되고
군대가면 손님이요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더이다
장가가면 사돈이고
애 낳으면 내 나라 동포여
이민가면 해외 동포 되더이다.
돈 있다 위세치 말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잘 난 척하지 말고
건강하다고 자랑치 말고
명예가 있어도 뽐내지 마소
다아~소용 없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이고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
자식을 모두 출가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 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이더이다.
그리고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지 말고
사위는 아들로 착각하는 일 마시오
인생 다 부질 없더이다.
인생 다 끝나가는 이 노령의
푸념이 한스러울 뿐이구려
친구여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 소리 우는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 불평이랑 하지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록 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마소
적당히 져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푼 줄 돈 있어야
늙으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옛날 일들이랑 모두 다 잊고
잘난 체 자랑일랑 하지를 마오
우리들에 시대는 다 지나가고 있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봐도
가는 세월은 잡을 수가 없으니
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 나의 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든지
좋게 뵈는 마음씨 좋은 어르신으로 살으시구려
멍청하면 안되오 아프면 안되오
그러면 괄시를 받는다오
아무쪼록 오래~오래 살으시구려
건강이 최고라오
이게 한세상 인생 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