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원으로 13억 번 대박女 열풍..패가망신 지름길

by 허승현 posted Aug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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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1시 강남역 근처의 한 증권사 객장을 찾았다.

객장은 평일보다 붐볐고 특히 옵션에 대해 문의를 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5일 만에 13억을 벌었다는 여의도 증권가 소식의 여파일까.

요즘 증권사 객장은 물론 직장에서도 13억 대박녀가 화제다. 주가가 떨어져도 돈을 벌 수 있는 이른바 옵션과 '대박'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객장에서 만난 조진원씨(45)는 "평생 직장다니면서 언제 13억 만져보겠냐"고 말했다.

조씨는 버리는 셈치고 자신도 몇백만 원으로 수십배 수백배 터진다는 옵션으로 팔자를 고쳐보고 싶다며 웃었다.

조씨 이외에도 요즘 증권사 객장에서 옵션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어 옵션 열풍을 짐작케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평소 하루 두세개 정도의 옵션 신규계좌가 발생했지만 최근 13억 대박녀가 화제가 되면서 하루 10여건 정도의 옵션 신규계좌가 개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수십, 수백배의 옵션은 가능한가?
강남역 근처 또다른 증권사의 옵션담당자는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것이 편하다"고 밝힌 뒤 "로또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로또도 누군가는 매주 몇명씩 당첨되듯이 이번 13억 대박녀처럼 주위에서 '299배 벌었다, 100배 벌었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는 있지만 로또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첨될 확률은 거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옵션도 이론적으로 자신이 사놓은 방향으로 흘러 갈 때 이번처럼 수십·수백배 대박이 나오지만 그것은 순간적으로 시세가 변하기에 제대로 먹고 팔기가 어렵고 한순간에 방향이 바뀌면 그나마 벌고 있던 돈도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자신도 10명의 옵션투자자를 관리하는데 거의 대부분 돈을 잃는다고 귀뜸했다.

그는 13억 대박녀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았다.

그는 "실제로 13억대박녀가 1700만 원으로 주가지수가 폭락해야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풋옵션을 매수했고 다행히 다음날 주가가 크게 떨어져 몇배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주식을 파는게 정상이다"고 말했다.

몇배의 수익을 냈지만 이후에는 큰 손해를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13억대박녀 처럼 잘 몰라서 5일동안 쳐다보지 앟고 있다가 5일뒤 열어보니 13억이 돼 있었다는 것은 정말 몰라서 요행으로 이뤄진 대박신화라고 밖에 볼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의 1700만 원이 다음날 5배가 돼서 8500만 원이 됐는데 그 다음날 반대로 주가가 예상과는 반대로 폭등해 버리면 그녀의 8500만 원은 휴지로 변해 버리는 것이 바로 옵션이다.

옵션으로 오전에 3000만 원 번 사람이 점심먹고 오니 100만 원으로 줄었더라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 바로 옵션이다.

더구나 정부에서 옵션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은 증거금제도를 도입해 그냥 시작하지 못한다. 새로 옵션계좌를 트려면 1500만 원의 증거금이란 것을 넣어놓고 시작해야한다.

다시말해 100만 원 어치 옵션을 사려해도 1500만 원의 증거금을 입금 해야하고 만약 수익이 조금 발생해서 돈을 인출하려고 하면 다시 1500만 원을 항상 채워놔야 매매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1500만 원은 묶여 있는 셈이다.

100만 원어치 옵션을 사려해도 결국 돈은 1500만 원이 있어야 한다는 아이러니컬 한 얘기다.

그래도 증권사 객장과 회사의 휴게실에는 아직도 13억대박녀 타령이다.

이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옵션대박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못박은 뒤 옵션은 시작과 동시에 불행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탔다고 생각하라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이래도 겁없이 옵션 투자에 뛰어들 것인가?. 경제가 어려울수록 또 생활이 힘들수록 대박신화에 빠져들기 쉽지만 그것이 바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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