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MBA


logo

 
banner1
포토뉴스
연재/컬럼
Extra Form


▲ 남편 살해 혐의로 사형수 건물에 수감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사연을 다룬 <인디펜던트>.

10월 7일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미군과 나토군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은 무너졌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평화는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다. 미군과 나토군의 오폭, 탈레반 반군의 공격 등으로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9명 죽은 건 주요 뉴스가 아닌가요?" > 참조).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여성을 옥죄는 가부장주의적 사회 체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20일(현지 시각), 남편 살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세 여성의 사연을 통해 이 문제를 짚었다. 세 여성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여성 감옥에 수감돼 있다.

굴 군차(57)의 결혼 생활은 남편의 폭력과 학대로 얼룩져 있었다. 굴 군차의 남편은 습관적으로 아내를 두들겨 팼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굴 군차의 남편은 일곱 살배기 딸을 강간한 후, 늙은 남자에게 시집보냈다. 또한 세 살배기 딸을 2600파운드(약 468만 원)에 내다 판 후, 또 다른 어린 딸마저 팔려 했다.

견디다 못한 굴 군차는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굴 군차의 남편은 지역사회에 도움을 청한 것을 문제 삼아 굴 군차와 아이들을 때렸다.

"우리 집에 행복 같은 건 없었다. 있는 건 오로지 폭력이었다. 내 인생에 넌더리가 났다."

그러던 어느 날, 굴 군차가 폭발했다. 남편에게 또 얻어맞던 중, 가마에서 뜨거운 빵을 끄집어낼 때 쓰는 쇠막대기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갑자기 남편이 쓰러졌다. 그렇지만 난 남편이 죽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 검사들이 날 데려가 감옥에 가뒀다."

굴 군차는 남편 살해 사실을 인정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굴 군차는 1심과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기각하고 사건을 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매 맞던 중 남편 살해한 여성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했다"

아이샤 칼릴(52)과 사예드 베굼(40)도 남편 살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굴 군차와 달리 자신들에게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샤 칼릴은 거짓 자백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아이샤 칼릴은 남편이 죽은 후 시동생이 자신에게 결혼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아이샤 칼릴은 그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화가 난 시동생이 '아이샤 칼릴이 남편을 살해했다'며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아이샤 칼릴은 1심과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기각하고 사건을 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예드 베굼은 18년간 교사로 일했다. 사예드 베굼을 남편 살해 혐의로 고발한 것은 두 번째 남편이었다. 두 번째 남편이 자신과 다툰 후, '사예드 베굼이 첫 번째 남편을 살해하는 것을 도왔다'며 고발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 사예드 베굼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사예드 베굼은 1심 판결 전에 재판부가 '1900파운드(약 342만 원)를 뇌물로 주면 징역 5년형을 선고하겠다'고 자신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예드 베굼은 그만한 돈이 없었고, 결국 징역 20년형을 받았다. <인디펜던트>는 사예드 베굼이 눈물을 겨우 참으며 이 뇌물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사예드 베굼은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인디펜던트>는 세 여성의 사연을 보도하며 아프가니스탄 사법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뇌물 요구, 거짓 자백 강요 의혹뿐만 아니라 남편의 폭력과 학대의 희생자인 여성의 처지를 사법부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인디펜던트>는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는 "굴 군차의 사연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사법 당국도 약간의 자비를 베풀었겠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보도했다. 또한 "세 여성 모두 '변호사로부터 오래전에 버림받았다'고 말한다"며 "(이는) 이들에게 관용을 베풀거나 이들을 사면하도록 청원할 사람도 없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판결을 질질 끌며 이 세 여성을 계속 사형수 건물에 가둬두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굴 군차는 2심에서도 사형 선고를 받은 후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무려 7년을 기다려야 했다. 아이샤 칼릴도 2004년에 사형수로 갇힌 이래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몇 년을 대기해야 했다. 사예드 베굼 역시 2007년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독립인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샴술라 아흐마드자이는 이처럼 재판을 질질 끌며 여성을 몇 년간 가둬두는 것이 사실상의 '이중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샴술라 아흐마드자이는 "재판부가 헌법을 따르지 않고 법대로 시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살 폭탄 테러 미수범은 사면하면서 우리는 방치하나"

굴 군차, 아이샤 칼릴, 사예드 베굼은 현재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불공평하고 썩어빠진 사법 제도"에 항의하는 단식이다. 아이샤 칼릴은 8월 31일 단식에 돌입했다. 재판 진행 현황을 알려주지 않으면 굶어죽겠다는 각오다.

"(이대로 있는니) 죽는 게 더 낫다. 내 상황은 아주, 아주 나쁘다. (……) 난 모든 것을 잃었다. 가족도, 아이들도 잃었다. 날 지지해주는 사람이 전혀 없다."

세 여성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해 '역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살 폭탄 테러 미수범들은 사면해주면서 자신들은 이렇게 사형수 건물에서 썩어가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프가니스탄 법무부 대변인인 파리드 아흐마드 나지비는 이 여성들의 단식투쟁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들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사형 집행을) 결코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지난해에 살인죄로 기소된 사람을 비롯한 115명의 여성 수감자를 사면하고, 여성 수감자 130명의 형량을 줄여줬다고 밝혔다.

정부 내의 여성 관련 업무 담당자는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석방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 여성에게 이런 이야기들은 공허하게 들린다.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사예드 베굼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나에 관한 내용을 읽고 결단을 내리기를 희망한다. 많은 사람이 나를 돕겠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door.jpg
?

  1. “카다피 체포… 사망…” 서방·중동언론 보도 ‘오락가락’

    시민군 ‘수르트 대공세’ 이모저모 무아마르 카다피는 최후 보루였던 고향 수르트에서 운명을 마쳤다. 수도 트리폴리가 함락되고 도망자가 된지 정확히 2개월만에 발생한 일...
    Date2011.10.20 Views2226
    Read More
  2. 딸 강간하고 내다 판 남편 죽인 게 죽을 죄?

    ▲ 남편 살해 혐의로 사형수 건물에 수감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사연을 다룬 <인디펜던트>. 10월 7일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미군과 나...
    Date2011.10.20 Views2325
    Read More
  3. 1000년 전 바이킹 배 무덤, 영국 본토에서 발굴

    거의 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바이킹 배 무덤이 발견됐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북서부 아드나머천이란 곳에서 1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킹 배 무덤이 완벽하...
    Date2011.10.20 Views2664
    Read More
  4. “항암치료 거부” 죽음으로 선택한 아기 ‘감동’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위대한 모정이 전 세계인들을 울리고 있다. 암 투병 중이던 40대 미국 싱글여성이 뱃속에 들어선 아기를 끝까지 살리기 위해서 암 치료를 거부하...
    Date2011.10.19 Views2246
    Read More
  5. 밥먹듯 살인 저지른 조폭과 부인, 두 아들, 전원 사형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에 해당)가 조직폭력배와 부인, 두 아들 등 일가족 4명 전원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19일 지지(時事)통신 등 현지 ...
    Date2011.10.19 Views3530
    Read More
  6. 불륜현장 잡기엔 '아이폰4S'가 딱이네… 어떻게?

    애플의 소프트웨어 최신버전 'iOS 5'를 장착한 '아이폰 4S'가 뜻밖의 용도로 쓰여져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폰4S'를 구입한 뉴욕의 한 남성은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
    Date2011.10.18 Views3349
    Read More
  7. '갤럭시S2 vs 아이폰4S' 낙하실험, 승자는?

    아이폰4S와 갤럭시S2를 동시에 떨어트려 파손 정도를 알아보는 실험이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유튜브 사용자는 17일(한국시각) `아이폰4S vs 갤럭시S2 낙하 실험`이...
    Date2011.10.18 Views2151
    Read More
  8. “히틀러, 아르헨으로 탈출해 73세까지 살았다”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자살한 것이 아닌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73세까지 살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영국의 제라드 윌리엄스와 사이몬 던스...
    Date2011.10.18 Views3170
    Read More
  9. 미국에서 낚시꾼에게 잡힌 희귀한 도깨비 상어(?)

    미국에서 낚시꾼에서 잡힌 상어로 추정되는 물고기의 모습이다. 크기로 보아 새끼로 추정되며 눈은 하나고 이빨은 없는 희귀한 종으로 보인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한 저...
    Date2011.10.18 Views5927
    Read More
  10. 짧은 치마 입은 학생에 격분한 英 교장 "안전 위해 치마 금지"

    영국의 한 고등학교 여자 교장이 지나치게 짧은 치마를 입는 학내 풍조가 계속될 경우, 모든 여학생에게 치마 금지령을 내릴 것이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금지의 이유는 “여...
    Date2011.10.17 Views2521
    Read More
  11. 中여대생, ‘아이폰’사려 몸 팔려다 발각

    중국의 한 여대생이 신형 아이폰4S를 얻기 위해 자신의 성까지 팔려고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사고 있다고 16일 싱가포르 일간 아시아원 등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
    Date2011.10.17 Views2679
    Read More
  12. 비행중 낮잠자는 조종사, 뭐가 문제인가?

    “조종은 누가 하나요?” 최근 홍콩의 한 항공사 파일럿이 비행 도중 잠이 든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에 유포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
    Date2011.10.17 Views327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 271 Next
/ 271
상호명 : 투데이닷컴(웹)/한인투데이(일간지) / 대표자 : 인선호 / E-Mail : hanintodaybr@gmail.com/webmaster@hanintoday.com.br
소재지 : R. Jose Paulino, 226번지 D동 401호 - 01120-000 - 봉헤찌로 - 상파울로 - 브라질 / 전화 : 55+(11)3331-3878/99721-7457
브라질투데이닷컴은 세계한인언론인협회 정식 등록사입니다. Copyright ⓒ 2003 - 2018 HANINTODA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