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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폭력 조직을 일컫는 조폭 없는 나라는 없다. 사회주의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러시아 마피아의 전신이 구 소련의 레드 마피아라는 사실은 이 진리를 너무나 잘 증명해준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그래도 아직은 공권력이 막강한 사회주의 종주국이니만큼 러시아보다는 덜 심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통칭 헤이서후이(黑社會)로 불리는 중국 암흑가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이 들으면 아마 빙그레 웃지 않을까 싶다. 굳이 전통과 역사에 비춰볼 필요 없이 지금의 상황만 놓고 봐도 결론이 금방 나는 탓이다. 중국이 러시아보다는 적어도 한 수 위에 있다고 단정해도 틀리지 않는다.

정말 그런지는 금세기 들어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져내려오는 사건 하나를 거론해볼 경우 바로 알 수 있다.

때는 지난 지난 2002년 연말의 어느날. 중앙 정부의 한 고위 부장(장관)급 간부인 H모씨는 랴오닝(遼寧)성의 선양(瀋陽)시 시찰에 나서기 위해 베이징(北京)을 떠나는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저녁 어스름한 시간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선양시 정부의 극진한 환대에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그러나 그의 기분은 곧바로 망가졌다. 기분좋게 숙소로 돌아가는데 시내를 가로지르는 훈허(渾河)가의 도로 위에서 웬 최고급 차량 십여대가 요란하게 사이렌까지 울리면서 첫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자신들의 행렬을 아무 거리낌 없이 쏜살같이 지나쳐간 것이다.

극도로 심사가 틀어진 그는 시 정부의 처장(과장)급 수행원에게 힐책하듯 물었다. 나보다 더 고위급인 중앙 정부나 당의 인사가 지금 선양을 방문중에 있냐고. 처장은 대답을 얼버무렸다. 더욱 화가 난 H부장은 도대체 저 놈들이 누구냐고 계속 따졌다. 우물쭈물하면서 할 수 없이 솔직하게 입을 여는 처장의 대답은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선양 일대를 주름잡는 조폭같다는 것이었다. 사오치(邵七)라는 자가 두목으로 선양시 공안 당국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대단한 세력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H부장은 잠시 분노를 누른 다음 준엄한 표정으로 당장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선양시 정부에 내렸다. 상부의 지시를 받은 선양시 경찰은 당연히 즉각 출동, 사오치 일당의 검거에 나섰다. 작전은 성공했다. 그러나 경찰의 출혈도 적지 않았다. 사오치 일당이 검거에 저항하면서 경찰과 감행한 총격전으로 인해 적지 않은 사상자를 내는 화를 당한 것이다.

공안 당국이 거의 매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대대적 조폭 단속 때마다 압수, 수거되는 총기류의 엄청난 양 역시 중국의 조폭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웬만한 중소도시에서도 수천정의 권총, 소총등이 압수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일부 공권력이 취약한 대도시에서는 기관총까지 압수되는 무시무시한 경우도 없지 않 다. 조폭들이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과감한 행동에 나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일반적으로 헤이방(黑幇)으로 불리는 조폭의 규모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듯 하다. 전국적으로 약 5000여개 조직에 최소한 1000만명 전후의 조직원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상황을 비관하는 전문가들은 조직과 조직원등의 규모가 최소한 알려진 것보다 3-4배는 더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국 규모의 헤이방으로는 칭룽방(靑龍幇), 메이화방(梅花幇), 솽룽후이(雙龍會), 시뤄먼(筬門), 바슝디(八兄弟), 우라오방(五老幇)등이 손꼽힌다.

활동하는 지역은 말할 것도 없이 광범위하다.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부터 하이난다오(海南島),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상하이(上海)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륙의 동서남북에 구애받지 않은채 전방위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요즘 들어 소수민족 헤이방들까지 공안 당국의 골치를 썩이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조폭이 중국에서 창궐하는 이유로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중국인들이 비밀 결사에 유독 강하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이는 중국의 대표적 왕조들인 한(漢), 송(宋), 청(淸)등이 하나 예외 없이 황건적(黃巾賊)이나 백련교(白蓮敎), 태평천국(太平天國)등의 봉기에 의해 타격을 입고 쇠락을 거듭한 역사에서도 잘 읽을 수 있다.

공산 중국이 건국되던 1949년 이전까지 거의 110여년동안 이어진 이른바 조폭 시대의 역사적 경험 역시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다시 말해 1850년대의 태평천국의 난, 이에 뒤이은 청대 비밀 무장 결사 홍문(洪門)의 대정부 투쟁, 1911년 신해혁명 이후부터 49년까지 이어져온 상하이(上海) 암흑가의 대부 황진룽(黃金榮), 두웨성(杜月笙)의 맹활약등을 목도한 경험이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 면면히 살아남아 이를 오늘날 재현해간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조폭에 관한 한 한때 중국보다 훨씬 더 명성이 자자했던 대만과 홍콩의 영향은 더욱 무시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49년 건국 이후부터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조폭이라는 말은 그 누구도 쓰지 않았다. 청정 지역인 탓이었다. 그러나 개혁, 개방 정책의 본격적 추진과 함께 대만과 홍콩의 조폭들이 신천지 개척 차원에서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륙에 지부 하나쯤 두지 않은 대만과 홍콩의 조폭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노하우는 말할 것도 없이 대륙에 그대로 전수된다"라는 작가 류쥔(劉軍)씨의 주장에 귀기울여보면 이해가 보다 쉽다. 사실 그의 말처럼 지금 대만의 주요 조폭인 주롄방(竹連幇), 쓰하이방(四海幇), 톈다오멍(天道盟)등과 홍콩 암흑가의 4대 패밀리로 꼽히는 신이안(新義安), 14K, 허싱허(和勝和), 허허타오(和合桃)등은 20여년전부터 대륙에 경쟁적으로 진출, 중국 공안조차 손대기 쉽지 않은 막강한 세력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위 파이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커진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자본을 전혀 들이지 않고서도 엄청난 이권을 챙기는 것이 가능하니 너도 나도 뛰어드는 것이다. "악의 꽃들은 먹을 것이 많은 곳에 항상 피게 마련이다. 중국의 조폭 역시 다르지 않다. 중국 사회 전체가 쾌속 발전하고 있으니 조폭들 역시 준동하는 것"이라는 베이징시 공안국 둥청(東城)분국의 조폭 담당 경찰 간부 C모씨의 말은 따라서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중국 공안 당국은 현재 전국 조폭들의 상황과 활동을 대체로 잘 파악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조폭 근절에 대한 의지도 대단히 강하다. 전국 각 공안에 하나 예외 없이 조폭 담당 조직을 두고 있는 현실은 바로 이 의지를 잘 말해준다. 한마디로 시스템적인 하드 웨어는 비교적 잘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 조직에 조폭들이 적지 않게 침투하고 있는 현실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한마디로 어물전을 고양이에게 맡기고 있다는 자조의 소리가 국민들의 입에서 나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이기는 하나 당정 고위층의 조폭에 대한 인식 역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중국의 치안을 책임졌던 모 인사가 최근 공식석상에서 행한 조폭에 대한 발언을 보면 이같은 사실은 잘 알 수 있다. "암흑가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이들도 나름대로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들이다. 앞으로는 이들을 무조건 단죄만 할 것이 아니라 밝은 사회에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은근하게 비호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예 이들이 조폭들의 직접적인 비호 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가능한 현실이 아닐까 싶다. 실제 이중 일부 인사들은 이름이 조심스레 거명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중국의 조폭은 아직 사업 노하우나 기술적인 조직의 운영 면에서는 미국의 마피아나 일본의 야쿠자보다는 다소 못하다. 하지만 상황이 방치될 경우 발전에 발전을 거듭, 조만간 이 국제적 조폭들을 따라잡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나아가 중국의 정치적 안정까지 크게 위협할 수도 있다. 중국 공안 당국이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 조폭들과의 전쟁을 더욱 다그쳐야 하는 이유는 이제 굳이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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