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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덮고 베수비오가 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고요하던나폴리만도 요동을 친다. 떠나야 하는가, 남아야 하는가. 서기 79년 8월24일, 폼페이 주민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프랑스 공영채널 France2가 지난달 22일 방송한 ‘폼페이 최후의 날’의첫 화면은 이 비극의 첫 순간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폼페이 최후의 날’은 France2와 영국 BBC,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이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미 영국에서 방송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이 대작은 프랑스에서도 870만 명이 넘는 시청자(시청점유율 32.5%)를 매혹시켰고, 방송 후에도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일요일 저녁, 그것도경쟁 채널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영화를 방영하는 가운데 시청자 3명중 1명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 무엇이 프랑스인들을 이처럼 매혹시켰을까.

화산재에 덮인 채 그대로 굳어버린 폼페이 시신의 잿빛 얼굴에는 어떤 조각품도 흉내낼 수 없는 혼돈과 공포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유적에서 발굴된 뱀 형상의 금팔찌, 검투사의 투구 등도 미완의 진실을 증언한다. ‘폼페이…’이 그리는 허구는 바로 이같은 진실에서 출발한다.

“주인님, 일어나셔야죠”라며 귀족을 흔드는 여자노예의 팔에 감긴 뱀형상의 금팔찌나 유독가스에 헐떡이던 검투사가 숨질 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투구는 허구의 인물과 실제의 사물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마찬가지로, 난리 틈새에 금화를 훔치는 평민은 금화주머니를 부둥켜안은 채 석화한 시신으로, 공포에 질린 임신부의 모습은 귀족의 저택에서 발견된 임신7개월째의 해골로 연결돼 폼페이 시민의 마지막을 상상하게 한다.

“물의 비등점보다 5배나 높은 온도의 화산재가 바닷가로 피신한 시민들을삽시간에 덮치고, 형언할 수 없는 열기가 집안에 남은 주민들을 압박합니다.” 내레이터의 긴장된 목소리와 함께 화면은 비명을 지르는 허구의 인물들과 이와 뼈가 파열된 해골, 화산재에 덮인 시신들을 겹쳐 보여준다.

“24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 폼페이는 폐허로 변해갔습니다.” 클로즈업으로 처리된 화면에는 통통한 어린아이가 눈을 가리고 엎드려 있다. 곱슬머리와 옷자락의 주름까지 생생한 잿빛 시신, 그 위로 푸르게 자라난 초목들….

다큐멘터리의 철저한 고증에다 다큐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를얹은 다큐 영화는 역사물을 다루는데 더없이 좋은 장르로 꼽힌다. 실제로‘폼페이…’은 인류 최대의 참사 중 하나인 베수비오 분화를 세밀히 검증하고, 당시 로마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겪은 비극의 실상을 흥미롭게풀어나갔다. 폼페이 참사를 서술한 서한문에서 플리니우스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2000년 후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았고’ ‘믿었을’ 뿐 아니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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