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서 ‘대∼한민국’ 제대로 외치게 될까

by 인선호 posted Jun 06,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거리응원전이 열릴 예정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광장을 둘러싼 ‘주인’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거리응원의 ‘성지’로 굳어진 서울광장이 자유로운 응원문화를 즐기려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보다 대기업의 홍보 마케팅 장소로 활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광장 사용 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대안을 마련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6일 서울시와 현대자동차, SK텔레콤에 따르면 두 기업은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가 주관하고 SKT는 후원하는 형식을 띈 서울광장 거리응원전을 열기로 하고, 마케팅 활용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특정 기업의 브랜드 노출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서울광장에서 월드컵 거리응원 주관은 FIFA 공식 스폰서가 아닌 기업은 할 수 없다. 현대차는 공식 후원사여서 서울광장 거리응원 주관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SKT는 권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SKT와 포괄적 홍보협약을 맺었고, 여기에 SKT가 서울시의 디자인 수도 서울의 홍보를 돕는 대신 서울시는 월드컵 거리응원 등에 대해 협조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SKT에 내준 것 아니냐며 거리응원의 상업화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아니면서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광고와 거리응원 지원 등을 통해 상당한 홍보효과를 거둔 SKT를 향한 비난도 온라인상에서 확산됐다.

서울시는 특정기업에 서울광장 사용권을 넘겨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월드컵 기간에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시민들은 물론이고 광장 사용을 원하는 단체나 기업에 개방하기로 하고, 광장에서 펼쳐질 응원전에서 기업의 브랜드 노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이 개방되는 날은 조별리그가 열리는 12일, 17일, 23일과 16강전 개최일 등 한국팀 경기일에 국한된다.

광장 사용을 원하는 단체나 기업은 월드컵 응원행사일 60일 전부터 7일 전까지 시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되지만, 현대차와 SKT 외에 신청서를 낸 기업은 없다.

월드컵 단체응원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붉은악마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초 FIFA에 공문을 보내 비영리단체로서 거리응원을 주관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지만, FIFA는 행사 규모와 후원업체 유무 등 상세한 계획을 요구했고, 비용을 비롯한 현실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붉은악마로서는 서울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을 열자니, SKT의 후원을 받는 단체도 아닌데 마치 SKT 홍보에 동원되는듯한 시선이 부담스럽고 응원전을 거부하자니 서울광장만큼 마땅한 장소를 찾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가장 큰 행사인 월드컵 응원을 놓쳐버릴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붉은악마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어떤 행사든 순수한 응원전 이외의 행사는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긍정적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와 SKT가 국민적 축제인 월드컵을 놓고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동의하고, 행사 일정 등 구체적 계획을 조율하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월드컵 경기 당일 응원전에 참여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들을 마냥 기다리게 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 SKT의 입장이다. SKT는 어떤 형식으로든 다수의 군중이 함께 즐기기 위한 이벤트가 필요하고, 방송사 중계 등도 고려해 응원전 사전 행사로 유명 가수 공연 같은 이벤트를 준비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서울시와 현대차와의 협의 과정이 남았으나 SKT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기업 브랜드는 노출되지 않더라도 응원전과 무관한 행사가 열릴 경우 순수 응원전만 참여하겠다는 붉은악마와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정기현 붉은악마 서울지부장은 “서울광장에서 우리가 응원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대기업이 먼저 들어가 있었다”며 “지방의 경우에도 각 지자체들이 기업을 낀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우리가 들어갈 공간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SKT의 한 관계자는 “광장에서 브랜드 노출은 절대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노골적 마케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행사 계획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식이든 사전 프로그램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SKT는 국민의 축제인 월드컵을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서울광장 월드컵응원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최대한 순수성을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 광고 노출을 하지말고 대형 가수들을 부르지 말자는 게 시 입장이지만 강압적으로 기업에 얘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광장과 월드컵 응원의 상업화를 막자는데 대한 기본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오히려 FIFA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door.jpg