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레임덕 우려 … 한나라 ‘FTA 장기전’

by 허승현 posted Nov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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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첫 고비로 잡았던 3일은 ‘조용히’ 지나갔다. 여당 지도부도 숨을 고르면서 한·미 FTA 여야 대치가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다. 청와대의 힘이 예전같이 여당에 먹히지 않고, 수도권 의원들의 ‘총선 두려움’도 작용하고 있다. 여당으로선 날치기 처리 시 정국이 급랭해 내년도 예산안까지 ‘2번 날치기’ 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도 크다.

한·미 FTA를 두고 한나라당에서는 ‘11월 말 처리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경 목소리를 내던 홍준표 대표(57)는 “민주당은 FTA 처리에 협조해달라”면서 한발 물러서는 기미를 보였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완패 책임론에 휩싸인 당 지도부로서는 FTA 정국이 방패막이 성격도 있는 셈이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 “정기국회 안에만 하면 된다. 충분히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고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2번의 날치기 처리’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당장 처리할 경우 여야의 대화 채널은 단절된다. 지난해 예산안을 여당이 날치기 처리한 뒤 야당은 3개월간 국회에 등원하지 않았다. 한·미 FTA를 날치기 처리하면 올해 12월 예산안도 날치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수도권 의원들의 총선 두려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여야가 6시간가량 대치하는 와중에 민주당 의원들은 지지 방문이 잇따랐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규·차명진 의원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몸싸움하는 광경에 얼굴을 내밀어봤자 내년 총선에 좋을 것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청와대와 당이 지시한다고 지금 누가 몸으로 막으러 가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서울 초선 의원도 “지금 직권상정하면 서울 의원들은 다 날아가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집토끼가 중요한 영남권은 속전속결을, 산토끼가 중요한 수도권은 합리적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청와대의 레임덕도 한몫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10월 말 처리와 11월3일 또는 10일 처리를 당에 요청했다. 10월 말 처리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전날 외통위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76)이 비준안 처리를 독려하고 나섰음에도 외통위 통과를 못했고, 황우여 원내대표(64)는 박희태 국회의장(73)에게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이는 청와대 레임덕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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