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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은 페르시아만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인구는 70여만 명으로, 소수의 수니파 무슬림이 다수의 시아파 무슬림을 지배하는 왕국이다.

지난해 말부터 아랍을 뒤흔든 민주주의 바람은 올해 초 바레인에도 불어왔다. 시아파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수니파가 권력을 독점하고 시아파를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위가 확산되자, 바레인 정부는 3월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로부터 군과 경찰력을 지원 받아 시위대를 무력 진압했다.

바레인 당국은 그 후에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힘으로 억눌렀다. 시위 현장에서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을 비판하는 시를 낭송한 여대생에겐 징역형이 선고됐다.

또한 바레인 보안군이 시위 과정에서 다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구타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가 지난 6월 보도했다. 바레인 정부는 의료진도 처벌하고 있다. 수도인 마나마에 있는 살마니야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시위대를 치료했다가 당국에 체포됐다.

바레인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올해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적어도 3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바레인 정부의 무력 진압에 대해 사실상 모른 척하는 태도를 보였다. 카다피가 이끌던 리비아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치하의 시리아 정부 등이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을 때, 미국이 이를 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바레인에 미국 해군 제5함대 기지가 있는 것과 관련 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바레인 법원은 9월 29일(현지 시각) 경찰 살해 혐의로 반정부 시위 참가자 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시위대를 치료한 의료진 20명에게 각각 5~1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시위 과정에서 다친 시민들과 치료한 의료진 처벌하는 바레인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이날 징역형이 선고된 20명의 의료진 중 한 명의 글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글쓴이는 살마니야 병원에서 일하던 여성이다. 9월 29일 선고 전에, 이 여성은 올해 초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겪은 일들을 글로 기록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이 여성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편의상 A로 지칭).

이에 따르면, A는 아들 하나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올해 초 "바레인 혁명"이 시작되기 전 A는 여느 '워킹맘'과 마찬가지로 일하고 가족을 돌보는 데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 평범했던 A의 삶이 바뀐 것은 올해 2월이었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전환점이 있다. 폭풍처럼 영혼을 강타하는 그런 사건이 내게 2월 17일 찾아왔다."

2월 17일, A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A에게 바깥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공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다친 사람들과 주검이 병원으로 왔다. "머리의 일부가 날아가 버린 60세 남성을 봤다. 난 충격을 받아 몸서리를 쳤다."

A는 이 남성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졌다. A는 "(정부가) 사람들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느꼈다. "그날, 내 인생은 바뀌었다."

A를 비롯한 살마니야 병원의 의료진은 부상자를 치료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정부가 의료진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A는 불안에 떨었다. "매일 밤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걱정하며 아들을 껴안았다."

"그날, 내 인생은 바뀌었다"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4월, A는 집에서 체포됐다. "총을 들고 마스크를 쓴 30명도 넘는 남자들이 나를 아들이 보는 앞에서 끌고 갔다. 난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와야 했다."

시련의 시간이었다. A는 고문을 당했다. "그들은 내 눈을 가리고 손에 수갑을 채운 채 육체적·정서적으로 날 학대했다. 손으로, 발로, 호스로 때리고 전기 충격을 가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 사람들은 날 강간하겠다고 협박했다. 날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내가 거짓 혐의를 자백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난 성희롱을 당하고 모욕을 당했다. 외롭고, 두렵고, 수치스러웠다."

악몽 같은 일을 겪는 와중에도 A의 머릿속에서는 "누가 내 아들에게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돌봐줄까" 하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A는 체포된 지 22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2~3분 동안 (그냥) 서 있었다. 아들이 달려왔다. 난 아들을 안고 울었다."

고통의 시간 겪었지만... 다시 그런 상황 와도 "다친 사람 구하겠다"

풀려난 후에도 A는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없었다. 첫 번째는 체포돼 당한 일들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언제든, 누군가 다가와 내 등을 찌를 수 있다고 느꼈다. 난 매일 해가 지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시 잡혀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시위 과정에서 다친 시민들을 치료한 일로 군사법정에 서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 고집스럽게 우리를 말도 안 되는 혐의로 기소하려 한다"는 것에 A를 비롯한 의료진은 충격을 받았다.

A는 9월 29일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저들은 우리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건 우리에게 형을 선고할 것이다. (재판은 정부에 반항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는 시민들을 치료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더라도, 난 배경과 상관없이 다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병원에서 할 일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A는 자신을 "약하게 하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것은 바로 "아들이 커가는 것을 눈앞에서 보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오랫동안 내가 감옥에 갇혀 있으면 아들이 나를 잊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러면서도 A는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고 믿는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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