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진통속 한ㆍEU FTA 비준안 처리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4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여ㆍ야ㆍ정이 지난 2일 한ㆍEU FTA 회의에서 '5월4일 통과'에 합의해 이날 순조로운 처리가 예상됐으나 민주당이 의원총회 등을 통해 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막판 진통 속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저녁 8시30분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은 의총에서 "오늘(4일)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데 이어 단독으로 의결정족수(150명 이상)를 넘긴 저녁 9시20분께 본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오면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뒤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민주당은 보이콧 방침을 정했다. '난투극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물리적 저지에는 나서지 않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반대토론을 하고 퇴장 또는 표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며 "몸싸움을 하자는 의원은 1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의원 7명은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저녁 9시55분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이들 야당 의원과 국회 경위 간 가벼운 몸싸움이 있었지만 의장석을 확보한 박 의장은 10시3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실력저지가 무산되자 민노당 이정희 강기갑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섰다. 5분의 발언시간을 훌쩍 넘기는 등 사실상 '지연작전'을 펼쳤다.

박 의장은 "정리해 달라"며 발언 중단을 거듭 재촉했고,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공부 좀 하고 얘기하라", "정도껏 하라" 등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결국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토론종결 동의'를 발의했고, 박 의장은 이를 표결에 부쳤다.

그러자 민노당 및 진보신당 의원들은 단상으로 몰려나와 "제2의 날치기를 하는 것이냐"며 강력히 항의했고, 박 의장은 "법대로 하는 것"이라며 "무슨 짓이냐"고 호통을 쳤다.

토론종결이 선포되자 곧바로 한ㆍEU FTA 비준안 표결이 진행됐고, 비준안은 본회의 시작 40여분만인 저녁 10시47분 재석 169명 중 찬성 163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통과됐다.

표결에 참여한 169명 중 한나라당 의원은 이재오 특임, 정병국 문화체육관광, 유정복 농림수산식품, 진수희 보건복지 장관을 비롯해 163명에 달했고, 나머지 6명은 미래희망연대 및 무소속이었다.

유일한 반대표는 황영철 의원이 던졌고, 송광호 김성수 성윤환 여상규 정해걸 의원 등 5명은 기권했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 지역 출신으로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이다.

박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오늘은 우리 국회가 탄생한 이래 300회의 임시국회"라며 "성숙하고 사랑받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