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는 실현될 수 없는 정책(?)

by 허승현 posted Dec 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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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이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8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기름 공동구매 2차 입찰이 또다시 유찰됐다.

지난달 15일에 실시된 공동구매 1차 입찰도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가 응찰했으나, 정부의 기대보다 높은 가격대가 형성돼 유찰된 바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3일 '알뜰주유소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15년까지 기존 주유소의 10%(1300여개)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해 기름값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에 공급해야할 기름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자, 알뜰주유소 정책이 현 유통구조에서 벗어난 현실성없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시중가격보다 ℓ당 70~100원 싸게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막대한 손실을 떠안으며 휘발유를 공급하지 않는 이상, 공동구매를 통해 정유사들로부터 이같은 가격에 공급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올들어 정부의 압박에 따라 실시한 '기름값 100원 할인'으로 올해 2분기 일제히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바 있다. 특히 에쓰오일은 정유부문에서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더구나 정유사는 기존의 자사의 폴을 달고 영업 중인 주유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유사 폴을 단 주유소들은 자신과 계약한 정유사가 경쟁 주유소인 알뜰주유소에 더 싼 값에 기름을 공급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달 알뜰주유소를 위한 공동구매가 추진되자, 정유 4사를 방문해 알뜰주유소 물량 공급자로 선정되면 주유소 폴을 거부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또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에 가입해 정부 정책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주유소 업자들도 알뜰주유소 정책을 그다지 반기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정책의 초점은 결국 국민이 싼 기름을 구입하는데 맞춰져 있는 만큼 주유소 업자에게는실질적으로 득이 될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유소 업자는 "알뜰주유소에 가입해 정부에서 저가로 기름을 공급받더라도 결국에는 그만큼 싼 값에 팔라고 강요 당하지 않겠느냐"며 "현재 정유사에게 자사의 폴을 달 수 있게 허가되지 못한 무폴주유소들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지경부는 연내 알뜰주유소 출범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의계약을 위해 정유사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고, 금일 협상결과를 토대로 입찰조건이 변경해 재입찰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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