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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의 잡기노트<254>조상제사에는 혈통을 매개로 한 과거-현재-미래가 녹아들어있다.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의미있는 과정이다. 제사의 혈연적 연속성은 여타 종교적 의례와 차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욱 박사(한국학중앙연구원)는 “일상적 삶 속에 묻혀서 자칫 잊혀지기 쉬운 나의 시원(始原)을 반복적으로 되돌아보게 하고 기억하도록 하는 조상제사를 통해 내가 태어난 곳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내가 나아갈 곳을 바라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는다.

최순권 박사(국립민속박물관)는 “원래 조상제사는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를 일컫는 것이었고, 차례는 제사가 아니라 명절을 맞이했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간략한 의식이었다”고 구분한다. 또 “차례에 올리는 제물도 주과포(酒果脯)와 시절 음식을 차리는 정도로 간소하며 축문을 읽지 않고 단헌의 절차로 거행된다”고 설명한다.

조선 서민들은 술을 세 번 올리는 3헌이 아니라 한 번만 올리는 단헌을 따랐고 축문도 결략했다. 가문이 번창하지 않은 서민에게는 제관의 수가 턱없이 모자랐을 뿐더러 어려운 한문으로 된 축문을 쓰고 읽을 수 있는 형편이 못됐다. 전통적 방법으로 제사를 지내려면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축관, 좌우 집사자 등 최소 6명은 있어야 한다.

여성은 제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관념은 제관부족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전통 유교식 제사에서는 주부, 며느리, 딸들이 여자조상에게 음식을 올렸다. ‘주자가례’도 주부가 아헌을 맡는 등 부부가 함께 제사를 준비하고 지낸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시덕 박사(대한민국역사박물관)는 조선 서민가에서 행해지던 전통적 제사방식을 살려 축문을 없애고, 1명의 헌관과 집사만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지낼 것을 제안한다.

조선후기로 접어들어 차례가 점차 중시되면서 차례상에 올라가는 제물도 기제사에 버금가는 음식들로 채우게 됐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풍성한 제물들이 차려지고 있다. 가문의 위세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상제사를 택한 데 기인한다. 기제사를 생략했을 때는 차례가 기제사의 성격을 겸하므로 기제사에 준해 지내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례편람’ 등 제례 관련 예서들에 묘사된 제사상은 소박하고 간소하다. 질박함을 추구한 선비의 밥상이다. 자신의 제사상에는 기름에 튀긴 유밀과를 올리지 말고, 과일을 높게 괴지 말고, 나물을 한 그릇에 담으라는 것이 퇴계 이황의 유계(遺戒)다. 김상보 교수(대전보건대학)는 규범에서 크게 벗어나있는 제물의 거품을 걷어내고, 제물을 7가지 혹은 9가지로 간소하게 차려 제사상의 본모습을 찾으라고 권한다.

김미영 박사(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유교 도입 전에는 아들 딸, 출생순위와 상관없이 모든 자녀가 재산을 똑같이 물려받았다. 조상제사 역시 아들과 딸이 순번을 정해 지내는 윤회봉사(輪廻奉祀)가 일반적이었다. 이후 17~18세기에 이르러 적장자 중심의 유교친족이념이 정착하면서 재산상속과 제사계승에서 장자가 우선권을 갖게 됐다.

1989년 개정 친족법(1991년 시행)은 아들 딸, 혼인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자녀에게 재산을 균등하게 상속토록 했다. 호주(장남)에게 자동 승계되던 조상제사 또한 자녀들이 협의하에 계승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조상제사만큼은 여전히 장남의 몫으로 돌리는 탓에 가족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김 박사는 딸만 있는 집에서는 외손봉사(外孫奉祀)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제시한다. 딸이 친정의 조상제사를 이어받아 자신의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습속이다. 조선후기까지 유효했다.

율곡 이이도 외손봉사를 했다. 율곡이 태어나서 자란 강릉 오죽헌은 어머니 신사임당의 집, 곧 율곡의 외가다. 딸만 다섯을 둔 외조부 신명화는 넷째 딸의 아들(권처균)에게 오죽헌을 넘겨주면서 조상의 묘소를 보살피라고 청했다. 둘째 딸인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에게는 조상제사를 지내는 명목으로 서울의 집 한 채와 전답을 안겼다.

조상제사는 대표적 전통문화다. 그런데 조율이시, 홍동백서, 좌포우혜 등 번잡한 격식과 내용은 끊임없는 논란을 부른다. ‘가가례(家家禮)’, 집집마다 제사 범절이 제각각이라는 말이 나왔을 지경이다.

오늘은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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