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셋 할머니, 평생 모은 11억원 천주교 쾌척

by 허승현 posted Sep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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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드리고자 모은 것입니다. 저는 이제 마음 편하게 지낼 테니 다 알아서 해주세요."아흔살이 넘은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10억여원을 천주교에 내놨다.

이점홍(92·세례명 골롬바) 할머니는 2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추기경실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80) 추기경을 만나 11억원을 서울대교구에 기부했다.

이 할머니는 "7남매 중 큰딸로 태어나 아홉살부터 공장에 다니며 안 해 본 일이 없었다"며 "또래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부럽기도 했지만, 부모와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참으며 살았다. 일하며 받은 점심을 먹지 않고 뒀다가 저녁에 가족들에게 가져다 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할머니는 부모와 형제들을 부양하고 조카들까지 키워냈다. 부모와 형제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근검절약하며 생활해왔다.

"단 돈 100원도 허투루 쓰지 않았고, 욕심내지 않고 살았다"며 "하느님에게 봉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 손과 발로 직접 벌어 모은 돈"이라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평생 아끼며 힘들게 모은 전부를 이렇게 선뜻 내어 줘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하느님이 자매의 선행을 기억하고 반드시 갚아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할머니는 "남은 소원은 이제 단 하나"라며 "그저 하느님이 잠자는 것처럼 조용히 나를 데리고 가줬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 것뿐"이라며 자리를 떴다.

이 할머니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5년 현재 교구 노동 사목회관이 들어서 있는 보문동 대지를 무상으로 기증했다. 2005년에는 자신이 살고 있던 종로구 돈의동 집을 교구에 기부하기도 했다.

교구는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기부금으로 '골롬바 장학재단'을 설립, 불우 청소년과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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