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앞에서는 거센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 200여 명이 “타도 소로킨” “볼쇼이를 포르노에서 구해내자” 등의 구호를 소리높여 외쳤다. 극장 입구에서는 경비원이 관객들을 검색했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소로킨(50)이 대본을 쓴 오페라 ‘로젠탈의 아이들’ 초연은 20분 늦게 시작됐다.

러시아가 온통 ‘포르노 오페라’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창작 오페라 ‘로젠탈의 아이들’은 러시아 과학자 로젠탈이 1991년 복제기술로 되살린 5명의 작곡가가 모스크바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다가 죽는 얘기다. 차이코프스키와 모차르트, 바그너, 무소르그스키, 베르디 등 다시 태어난 음악의 거장들이 현대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쓰레기가 뒹구는 기차역에서 지내고 매춘부와 사랑에 빠진다. 결국 이들은 독이 든 보드카를 마시고는 다 죽고 열여섯살 모차르트만 간신히 살아 남는다는 줄거리다.

대본을 쓴 소로킨은 2002년 구(舊) 소련 지도자 스탈린과 흐루시초프의 동성애를 묘사한 ‘푸른 지방(脂肪)’이라는 소설을 써 외설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그는 ‘포르노 작가’와 ‘금기에 대한 도전’이라는 엇갈린 평가에 대해 “포르노 작가는 독자가 발기하도록 돕는 사람이고, 순수소설가는 독자에게 미적 쾌락을 주는 사람”이라며 자신은 순수소설가라고 강조했다.

현대 모스크바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번 창작 오페라에 대해서는 “러시아를 음악 천재도 알아보지 못하는 무식한 나라로 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술과 매춘과 쓰레기로 뒤범벅된 ‘포르노 오페라’라는 것이다. 리허설을 관람한 이리나 사벨료바 두마(하원) 의원은 “229년 전통의 볼쇼이 극장에서 ‘매춘부의 합창’같은 노래가 울려 퍼진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사를 통해 공연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문화청은 “‘로젠탈의 아이들’은 예술가와 국가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파헤친 작품으로, 이런 관계는 ‘카르멘’ ‘나비부인’에도 나온다”면서 “공연 여부는 법원이 결정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여기에다 공연 반대 시위에 맞서 지지 시위도 벌어지는 등 ‘포르노 오페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