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000만 파운드에 팔린것으로 알려진 런던 켄싱턴 가든 인근의 한 저택

‘러시아나 중동의 재벌 가운데 기념비적인 집을 찾으시는 분, 또는 화려한 외교 공관을 원하시는 분….’

영국에서 최근 판매에 나선 한 초호화 저택을 소개하는 광고 문구입니다. 가격부터 말씀드리자면 무려 7000만 파운드(약 1400억원)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비싼 집이라는 평가입니다. 이 가격이 적정 가격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지난해에 런던 켄싱턴 가든 인근의 한 저택이 7000만 파운드에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집은 그곳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고 합니다. 저택 부지가 60에이커(약 7만3000평)에 이릅니다.

화제가 되고 있는 저택은 런던 인근의 애스콧 경마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국 여왕과 가수 엘튼 존, 골프 스타 닉 팔도 등이 이웃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집을 홍보하는 마케팅 회사는 한 달 전부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지의 기자가 이 저택을 취재한 뒤 소개한 기사를 보면 이 집이 얼마나 화려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개된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집 입구로 이르는 길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온 참나무로 만든 입구를 열고 들어서면 대리석 계단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철제 난간도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2층은 한 마디로 펜트하우스다. 테라스에는 야외 풍경을 내려다보는 수영장이 있다. 수영을 하다 조금 쌀쌀해져도 걱정이 없다. 실내에도 수영장이 있기 때문이다. 1층에서 실내 수영장까지는 투명한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다.

정원에도 수영장이 3개나 더 있다. 테니스 코트가 하나 있고, 유리벽으로 꾸며진 실내 스쿼시 코트도 있다. 레인이 두 개인 볼링장도 있다. 그 옆에는 작은 영화관까지 갖춰져 있다.
침실은 모두 22개. 각각 욕실이 딸려 있는데 욕실의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각기 다른 색깔의 이탈리아제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모자이크 장식이 수놓아져 있다.
귀족 스포츠인 경마가 발달한 나라답게 말 5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마사(馬舍)가 집 한 켠에 설치돼 있고, 헬기 이착륙장도 있다.’

가디언 기자는 이렇게 집 소개를 한 뒤 의문 부호를 붙였습니다.

“누가 과연 이 집을 살 수 있을까?”

이 집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회사는 “걱정 없다”고 장담합니다. 회사가 갖고 있는 부호 리스트에는 600명의 억만장자가 올라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똑같은 수만큼 숨은 부자가 있는 것으로 회사측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집에 대한 홍보를 시작한 뒤로 러시아 중동 중국으로부터 적잖은 부자들이 집을 둘러보러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저택에 살았던 사람 가운데 최근 인물로는 이집트의 사미 가예드 왕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87년 큰 불로 집은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그 뒤 인도 출신의 한 사업가가 이 집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불행은 이어집니다. 그는 사기죄로 고발을 당하게 되고 이 집을 관계 당국의 처분에 넘기게 됩니다. 주인이 없어진거죠.

그러다 2002년 몇 명이 돈을 모아 2000만파운드에 저택을 구입했습니다. 그들이 구입했을 때 집은 곳곳에서 물이 새고, 손볼 곳이 많은 상태였죠. 그들은 이탈리아에서 기술자들을 불러와 새로 대리석을 깔고, 모자이크를 하는 등 정성을 들였습니다. 보수 비용만 3000만파운드에 이르렀습니다.

그 뒤 판매를 위해 내놓은 이 집은 원래 중동 시장을 겨냥해 중동 스타일 위주였던 실내 장식에 다소 변화를 줬습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해 눈덮힌 화산 모형을 수영장 옆에 설치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구매자들을 겨냥해선 테러시 피신할 수 있는 ‘패닉 룸’을 만들었습니다. 패닉룸이란 전쟁이나 천재지변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를 말합니다.

과연 누가 이 집의 새 주인이 될지 궁금합니다. 집값 자체도 비싸지만 이 정도 저택은 유지비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꿈꾸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집 구입에 드는 제반 비용만 300만파운드(60억원)로 추산됩니다. 그리고 27개의 욕실과 5개 수영장에 따뜻한 물을 채워넣는 비용도 매년 25만파운드(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