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천문연맹 "굿바이, 명왕성!"

by 김수훈 posted Aug 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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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왕성이 공식으로 태양계의 행성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태양계의 행성은 애초 9개에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이렇게 8개만 남게 됐다.
  
명왕성, 태양계 행성 목록에서 '퇴출'
  
국제천문연맹(IAUㆍ International Astronomy Union)은 24일 총회를 열고 그동안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공인돼 온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로써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으로 알려진 명왕성은 '왜행성(dwarf planet)'으로 불리게 됐다.
  
왜행성은 이번 총회에서 새롭게 정의된 용어다. IAU는 왜행성을 기존의 행성들과 다른 조건에서는 비슷하지만 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궤도상의 천체들을 쓸어내지 못해 공전 구역 내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명왕성 외에도 2003년 '제10의 행성'으로 천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제나(Xenaㆍ2003UB313)',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케레스 등이 왜행성으로 분류됐다. IAU는 행성과 왜행성을 제외한 다수의 소행성이나 혜성을 비롯한 그밖의 다른 천체들은 '태양계 소천체(Small Solar System Bodies)'로 분류하기로 했다.

  
명왕성 둘러싼 논란 '종지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명왕서의 행성 지위가 박탈된 것은 행성에 대한 정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때 명왕성, 제나, 케레스, 명왕성의 위성으로 알려진 카론을 '명왕성형 행성'으로 구분해 행성을 12개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이는 기준이 모호해 수많은 천체가 행성의 지위를 획득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사장됐다.
  
대신 IAU는 '행성(planet)'의 정의를 엄격하게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새 기준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충분한 질량을 갖기 때문에 유체역학적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구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할 것 등 기존의 기준에 '공전 구역 내에서 지배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이렇게 추가된 조건으로 인해 명왕성은 행성으로서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명왕성의 행성 퇴출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930년에 발견된 지름 2306㎞(달 지름의 3분의 2) 명왕성은 궤도가 타원에 가까워 약 250년 간의 공전 주기 중에서 약 20년 간은 해왕성의 궤도 안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행성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마이클 브라운 교수가 2003년에 지름 3000㎞의 제나를 발견하면서 태양계 행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첨예화됐다. 브라운 교수는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제나도 행성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수십 년간 진행된 행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 세계 천문학자 500명 중 60% 지지
  
이번 결정은 투표에서 전 세계 천문학자 500여 명 중 60% 정도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 김호일 박사를 비롯한 5명이 이번 투표에 참가해 명왕성을 퇴출시키는 총회에서 의사를 표현했다. 한편 이번 IAU 총회에서 국내 원로 천문학자 나일성 박사가 고천문학 분과의 위원장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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