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섹스 심벌 된 14세 소녀... "난 피해자"

by 허승현 posted Nov 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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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 잘못을 범한다."

미국의 18세 소녀 안지 배로나(이하 배로나)가 9일(현지 시각) ABC 방송 심야 토크쇼 <나이트라인>에서 한 말이다. ABC 방송은 온라인 계정 해킹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배로나의 사연을 자세히 전했다.

이에 따르면, 배로나는 인터넷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미성년 섹스 심벌 중 하나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60만8000개의 항목이 나온다. 여기에는 6만3000장의 사진도 포함돼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각종 유머 사이트는 물론 소녀들의 사진을 사고팔며 품평하는 사이트와 포르노 사이트에도 배로나를 빼닮은 사진이 넘쳐난다.

배로나는 그러한 사진들이 대부분 원본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들이 내 비키니 사진 중 하나를 포토샵으로 변형했다. (……) 내게 원본이 있다. 그들이 포토샵으로 (원본에 있던) 내 상의를 벗겼다."

이렇게 인터넷상에 배로나의 이미지가 넘쳐나는 것은 배로나가 모델 지망생이거나 관심을 끌고 싶어 했기 때문이 아니다. 배로나는 해킹 피해자다.

"포르노 사이트에 게재된 딸 사진, 끔찍했다"

2007년, 14세 소녀이던 배로나는 이미지 공유 웹사이트에 자신의 사진을 몇 장 올렸다. 남자친구에게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중에는 란제리와 비키니를 입은 사진도 있었다. 그러나 배로나는 결단코 누드 사진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누군가 배로나의 온라인 계정을 해킹했다. 배로나의 사진은 삽시간에 인터넷상에 퍼졌다.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신도 열네 살 때는 당신이 한 일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깨닫지 못한다. (……) '오 예~, 내가 이런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이 인터넷 곳곳에 퍼질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놀란 배로나는 곧 부모에게 사실을 알렸다. 울며 이 사실을 말하는 딸의 이야기를 듣던 배로나의 부모는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인 후안 배로나는 딸이 "실망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사진을 퍼뜨린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딸 사진이 포르노 사이트에 게재된 것을 봤다. 끔찍했다."

배로나의 가족은 배로나 사진을 게재한 모든 웹사이트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럼에도 사진들은 더 번졌다. 경찰에 신고하고 변호사도 고용했지만, 배로나를 도발적인 모습으로 변형한 사진들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배로나의 학교 친구들도 그 사진을 갖고 있었다. 배로나는 "헤픈 계집", "포르노 스타" 등의 모욕적인 이야기를 듣고 괴롭힘을 당했다. 추잡한 말을 곁들인 위협도 여러 차례 겪어야 했다. 견디다 못한 배로나의 가족들이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해야 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너는 네게 닥칠 모든 일을 당해도 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날 보면 성폭행하겠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그걸 원하고 있고,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어떤 사람은 내 주소를 알아낸 후 '네가 어디 사는지 다 안다'고 말했다."

4년의 시간, 치유되지 않는 상처... "누구에게도 이런 일 생기지 않았으면"

해킹 사건 후, 배로나는 학교를 두 번 옮겼다. 그러나 결국 부모는 배로나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배로나의 삶은 피폐해졌다. 우울증에 걸리고, 약물과 술에 의존하게 됐다. 가출 시도도 했다. 배로나의 아버지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라고 말했다. "(딸의) 상처를 치유 중일 때마다 인터넷에 (또) 뭔가 나타나 다시 상처를 벌린다. 이런 일이 거듭되고 있다."

'도발적인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 문제를 일으켰다'고 배로나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더해 몇몇 사람들은 배로나가 유명해지고 싶어서 일부러 사진을 유출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로나는 다른 평범한 10대처럼 입었을 뿐이라며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외출할 때 난 다른 아이들처럼 입는다. (……) 내가 명성과 인기를 얻기 위해 일부러 그런 사진을 올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실 난 변호사나 수의사가 되고 싶다. 유명해지기 위해 뭐든 할 생각은 없다."

지난 4년간, 배로나는 '온라인에 짓눌린 삶'이 끝나기를 희망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배로나는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이 남은 인생 동안 자신을 계속 좇아다니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해킹 사건으로 큰 고통을 받은 배로나는 휴대전화도, 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 계정도 만들지 않았다. 배로나는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배로나의 부모는 광범위하게 퍼진 딸 사진들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여전히 분투하고 있다.

배로나는 사람들이 교훈을 얻어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배로나는 이날 방송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이런 일이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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