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출신의 50대 남성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복수를 위해' 민통선을 넘으려다 결국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됐다.

지난 26일 오후 6시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식당. 혼자 TV 뉴스를 보며 소주를 마시던 주인 김모(50)씨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민간인을 공격한 북한의 행태도 그렇지만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연평도 주민들이 너무 불쌍했기 때문이다.

얼큰하게 술이 오른 그는 급기야 "북한에 가서 김정일을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식당에 있던 흉기를 들고 나와 다짜고짜 길가에 서 있던 택배차량(1t 트럭)에 올라타 운전사를 흉기로 위협해 내리게 한 뒤 차량을 빼앗아 무작정 북쪽으로 운전을 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접촉사고가 났고, 흥분한 김씨는 차량을 버리고 택시로 갈아타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택시로 30여분을 달려 연천군 군남면 옥계리에 도착한 김씨는 북으로 가기 위해 1시간여를 찾아헤매다 문득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그동안 술이 깬 김씨는 날이 밝으면 자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일단 근처 농가에서 추위를 피하기로 했다.

그렇게 농가 보일러실에서 깜빡 잠이 든 김씨는 다음날 새벽 집 주인에게 발각됐고, 27일 새벽 2시쯤 스스로 근처 파출소로 가 자수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북한의 도발에 화가 나 술김에 그랬다"며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고 후회했다.

연천경찰서는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