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반대에 앙심을 품고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박모(25)씨가 여자친구의 어머니 송모(49)씨를 살해한 뒤 자수했다.
박씨의 여자친구 김모(26)씨도 10여 시간 인질로 잡혔지만 무사히 풀려났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4일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박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3일 오후 4시5분께 중랑구 중화동 H아파트에 사는 여자친구를 찾아갔다가, 현관에서 평소 결혼을 반대한 송씨와 승강이를 벌이던 중 미리 준비한 흉기로 송씨의 오른쪽 팔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시 결과 송씨의 우측 팔꿈치 안쪽에 7cm가량의 깊은 상처가 있었다. 뼈와 동맥까지 절단되는 중상을 입어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벌금 수배자였던 박씨는 2주 전에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았지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김씨 부모의 말에 도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박씨는 위협용으로 흉기를 준비했고, 여자친구의 부모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택배 기사를 가장해 집안으로 침입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송씨와 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를 휘둘렀다. 지혈을 한 뒤 송씨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현관문을 열었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에게 잡힐 것 같아 문을 다시 닫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김씨와 교제를 시작한 박씨는 최근 김씨 부모의 반대로 소원해진 김씨와의 관계를 원만히 풀려고 여자친구 집을 찾았다가 인질극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모녀가 집 안에 감금됐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 심리ㆍ행동분석 요원)와 협상 전문가를 불러 박씨한테 자수를 권유하도록 하는 한편 경찰특공대와 강력팀 형사, 112 타격대 등 60여명을 동원해 진압 작전도 준비했다.
결국 박씨는 이날 오전 2시께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것이다. 자수해라"는 여자친구의 설득 등으로 경찰에 자수했다.
자수 후 경찰서로 압송되던 박씨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경이 어떠할 것 같은데요"라고 반문하고서 "여자친구와 앞으로의 얘기 등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경찰은 박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