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한파..동파속출.소주병도 '꽁꽁'

by 인선호 posted Jan 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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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원 대부분 지역이 영하 20도를 밑도는 최악의 한파가 몰아치면서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급증하고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아침 기온이 영하 27도까지 뚝 떨어진 철원에서는 소주병까지 얼어붙는가 하면 영월 산간 마을은 강물이 얼어 유일한 교통수단인 나룻배 운행이 끊겨 수일째 불편을 겪고 있다.

◇ 동파.동결 959건..차 시동도 안 걸려 "최악 한파 실감" =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철원 정연리 영하 27.1도, 양구 영하 24.7도, 인제 영하 22.7도, 홍천 영하 21.7도, 춘천 영하 20.8도, 영월 영하 20.4도, 대관령 영하 19.9도, 원주 영하 18.6도 등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한파가 몰아치면서 15~17일 사흘간 도내에서는 모두 959건의 수도계량기 및 관로 동파사고가 접수됐다.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모두 402건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접수된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한파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날 새벽에도 춘천의 경우 80건의 수도계량기 동파신고가 접수됐고, 속초의 경우는 일부 가구에서 수도 관로 자체가 얼어붙어 식수 공급이 끊기는 등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한파 피해는 시.군 별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면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LP가스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 운전자들은 물론, 심지어 휘발유 차량들도 출근길 시동이 걸리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콜택시 업체는 이날 통화량이 폭주했고 카센터 업체는 고장 여부를 묻는 운전자들의 발길이 이어져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자동차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 업체에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운전자의 도움 요청이 줄을 이어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직장인 오모(45.춘천시 후평동)씨는 "날씨가 추워 LP가스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카풀로 겨우 출근했다"며 "올해 한파가 유난스러운 것인지는 몰라도 맹추위가 몰아칠 때마다 차량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텅 빈 옥외주차장과 달리, 도심 아파트 지하주차장들은 주차 공간 확보를 놓고 연일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파로 다음날 아침 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을 우려한 운전자들이 지하주차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이중주차 등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춘천의 한 아파트 주민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계속 이중주차 자제를 요구하는 경고문을 붙이지만 이런 강추위에는 정말 옥외주차장에 세워둘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 한파에 강물 얼어 마을 고립..전력 최대치 '경신' = 연일 한파가 몰아치면서 도내 일부 산간마을은 강물이 얼어붙어 이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월군 문산 1리 3가구 1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일명 '가정마을'의 경우 동강이 한파에 꽁꽁 얼어붙으면서 유일한 이동 수단인 나룻배 운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생필품 구입에 애를 먹고 있다.

주민 장모(70)씨는 "사흘 전부터 강물이 꽁꽁 얼어 오도 가도 못한 채 집에서만 지내고 있다"며 "불편이 많지만 방법이 없어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난방기기 사용도 급증해 전력 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5일 자정께 최대 전력은 311만4천㎾로, 지난해 12월24일 기록한 기존 최대치인 310만7천㎾를 불과 23일만에 가볍게 경신했다.

119 소방당국은 지난 15~16일 이틀간 수도관 동파 또는 지하수 고갈 등으로 식수 부족을 호소하는 100여 곳에 470여t의 급수지원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도내 각지에서 구제역 차단방역에 나서는 공무원과 민간 방역요원 등은 이동통제초소를 중심으로 연일 한파 속에서 얼어붙는 소독분무기를 녹이느라 사투를 벌였다.

이밖에 화재사고도 잇따랐다.

지난 16일 오후 10시25분께 춘천시 삼천동의 주택에서 수도배관이 얼어붙어 이를 녹이던 중 불꽃이 튀어 불이 났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또 같은 날 오후 2시께 원주시 문막읍 문막교 옆 고압전선에서 전력공급 과다로 인한 화재가 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추위는 이어지겠다"며 "이번 추위는 모레(19일)부터 낮기온이 평년기온 수준으로 올라 다소 추위가 누그러지겠다"고 예보했다.

한편, 도내에는 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산간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한파경보가, 속초.고성.양양.강릉.동해.삼척 평지에는 건조경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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