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기만 하는 남편, 따지기만 하는 아내’

by 허승현 posted Oct 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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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들의 황혼이혼률이 신혼이혼 수치를 앞서는 요즘. 이들 부부의 가장 큰 이혼 사유는 경제적 이유나 배우자의 부정이 아닌 '성격 차이'라고 한다.

수년 동안 같은 공간 안에 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부간의 갈등과 불화는 직업과 성격, 학력을 떠나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문제.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 박성덕 의사에게도 예외는 아니였다.

박성덕 의사는 화목한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한 뒤 수련의 시절 아내와 결혼했다. 그는 수련의 시절부터 의사가 된 후까지 매일 야근과 회식을 반복하며 '회사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또 그것이 가족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의 불만은 점점 커져갔다. 어느 순간부터 아내는 남편에게 불만을 따지기만 했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피하며 문제를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급기야 아내는 남편에게 '아버지학교' 수강증을 내밀었고, 남편은 못 마땅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아버지 학교'를 찾아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갈등을 해결해가기 시작했다.

정신과 전문의 박성덕 의사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부부간의 갈등을 푸는데 도움을 주는 책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지식채널)을 출간했다.

불화가 심각한 부부일수록 자신의 이성과 감정이 옳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배우자가 잘못되었다고 비난한다. 내 주장은 옳고 네 생각은 틀렸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배우자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욱 심하게 자신의 주장을 움켜쥔다. 자신의 옳음을 주장하기 위해 배우자의 잘못된 부분을 강조한다. ‘양보는 곧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부부는 모든 영역에서 차이를 더욱 크게 느끼고, 서로 맞춰갈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마치 다른 별에서 온 사람처럼 영영 화합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급기야는 서로에게 최후통첩을 한다. 당신이 변하지 않으면 이혼도 불사할 거라고, 불화의 원인이 배우자에게 있다고 밀어붙인다.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79p)

신간에서 박 의사는 남편과 아내의 서로 다른 문제 해결 방식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박 의사는 "갈등이 커지면 회피하려는 남편과 반대로 공격하고 따지는 아내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부부의 잘못된 의사소통방식이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부부 불화의 가장 큰 원인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애착 유형의 차이에 있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가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정신과인 저자는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여기고, 주변의 시선 역시 이들 부부의 갈등은 금방 해결될 것이라고 믿어 본인들의 문제를 인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안정형’으로 가장 이상적인 유형이다. 또한 자기 자신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타인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회피형’, 자신에게는 부정적이지만 타인에게는 긍정적인 ‘몰두형’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부정적인 ‘두려움형’에 속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박성덕 의사는 "관계를 맺는 유형은 결혼 후 부부가 불화를 겪을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라며 "이에 대한 이해가 있느냐, 없느냐가 결혼생활을 좌우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여성의 경우 '몰두형 유형'이 많다. 아내들이 남편과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대해 더욱 몰두하며 관계를 회복하려 하는 것이 그 이유다. 회피형이 많은 남편들은 평화를 위해서는 자기가 일단 이 자리에서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 모두 화해를 원하지만, 한쪽은 공격하고, 한쪽은 도망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회복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부부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박 의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정서적 유대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배우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기'는 방법을 추천했다.

‘힘들었겠구나’ ‘미처 몰랐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수긍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관계 회복의 첫 단추를 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덕 의사는 “문제는 배우자가 아니다. 성격 차이나 경제적 어려움, 고부 갈등도 아니다! 모르기 때문이다. 배우자를 모르고, 당신 자신을 모르고 관계를 맺는 현명한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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