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7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러시아 전문가 조사단의 요약보고서를 단독 입수한 <한겨레>의 보도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최종 조사결과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들은 적도 없고 받은 것도 없다”며 “7월 초까지 추가 자료를 제공했으며, (러시아와)협의는 있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는 정부의 해명은 그 자체로 사실과 다르지는 않지만, 뒤집어 보면 외교적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다. 러시아 정부는 천안함 조사결과 요약본을 7월초 미국과 중국 두나라에만 통보했고,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이자 러시아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한국에는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우방국 정부로부터 러시아의 조사결과 요약본을 간접적으로 전달받은 현지 한국 공관은 이를 번역해 우리 정부에 급히 알렸다. 27일치 <한겨레>의 보도는 우리 정부에 전달된 한글 번역본을 토대로 한 것이다. 아울러 외교부 당국자는 ‘최종 조사결과’라는 표현을 사용해, 마치 요약본이 없는 것처럼 사실관계를 피해나가고 있다.
실제, 러시아의 조사결과 요약본을 우방국 정부로부터 전달받은 한국 정부는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한국에 통보하지 않은데다, 조사결과도 한국의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뒤 “러시아가 변한 게 없다” “외교적 결례”라는 취지로 러시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지난 4일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신뢰를 저버린 비우호적 처사”, “당황”, “실망” 등 외교적으로 강도높은 표현을 동원해 항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 쪽에 조사결과 전문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러시아 조사단을 받아들인 것은, 지난 5월20일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하지 않았겠느냐”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러시아가 일정 정도 수긍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는 외교적으로 러시아한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