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초밥집의 '가짜 회' 소녀 탐정들이 파헤쳤다

by 김수훈 posted Aug 23,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Extra Form



뉴욕의 초밥집과 생선가게들이 싸구려 물고기를 고급 생선으로 둔갑시켜왔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FBI(연방수사국)나 FDA(식품의약국)가 아니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인조 소녀 탐정의 '과학수사' 결과다.

수사 기법은 간단했다. 올해 맨해튼의 트리니티 고교를 졸업하고 곧 존스홉킨스대에 입학할 예정인 케이트 스토클(Stoeckle·19)과 루이사 스트로스(Strauss·18)는 뉴욕에 있는 일식집 4곳과 생선가게 10곳을 돌며 "실컷 먹고" 남은 생선을 집으로 가져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겔프대학에 DNA조사를 맡겼다.

60개 표본에 대한 조사 결과, 4분의 1이 엉뚱한 생선으로 드러났다. 고급 참치회로 알고 사먹은 것이 실제론 모잠비크에서 양식된 틸라피아란 값싼 생선이었고, 대서양산(産) 대구와 캐나다산 연어는 금눈돔으로 둔갑했다. 일식집 4곳 중 2곳, 생선가게 10곳 중 6곳이 생선을 속여 판 게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어린 학생들이 너무 쉽게 이런 조사를 끝마쳤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보도했다. 일반인이라도 전문가에게 의뢰만 하면 누구든 DNA 조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범죄 수사나 생물학 연구에나 쓰여온 DNA 조사 기법이 이젠 호기심 많은 식도락가나 아마추어 과학자들의 영역으로 넘어온 셈이다.

이 소녀들이 먹다 남은 생선의 DNA 조사를 생각하게 된 것은 1년 전. 가족과 초밥집에서 식사를 하던 케이트가 아버지에게 "생선도 바코딩(bar coding)을 할 수 있나요"라고 물은 게 시작이었다. 부친 마크 씨는 'DNA 바코딩'이라는 기법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DNA 바코딩은 어떤 생물의 종을 밝히기 위해 유전정보를 전수(全數)조사하는 기존 방법을 대폭 간소화해 특징적인 한 가지 유전자만을 이용하는 신종 연구기법이다.

딸의 질문에 마크씨는 "가능할 것 같구나. 네가 한다면 아마 최초일 게다"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케이트가 한 건 친구와 초밥집을 돈 뒤, DNA 바코딩을 연구하는 대학을 찾아 조사를 의뢰한 게 전부다. 이 조사 결과는 미국 어업계 소식지인 '퍼시픽 피싱'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doo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